결론부터 이야기하자. 이번 대선, 나에게는 간단하다. 포기.
 


1997년 당시에는 DJ에게 투표를 했고-아, 이 말은 좀 어폐가 있다. DJ에게 찍었다기보다는 나라 망친 한나라당이 정권을 놓아야 한다...라는 당위성 때문에 반한나랑 정서로 DJ에게 투표를 한 것이다-2002년 대선 당시에는 권영길 그리고 2007년 대선에서는 포기. 그리고 이번에도 포기다. 손학규가 대선의 본선에 나온다면 투표를 하겠지만 말이다.


 

나의 이런 간단명료한 입장에 비해 아크로의 호남분들은 심경이 복잡할 것이다. 물론, 레토릭적으로야 '박근혜'에게 찍는다고 했지만 그리고 박근혜에게 찍어도 문제가 없음을 내가 '말콤X의 폭력의 정당성 글'에서 거증(?)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논리적으로만 헤아려질까?


 

예상하건데 이번 대선에서의 호남의 투표율은 역대 대선에서 가장 낮을 것이다. '뭉치면 뭉치고' 흩어지면 흩어진다'고 영호남의 역대 선거에서의 투표율은 거짓말처럼 5%내외의 차이 밖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도 이번 대선에서 영호남의 투표율은 10% 이상 차이가 날 것이다...라는 것이 내 예상이다. 호남이 뭉치면 영남이 뭉치고 영남이 흩어지면 호남이 흩어진다는 선거판에서의 '예외없는 경험들'이 이번에는 깨질 것이다.


 

그동안, 호남의 몰표는 영남패권주의를 견제하는 중요한 투표가 되었다. 물론, 나는 그런 결과가 '피노키오님'이 주장하는 것처럼 '계급적 투표'라거나 또는 어느 분이 주장한 것처럼 '정의로운 의식의 발로'에서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이 부분은 지난 노무현 정권 때 친노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였던 노혜경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명언'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가 썩었다고? 그런 너희 민주노동당은 깨끗하냐? 너희와 우리의 차이점은 딱 하나. 우리는 썩을 기회가 있었지만 너희는 썩을 기회조차 없었다는 것"



 최근의 통진당 사태와 그동안 언론에서 밝혀지지 않은 민노당 내에서의 '부정부패'는 노혜경의 말이 맞다는 것을 그대로 증명해주고 그런 명제는 호남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영호남의 '미세한 차이'가 있다. 그 것은 내가 내 블로그에 쓴 글처럼 '왜 영남정권(호남정권이라는 말이 잘못된 표현인 것처럼 영남정권이라는 표현도 적당한 표현은 아니지만 레토릭 상 그렇게 표현한다.) 일 때 각종 대형사고가 더 발생할까?'라는 글에서 지적했듯 정권의 성격과는 별도로 사회의 헤게머니를 쥐고 있는 영남이, 정권조차 영남인 경우에는 '거칠 것이 없으니' 아닌 말로 뇌물과 직무유기를 내놓고 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호남정권인 경우에는 '여론이 무서워서라도' 내놓고 뇌물과 직무유기를 할 수 없는, 아닌 말로 '정권은 잡았지만' 몸조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상적으로 '어느 한쪽이 정권을 잡으면 더 나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것이 '정의감'이라는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는 착각은 또 다른 인종주의일 것이다. 영호남의 격차는-그 것이 경제력이든 사회 제반 인프라이든- 5.16쿠테타를 시작으로 1971년 대선을 기점으로 본격화되면서 5공에서 심화되더니 신자유주의 하에서는 '고착화'되었다.



 

문제는 박정희 정권의 '불균형 경재 개발'이라는, 국가적 자본이 적은 상태에서 어느 한쪽에 몰아주기 경제 발전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경제 이외의 영남독식 현상이 같이 진행되었다는 것에 있다.


 

"임자, 이 돈 2천만불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수?"
"당연히, 경제개발에 써야지요. 그러나 돈이 절대적으로 적으니 선별적으로 경제개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남의 독식현상 때문에 다음 총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 그러니 인재등용의 지역별 균형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앞의 대화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 당시 국내 제일의 언론사였던 '한국일보 사장'과의 대화이고 후자는 내가 1971년 대선 직전에 당시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설사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총선을 앞두고 인사정책에 있어 영남에의 지나침 쏠림현상을 염려하면서 청와대에 건의했던 내용을 보도한 동아일보의 기사이다.(뭐, 기억에 의존한 글이지만 앞의 대화는 너무나 유명한 것이고 후자는 증거대라고 하면 동아일보를 다시 전부 뒤져야 하니..... 뭐 뒤져서라도 올려주겠다만...)


 

 

무슨 이야기냐 하면,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모델은 장면 정권의 경제개발 모델과 흡사한 것으로 냉전시대의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용납이 안되는 '사회주의적 모델'로서 나릐의 신인도와 함께 경제개발의 방법에 있어서의 반자본주의적 성격 때문에 장면정권에서는 해외자본 유치 실패, 박정희 정권의 해외자본 유치는 한계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월남파병 군인들의 봉급을 '횡령하거나' 한일협정과 같은 굴욕적인 협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참조로, 내수정책을 위주로 하여 경제부흥을 일으키려는 DJ의 대중경제론은 기본 여건이 인구 일억명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에 의하면 경제개발의 효과에서 의심되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경제의 불균형 개발이 아니라 인사의 독식문제가 경제의 불균형 개발로 인한 사회적 편차의 심화를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각 지주은행의 은행장이 대부분 '영남출신과 고려대 출신'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두환 정권 때는 국내 13대 은행장이 예외없이 영남출신이었다는 것은 경제의 불균형 개발로 인한 인사의 독식 문제, 그리고 인사의 독식문제가 지역별 편차를 가중시키는 '악순환의 반복'이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잠시 핀트가 빗나갔는데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나면 바로 '호남차별과 사회적 약자에의 차별이 결코 다른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아젠다의 선후로 보아 사회적 약자에의 차별이 호남차별보다는 위에 있지만 그 것을 극복하는 것은 같은 성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가지의 차별 극복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로 어느 한쪽의 극복이 다른 한쪽의 극복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호남차별극복은 보다 손쉽게 '정치적 집권'을 이루어냄으로서 사회적 차별보다는 훨씬 더 쉽게 극복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차별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내가 강준만과 진중권의 차별극복이라는 아젠다에 있어 처음에는 진중권의 사회적 차별 극복이라는 방법이 강준만의 호남차별 극복이라는 방법보다 상위에 있다고 판단했다가 나중에는 강준만의 방식이 '현실적으로는 더 타당하다'라고 생각을 바꾼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호남차별을 극복할 정치적 집권을 할 방법을 호남은 친노들이 점령한 민주당 때문에 원천적으로 봉쇄가 된 셈이고 그런 점에서 아크로의 호남인들은 투표에 있어 고민이 생기는 것이다. 이 것은 친노들을 혐오하는 감정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친노에 상당히 호의적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설명을 위해, 표현이 그렇지만 사회적 헤게머니를 독식한 영남을 일류와 이류 그리고 삼류로 구분해보자. 그리고 흔한 표현으로 새누리당은 일류, 친노는 이류 그리고 영남 빈곤층은 삼류라고 구분해보자. 그렇다면 이류 친노가 집권하였을 때 영남빈곤층과 호남 빈곤층 중 누가 더 혜택을 볼까? 당연히 영남빈곤층이다. 그 것은 친노가 영남패권주의에 물들어 있거나 또는 노빠들이 영남패권주의에 물들어서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중견기업 이상의 인사담당자들에게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반추해본다면 '자명한 것'이라는 판단이 들 것이다. 인사담당자들이 대학을 서열화시키는 이유는 바로 일류대학일수록 업무를 잘해서가 아니라 입사지원자들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어떤 수치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학의 저명도를 기준으로 서열화시킬 수 밖에 없다...라고 응답한 인사담당자가 70%를 상회하는 여론조사 때문이다. 이렇게 객관화시킬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한 탓에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신은 위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거기에다가 역사적으로 '2인자'는 핍박받는게 '당연'한 것이 인류 사회이다 보니 호남이 유독 차별을 받을 수 밖에 없고 호남의 정치적 기반 중 하나인 호남 빈곤층 나아가 빈곤층을 벗어난 상태라고 하더라도 '정치적 아웃'을 시켜 집권의 용이성을 담보시키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감정이고 그에 반발하는 것도 당연한 감정이다.

 


 

그런 점에서 호남차별은 극복해야할 테재지만 호남의 투표가 정의로운 행위라고 치장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적 공세이며 영남패권주의와 마찬가지로 경계해야할 것이다. 비유가 그렇지만 힘있는 장정이 칼들고 사람 죽이겠다고 설치는 것도 막아야 하지만 어린애가 칼들고 사람 죽이겠다고 설치는 것 역시 위험하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어쨌든 아크로의 호남네티즌들이 꿀꿀한 것은 '호남차별을 극복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정치적 집권'을 원천척으로 봉쇄가 되었기 때문에 박근혜에게 투표한다는 것은 친노에 대한 반감을 너머 하나의 중요한 정치적 고려의 결과이다. 이러한 심리는 그동안 호남이 보여주었던 투표행위가 '역사적 자존심'과 '현실적 자존심'이 일치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고 그 것이 몰표현상으로(사실, 영남의 몰표현상을 따진다면 호남몰표라는 표현 자체가 아주 몰상식한 표현이기도 하다.)나타났지만 금번 대선은 '역사적 자존심'과 '현실적 자존심'의 상치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이다.


 

속된 말로, '쉰밥 먹을래? 썩은 밥 먹을래?'라는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입장이 현재의 호남의 입장이고 어느 쪽을 택하는 방법이든 건강을 해칠 것은 자명하지만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물론, 사회적 공적 개념에서 본다면, 그나마 의료비가 덜들어가는 쪽, 그래서 개인이 지불해야 하는 건강보험료가 적은 쪽으로 선택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나름 합리적'이기는 하지만 그 것은 마치 '암말기 환자에게 건강을 위하여 다이어트를 하십시요'라고 실제로는 선의의 발언이지만 듣는 말기 환자에게는 '놀리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것은 어떨까? 기껏 한끼인데 '살짝, 굶어보는 것은 말이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현재 정치구도 하에서 정치권에 줄 가장 큰 메시지는 바로 '유권자들의 담합 기권'이다. 뭐, 악착같이 투표장에 가는 30%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투표율이 10%만 된다면, 그래서 선거의 실질적인 무효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 것만큼 통쾌한 정치권에게 주는 메세지가 또 있을까?


 

또 각설하고,


 

지난 대선에서 진중권은 이런 주장을 했었다.

"이제 사회적 성숙이 되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누가 되어도 크게 문제가 없다"


 

나도 이런 주장에 동의했는데 이명박이라는 인물은 '상상 이상의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고 소위 수구꼴통들의 노회함은 시민적 상식 그 위에 있었다. 당시에 민주당 출신 의원의 경구를 귀담이 들어야 했다.


 

"이명박이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인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것이 문제"


 


 

이 경구를 박근혜에게 적용시켜보면 어떨까?


 

 

"박근혜가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가 새누리당 특히 TK 적자라는 것이 문제"

 


 

이명박 정권은 비록 좌초했지만 그나마 새누리당은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비영남권 출신(친이명박 계열이 다수이다)이어서 지역유권자들의 민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나름 '개혁파'와 영남권 출신(친박근혜파 계열이 다수이다)이라고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이니 쾌도난마의 수구종결자 행동을 취해도 재선되는데 전혀 문제가 안되는 '비개혁파'.


 

 

새누리당의 밖은 어떨까? 이제는 나이가 세월이 흘렀지만 3공 출신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우리나라 영남인맥은 크게 3공인물과 5공인물로 나뉠 수 있는데 5공인물은 단임정권의 속성 상 그리고 아웅산 테러에서 핵심을 잃은 상태에서 와해되었지만 3공 인물들은 건재하고 그 인물들이 박근혜 대선캠프의 씽크탱크로 '맹활약 중'이다.


 

 


 

"박근혜가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가 새누리당 특히 TK 적자라는 것이 문제"


 


 

이와 같은 염려를 한 분이 아크로에 있다. 바로 sinner님. 친노가 호남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은 차치하고나서라도 결코 좋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박근혜에게도 투표하기 찜찜한 것은 바로 박근혜가 TK의 적자라는 것이고 새누리당이 TK에 의하여 지배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자존심과 역사적 자존심의 '상이'에서 어쩌면 이번 호남에서 박근혜 지지표가 다수 나온다면, 또는 기권표가 다수 나와서 그 결과 박근혜가 당선된다면, 그래서 박근혜의 집권 결과 민주주의의 상당하 후퇴가 이루어진다면, 호남은 '박정희가 결국 너희들 때문에 당선된건데 왜 박정희 욕하고 그래?'라는 비난을 훗날 들을지도 모르겠다.



 

 

뭐, 훗날 들을 비난이야 그렇다치고, 호남의 '현실적 자존심'과 '역사적 자존심'의 상충되는 현시점에서 호남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내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호남의 투표율이 이번에는 상당히 낮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번 대선에서의 호남의 선택이 지난 1971년 대선 때, 그리고 2002년 대선 때와 같이 '역사의 분수령'이고 불행하게도 당시의 호남의 '선의적인 선택'과는 반대로 역사는 거꾸로 흘러갔다. 그리고 2012년 대선은 아이러니하게도 호남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호남의 '현실적 자존심'과 '역사적 자존심'의 상충되는 현시점에서 호남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남의 선거 행위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것은 덜 떨어진 인간이나 파쇼들이나 하는 짓이고 또한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남의 결정에 대하여 조언을 구하지 않는데 먼저 충고를 하는 것은 내 성향이 아니지만 만일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예상되는 질문에 내가 미리 답한다면 내 대답은 이렇다.


 

 


 

"민통당 후보나 통진당 후보에 표 주기 싫으면 기권"


 

"박근혜가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가 새누리당 소속이며 TK의 적자라는 것, 그 것이 문제"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