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언어들 사이에 등급이 있다는 생각은 그리 흔하지 않은 생각은 아닙니다. 동남아시아 몇몇 나라들의 언어나 일본어를 표현력이 떨어지거나 품위 없게 들린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고 독일어나 라틴어가 학문 발전이나 추상적 사유에 유리한 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철학자들이 있었죠. K-Pop을 좋아하는 서양인들 일부는 한국어를 유난히 아름다운 말이라고 느낄겁니다. 배우기 힘든 정도로도 언어들을 나눌 수 있죠. 분명 영어는 독일어나 아마 프랑스어 등보다 배우는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근데 그건 영어의 단점일 수도 있지만 역으로 그만큼 영어가 풍부한 언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도 있죠.


저는 개인적으로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중국어를 높이 칩니다. 라틴 계통 언어들 중 스페인어가 빠진건, 왠지 스페인어는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보다는 덜 음악적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중국어도 성조로 인한 풍부한 음악적 표현력이 마음에 듭니다. 협객들과 충신들의 울분과 연인들의 밀어와 악인들의 사악함과 간교함을 중국어처럼 농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없을듯 합니다. 어릴 때부터 중국 영화들을 많이 본 탓에 생긴 고정관념일 수도 있습니다. 독일어의 경우는 샤프한 남정네의  잘 만든 조각상같은 매력에 끌리죠.


저는 일본 드라마, 일본 애니, 일본 영화에 빠지기 전에는 일본어가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소리가 제한되어 있고 부드럽지 않은 말로는 어떤 보편적인 인간적 상황이든 간에 그 상황이 야기하는 정감이나 기분이나 그 상황의 뉘앙스를 정확하고 깊이있게 표현하기 힘들거라고 믿었죠. 그치만 사실 그렇게 믿었을 때도 일본 문학은 이미 노벨상 수상자를 두 명 이상 배출해 놓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일본어를 다른 나라 말들로 번역되면 그 독특한 매력이 상실되는 시들과 노래들이 그 안에서 창조될 수 있는, 세계문학 수준의 소설들과 세계영화사에 등재되는 영화들을 만들어냈던 나라를 가능하게 했던 말이라고 믿습니다.


언어들 사이에는 등급이 있지만 등급을 재는 기준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입니다. 그 복수의 모든 기준들에서 일관되게 상위에 있는 언어와 그렇지 못한 언어를 나눌 수는 없습니다. 아니 만의 하나 그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때의 그 고급함은 언어 자체의 잠재력의 고급함이지 구체적인 언어행위의 고급함이 아닙니다. 그 언어 자체의 탁월한 잠재력이 올바르고 아름다운 일상 언어사용, 보편적 호소력을 지닌 문학작품들과 음악작품들, 높은 수준의 학술 논문들 및 저작들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 언어는 결과적으로 품위 없는 언어, 인류에 이바지 하지 못한 언어, 인간적 현실을 구성하는 힘이 부족한 언어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