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저도 잘 모르는 교육운동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곳에서 시안으로 내놓은 것이긴 하지만 올바른 길로 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같아 기쁩니다.
선행학습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이를 법으로 제한하자는 취지의 '선행학습 금지법'입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705230231&section=03

자녀를 두고 학교 공부의 내용, 그리고 시험 내용을 좀 들여다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금 학교에선 이 선행교육 때문에 난리도 아닙니다.
사교육을 부채질하는 두 가지 가장 중요한 요인을 꼽는다면 첫째가 쓰잘데기 없는 영어 교육과 두번째로 선행교육이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영어야 뭐 더 말해서 무엇하리오라고 할 정도니까 길게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겁니다.
원어민 발음 나오는 것 보려고 생쑈들을 하는데 가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뿐입니다. 영어에 한이 맺히고 열등감 돋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죠.

그 다음 선행교육은 사교육이 공교육의 코를 꿰서 질질 끌고 다닐 수 있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다만 어느 지점에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공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나 기관의 일부가 사교육의 이런 전략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저는 봅니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진도보다 먼저 달리고 있는 사교육의 효과가 학부모들에게 체감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는 말이죠. 이것은 사교육과 공교육의 공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시험지 좀 들여다 본 분이라면 대번에 아실 수 있는 일입니다. 저는 이 일로 학교를 찾아 가서 따지겠다고 하다가 집사람하고 싸운 적도 있습니다. 결국 학교 선생님을 찾아 가지는 못 했습니다만.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고 혹은 가르쳤던 내용을 사교육으로 다시 가르치는 것에 대해 저는 전혀 반대하지 않습니다.
학교 공부 잘 따라가는 아이들은 이런 걸로 사교육장을 찾을 까닭이 없죠. 뒤떨어진 아이들이 공부하겠다는데 반대해서도 안 됩니다.
더구나 이런 정도의 교육을 하는데 사교육이 공교육에 방해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보완 역할을 해서 학교 공부 시키는 게 더 쉬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선행교육 조금 더 범위를 확대한다면 확대교육은 심각한 문젭니다. 공교육 진도보다 앞서거나 혹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내용을 사교육이 가르치고 이게 학교 시험에 문제로 나온다면 공교육은 사교육에 끌려 다니는 꼴을 면할 수 없죠. 그런데 지금 학교는 완전히 이런 상황입니다.
아줌마들 사이에선 6개월 선행학습이 필수라는 말이 돌고 있는 정도입니다. 중학교 아이들에게 미분 적분 가르치겠다고 난리입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아이가 좋은 점수를 받는 건 당연하겠죠. 그런데 남들이 모르는 걸 어디서 배워와서 그것으로 좋은 성적을 받겠다는 건 줄 서 있는 대열에 새치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짓입니다. 운전하다가 다수의 새치기 운전자들 때문에 길이 엉망진창이 되는 것은 다들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지금 교육이 딱 이 모양이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지금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과목 수는 줄여야 하고, 난이도는 지금 정도로도 차고 흘러 넘칩니다. 난이도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선행학습이 학교 교육에서 효과가 나는 경로를 완전히 차단해야 하고, 교육부에선 대학입학 자격시험 정도로 변별력을 크게 줄인 시험만 치르게 해야 합니다.
그 다음은 각 대학이 알아서 학생 뽑게 놔둡니다.
서울대는 90% 이상이 좋은 학생 줄세워 뽑아 간 덕에 지금의 지위에 오른 것입니다. 교수진과 교육이 좋아 지금과 같이 된 것이라고 하고 싶겠지만 그러려면 무작위로 학생을 데려가도 우수한 연구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학교를 위해 굳이 국가 교육을 희생해가며 학생들의 촘촘한 변별력을 드러내는 시험을 보게 할 필요 전혀 없습니다.

선행학습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반가워서 적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