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부터 지방국립대의 선두인 경북대와 부산대는 위상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몇몇 인기학과는 전국대학 top 5 수준이었다. 서울대 인기학과에는 점수가 모자라고 연고대 인기학과에는 점수가 남지만 가난해서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이 들어갔다.

국립대 예산의 대부분을 서울대가 가져가고 여기에 지방 경제의 쇠락, 수도권 경제의 발달 및 교통의 발달로 지방 국립대의 메리트가 점점 사라져 우수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반면에 수도권 사립대는 많은 투자가 이루어 위상이 높아졌다.

서울대 폐지와 국립대 연합체를 1980년대에 실시했으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 것 같다. 당시에 지방국립대들은 수준이 꽤 높은 학생들이 많았고 사립명문대의 투자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대 학부 폐지로 학벌 폐해 개선의 효과가 있었을 듯하다.

국립대 연합체의 위상이 연고대 이하의 수준으로 수렴하면 1등만 알아주는 한국 사회에서 우수학생들은 수도권사립명문대로 몰릴 것이 뻔하고, 한국같은 연줄사회에서 이들이 카르텔 이익을 포기할 리도 없기 때문에 학벌 폐해가 해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서울대 폐지는 서울대의 사회적 자산 과실을 연고대가 나눠가지는 것, 그래서 연고대가 서울대를 대신하는 것 외에는 달라질 것이 없다. "대학 서열화 완화와 입시 문제 해소, 고교 교육 정상화, 지역균형 발전, 대학경쟁력 강화"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지역 소재 사립대 전체를 통폐합하지 않는 이상 서울대 폐지만으로는 학벌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서울대 페지 법으로 달라질 것도 없는데 더 나빠질 것도 없다. 물론 서울대 졸업생들에게는 유감이겠지만... 

만약 서울대를 폐지하고 국립대 연합체의 수준을 유지하자면 각 캠퍼스에 대한 투자를 국립대 평균수준이 아니라 지금의 서울대 수준으로 해야한다.  재원 확보 방안과 지방국립대의 무임승차를 막기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서울대 폐지 공약은 선거전에서는 서울대 출신들에게 기존 소셜네트워크 자산을 빼앗는 것이 때문에 새누리당을 지지할 확실한 유인이 되고 비서울대 출신에게는 굳이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에 폐지 공약은 그들이 민통당을 지지할 유인이 되지 않는다. 

대선공약으로 서울대 폐지 공약을 내 건 것은 민통당에 핸디캡이다.  혹시라도 서울대 폐지 공약이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면 착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민통당이 기대한 학벌 문제의 해결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뻘짓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 서열화 자체는 문제삼을 꺼리는 아니라고 본다.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이 필요하다.  다만 공정한 경쟁. 그리고  출신대학과 별개로 학생 개인의 개별적 특수한 역량을 제대로 발휘,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풍토가 중요하다.  

그러한 여건과 풍토를 갖추려는 노력 없이 서울대 폐지만으로는 학벌의 폐혜는 사라질 수 없고,  서울대 폐지 없이도 그러한 여건과 풍토를 갖추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학벌의 폐해는 극복할 수 있다.  학벌 문제의 본질은 불공정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