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FM방송이 없어질거라고 합니다. 집에 제법 좋은 튜너가 2대나 있는데
이걸 버려야할 때가 오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그래서인지 이전 아날로그 튜너 명기가 
장터에 자주 나옵니다.  그러면 더 불안해지죠. 어두운 방에서 가만히 빛이 나는 이전 튜너들의
시그널 바늘의 움직임은 묘한 안도감을 전해 줍니다.
 

TV 아날로그 방송은 이제 사라졌죠 ?  어릴적 밖에서 안테나 돌리고, 방에서는
"잘 나온다" "안나온다" "그만 그만.. 왼쪽으로 조금더" 이런 소리를 지르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외국에는 위성 FM방송도 나오고, 개인방송국도 엄청나게 많네요.

 

어떤 사람들은 교통방송 때문에 아날로그 FM이 사라지지 않을거라고 합니다.

지금의 라디오 FM이 좋은 것은 좀 다른 이유인데요... 그건  아날로그 라디오가 
아주 수동적인 기기때문이죠.  그냥 전원넣고 켜면 됩니다.... 고르는 것은 방송국인데,,,
대략 잡히는 방송이 한 10개정도 되지만 실제 듣는 것은 클래식 음악방송 하나 뿐입니다.
가끔 아침에 뉴스 방송듣거나 하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적습니다. 다른 FM는 젊은 DJ들의
수다스러움이 너무 싫어서 다 지웠습니다.

 

이에 비하여 TuneIn 같은 디지털 방송에는 방송국이 무려 1,000 여개나 있지만 선택은
오히려 안락함을 빼앗아 갑니다. 다양하긴 하지만 더 좋은 것을 찾는 일은 무척 피곤합니다.
또 그 스트리밍 사이트 관리하는 일도 피고한고요. 컴퓨터나 아이패드 켜야죠....방송국 선택해야죠..

켜고, 윈도우 올라오는 동안 기다려야죠..3-4분. 또 그 놈의 업데이트는 뭘 그리 자주 올리는지.

특히 버퍼링이 되면 그것도 참 짜증납니다. 한곡 들으려면 마우스 클릭질은 한 10번은 해야 합니다.

골라서 듣는것이 이런 때는 정말 싫습니다.  피곤하죠...  더 나은 사이트를 찾아서, 음악듣는 것은
제쳐두고 왼종일 인터넷에서 나부됩니다.  이에 비하면  아날로그 튜너는 정말 간단합죠.


전원켜면, 그냥 소리가 나옵니다. 시간은 약 1.2초 정도.  곡이름도 모르지만 그냥 듣습니다.

아날로그 방송의 안좋은 점 하나는.. 곡명을 알 수 없다는 것인데요. 한번은 정말 좋은 노래가

나왔는데.. 레스피기 곡같기도 하고..그 곡 찾으려고 관련 시대 작가들 곡 무지 찾아서들었는데

결국 못 찾았습니다. 방송국 사이트에 가서 선곡 화일 다 뒤졌는데요, 그 시각도 기억이 잘 안나고...

곡명을 모르는것이 더 좋을 때가 있어요. 그냥 그리워하죠.
흔적만 남기때문에.... 곡을 알았다면벌써 한 100번쯤 듣고..그 곡은 버렸을 겁니다.
바람같이 왔다가 그 마지막 현의 여운을 남기고 가버린 그 곡이 무척 생각납니다.

 

요즘들어 부페에서 하는 식사가 싫은게, 이건 제가 적극적으로 뭘 먹을까 고르고 고민하고..

이러죠. 때로 줄도 서고...우두커니 줄서서 앞 사람 초밥 집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꽤 괴로운 일입죠.   앉아 있으면 종업원이 척척 가져다주는 그런 식당이 요즘 그립습니다.
 

종교에 심취하는 것도 이런 심정이 아닐까 합니다.  그냥 알려주는대로 믿는 것이죠.

그 뭐랄까 수동적 삶이 주는 그 묘한 안락함이라고나 할까....

똑똑한 여자분이 사귀는 남자들에게 어이없이 복종하는 것이나, 
칼같은 성격의 남성이 별 대수롭지도 않은 여인에게  꼼짝없이 잡혀 사는 것이라든지.   
한용운의 시에도 .. 복종이 좋다고. 그랬다죠. more than의 선택이 어떤 경우에는 유일한
대안보다 더 나쁘기도 합니다. 바닷가, 산, 호수가 모두 놀러갈 수 있는 사람이 산에만 겨우
갈 수 있는 사람보다 더 불운한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고민하다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음악을 연주가 별로 따로 수집하고, 또 같은 연주가에 대해서도 시대별로 구분하여
핀셋으로 콕콕 찝듯이 들어보는 것도 좋지만, 연주가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듣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곡이 더 잘 들립니다. 저는 가끔 TV에서 소리를 모두 꺼고 보곤
하는데 그러면 연기자들의 모습이 훨씬 더 잘 보입니다. 정말 재미있죠.
그 동안 미친듯이 모은 음원.. 한 1 tera정도되려나... 이 놈이 이제 짐이 되네요.
살아있을 동안 1번이나 다 들으려나 모르겠네요.  목적이 음악이 아니라 강박적 수집이었네요. ㅠㅠㅠ
 

아날로그 FM 방송이 저는 좋습니다.  가만히 복종하고 들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몇년안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니 좀 걱정이 됩니다. 오디오 기기 좀 정리하고
단출하게 튜너 한개, DAC amp하나, 스피커 한 조만 남기고 방에 있는 것 싹 정리할까 합니다.
ㅎㅎ 이런게 나이가 드는 건가요 ? (수정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