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애완 동물과 다르다
 

나는 여러 경로를 통해 여자가 모성애를 자극하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말로 하면 여자가 불쌍해 보이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인간의 아주 먼 조상 때부터 암컷에게 모성애 메커니즘이 진화했을 것이다. 그리고 수 억 년 동안 그 메커니즘은 변화는 겪었겠지만 퇴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모성애 메커니즘의 작동이 완벽할 수는 없으므로 짝짓기라는 맥락에서 모성애 메커니즘이 전혀 작동(일종의 오작동)하지 말라는 법은 없어 보인다. 어떤 메커니즘이든 오작동할 수 있다.

 

실제로 모성애 메커니즘이 오작동하는 사례가 있어 보인다. 애완 동물을 자신의 자식처럼 또는 그에 버금가도록 돌보는 여자들이 있다. 그런 여자들은 실제로 “엄마가 먹여 줄께”라는 식으로 말을 하기도 한다. 모성애 메커니즘은 원래 인간인 자식을 위해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런 메커니즘이 개 같은 동물에게 오작동할 수 있다면 인간인 남자에게 오작동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애완 동물과 남자의 경우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인류가 진화한 사냥-채집 사회에서는 애완 동물을 키울 일이 거의 없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개와 같은 동물을 길들이기 전에는 야생 동물을 애완 동물로 키울 수밖에 없었는데 그럴 일은 일어나기가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성애 메커니즘에 동물에게 오작동하는 취약성이 있다고 해도 포괄 적응도에 별 해를 끼치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모성애 메커니즘이 짝짓기의 맥락에서 남자에게 오작동하는 여자가 있었다면 그 여자는 번식 경쟁에서 심각한 패배를 맞볼 가능성이 매우 컸을 것이다. 왜냐하면 동물에게 모성애를 잘못 쏟아서 번식에 차질이 생길 가망성은 거의 없었겠지만 남자에게 모성애를 잘못 쏟을 가능성은 매우 컸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성애 메커니즘은 어떤 생물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생물이 아기인지 어른인지 여부를 잘 구분하도록 설계되었을 것 같다. 만약 아기라면 모성애 메커니즘이 작동할 것이며 어른이라면 작동하지 않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구분을 잘 못하던 조상 여자는 제대로 번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반면 그 아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별로 따지지 않도록 모성애 메커니즘이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시기에는 엉뚱한 아기를 키울 가능성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는 아무 아기나 친자식처럼 매우 사랑하도록 진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냥-채집 사회에서도 계모가 될 가능성은 상당히 많았다. 계모임에도 불구하고 의붓자식을 정성을 다해 키우는 것은 적응적이지 않다. 따라서 여자는 자식이 친자식인지 의붓자식인지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는 어떤 힌트를 바탕으로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계모임을 알게 되는 것일까? 아직 이런 것을 다룬 연구를 본 적은 없다. 어쩌면 갓난 아기를 입양할 때에는 그런 힌트가 작동하지 않아서 여자가 입양아를 무의식의 수준에서는 친자식으로 오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양부모가 계부모에 비해 자식을 더 사랑하는지 여부, 양부모가 친부모만큼 자식을 사랑하는지 여부를 다룬 연구를 본 적이 없다. 미국 같은 나라의 통계를 보면 양부모가 오히려 친부모보다 자식을 덜 학대한다. 어쩌면 그 이유는 양부모가 무의식적으로 친부모라고 오해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글의 주제로 돌아와보자. 요약해보자면 여자의 모성애 메커니즘은 두 가지를 명확히 구분하도록 설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첫째, 그 자식이 의붓자식인지 친자식인지를 구분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둘째, 그 사람이 아기인지 어른인지 여부를 구분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친자식과는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짝짓기의 맥락에서는 모성애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자들이 짝짓기의 맥락에서 모성애가 작동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랑 메커니즘의 계산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여자에게 “왜 저 남자와 사랑에 빠졌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모른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은 맹목적이고 결혼은 계산이라는 말이 있다. 사랑에 빠질 때에는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그냥 자신도 모르게 빠지는 반면, 결혼을 할 때에는 이것 저것 계산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의식의 수준에서는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온갖 진화 심리학 연구를 볼 때, 그리고 진화론의 논리를 생각해 볼 때 인간이 사랑에 빠질 때 무언가 계산(정보 처리)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단지 어떤 식으로 계산을 하는지를 자기 자신도 잘 모를 뿐이다. 이것은 인간이 망막에 맺힌 시각상을 바탕으로 세상을 볼 때 시각 처리 메커니즘이 어떤 계산을 하는지를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그것을 의식적으로 안다면 시각학자들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시각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망막에 맺힌 정보로부터 색감이나 공간감을 창조해낼 때 엄청나게 복잡한 정보 처리가 이루어진다고 확신하며 그 중 일부를 밝혀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것들이 미궁에 빠져 있다.

 

사랑에 빠질 때 어떤 요인들이 무의식적으로 고려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많은 여자들이 “모른다”라고 답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많은 여자들이 잘못된 대답을 내 놓는 것 같다. 여자는 자신이 사랑에 빠진 이유를 의식적으로 추측하기도 하는데 그 추측이 맞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왜냐하면 계산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여자는 자신이 2차원 망막상에서 3차원 공간을 어떻게 추론해내는지에 대해 전혀 모른다. 마찬가지로 여자는 남자들에 대해 자신이 얻은 정보들에서 누구와, 언제, 어떻게 사랑에 빠질 것인지를 어떤 식으로 계산해내는지에 대해 거의 모르는 것 같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
 

대체로 잘생기고, 힘 세고, 건강하고, 젊고(하지만 너무 어리지는 않고), 머리 좋고, 착하고, 안정적인 남자 즉 잘난 남자와 결혼해서 자식을 낳는 것이 더 적응적이다. 사랑 메커니즘이 결국 결혼과 육아를 위한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 같다면 그런 남자와 사랑에 빠지도록 설계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조건이 같지 않다.

 

여자는 우선 자기 주변의 남자들을 위에서 나열한(그리고 나열하지 않은) 각 특성에 따라 점수를 매길 것이다. 즉 남자들을 평가할 것이다. 사랑 메커니즘은 그런 평가 메커니즘이 계산해 낸 정보를 바탕으로 작동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남자와 사랑에 빠져라”라는 식으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응적으로 사랑에 빠지기 위해서는 남자에 대한 평가 말고도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더 있다. 적어도 두 가지를 더 고려해야 한 것이다. 첫째, 자신의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 자신이 매우 못생겼고, 허약하고, 나이가 많고, 머리가 나쁨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있는 남자 중 가장 점수가 높은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면 그 여자는 평생 결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남자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자신을 깊이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했다가는 버림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여자가 남자 A와 남자 B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자. A는 잘난 남자다. 반면 B는 여러 모로 불쌍한 남자로 소위 모성애를 자극하는 남자다. 이 때 여자는 A가 아니라 B와 사랑에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는 B와 사랑에 빠진 이유가 모성애를 자극하는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유는 다른 곳에 있는데도 말이다.

 

여자가 B와 사랑에 빠진 이유는 모성애를 자극하는 못난 남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모성애를 자극하는 못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일 수 있다. A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B가 훨씬 더 깊이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B가 못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일 수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여자가 무의식적으로 A는 쳐다 보았자 짝사랑으로 결말 날 가능성이 매우 큰 너무 높은 나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자신의 처지를 고려해 보았을 때 못난 남자인 B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더 적응적이라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때에도 B와 사랑에 빠진 이유는 “못난 남자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못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다.

 

 

 

 

 

힘 세고 머리 좋지만 싸가지 없는 남자, 힘 약하고 머리 나쁘지만 착한 남자
 

여자가 매우 예뻐서 인기가 높다고 하자. 그 여자 앞에서 두 남자가 경쟁한다. C는 힘 세고 머리가 좋지만 인간성이 더럽다. 반면 D는 힘 약하고 머리가 나쁘지만 착하다. C와 결혼하면 더 좋은 유전자를 얻을 수 있다. 또한 C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과 자식을 더 잘 돌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성이 더럽기 때문에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크다. 버림 받을 가능성도 더 클 것이다. 반면 D에게서는 열등한 유전자를 얻겠지만 D가 바람 피울 가능성도 작고 D로부터 버림받을 가능성도 작다.

 

물론 힘 세고, 머리 좋고, 착한 남자가 있었다면 그 남자를 선택했을 것이지만 그런 남자는 없다고 하자. 이 때 여자가 D와 사랑에 빠졌다고 하자. 여자의 사랑 메커니즘은 D의 인간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그의 못난 측면에도 불구하고 그를 선택한 것이다. 이 때 여자의 의식은 D가 모성애를 자극하기 때문에 D와 사랑에 빠진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모성애를 자극하기 때문에”가 아니라 “모성애를 자극함에도 불구하고”인데 말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여자가 돈 없고 잘생긴 남자가 아니라 돈 많고 못생긴 남자를 선택했다면 그 이유는 못생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돈이 많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남자가 불쌍해 보일 때
 

이미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돕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 강력한 동정심이 작동한다. 동정심은 모르는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에도 작동하지만 친족, 친구, 애인(또는 부부) 사이에서는 더 강력하게 작동한다. 또한 친족의 경우에는 근친도(degree of relatedness)가 높을수록, 친구의 경우에는 우정이 돈독할수록, 애인의 경우에는 사랑이 깊을수록 동정심은 더 강력하다.

 

여자의 애인이 곤경에 빠졌을 때에도 이 동정심이 강력하게 작동할 것이다. 이런 현상을 경험한 여자들이 “모성애를 자극하는 남자를 좋아하게 된다”라고 믿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오해인 것 같다.

 

첫째, 그것은 모성애가 아니다. 그 동정심은 친족애의 일종인 모성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화 심리학자들이 낭만적 사랑이라고 부르는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다.

 

둘째, 불쌍해 보여서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또는 어느 정도 좋아하기 때문에) 불쌍해 보이는 것이다. 즉 동정심이 사랑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강력한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사랑 메커니즘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여자는 자신이 언제 사랑에 빠졌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를 것이다. 여자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알게 된 것은 무의식적 사랑 메커니즘이 사랑에 빠지기로 결정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때일 수도 있다.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사랑 메커니즘이 무의식적 수준에서 어떤 남자와 사랑에 빠지기로 결정한다. 그 다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 남자가 불쌍해 보이는 처지에 빠진다. 이미 어느 정도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여자는 강렬한 동정심을 느낀다. 그 후 여자는 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된다. 그러면 여자는 인과 관계에 대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동정심을 유발한 남자의 처지 때문에 사랑에 빠졌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 이전에 사랑에 이미 빠져 있었으며 그 때문에 강렬한 동정심이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진화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
 

그 동안 진화 심리학자들을 비롯한 온갖 심리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이 온갖 설문 조사를 통해 여자의 취향을 조사했다. 그런 조사에서는 한결 갈이 여자가 잘생기고, 힘 세고, 건강하고, 젊고(하지만 너무 어리지는 않고), 머리 좋고, 착하고, 안정적인 남자 즉 잘난 남자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것은 잘 봐 주어봤자 여자의 평가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 결과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여자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남자와 항상 사랑에 빠지도록 설계되었을 것 같지 않다. 여자의 사랑 메커니즘은 평가 메커니즘이 산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온갖 요인들도 같이 고려해서 누구와, 언제, 어떻게 사랑에 빠질 것인지를 계산해낼 것이다.

 

또한 여자가 사랑 메커니즘의 입력 값으로 사용하는 평가 값을 계산해낼 때도 평가 메커니즘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 따라서 여자가 자신의 평가 메커니즘에 대해 정확히 의식적으로 알고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나는 설문 조사의 결과가 진화론의 논리와 상당히 잘 부합하기 때문에 그것이 무의식적 평가 메커니즘의 작동과 상당히 비슷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 연구를 더 해 보면 실제로 작동하는 무의식적 평가 메커니즘과 여자가 설문 조사에서 답변한 내용 사이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 드러날 것 같다.

 

시각 연구와 마찬가지로 여자의 남자 평가 메커니즘과 사랑 메커니즘을 연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진화 심리학자들이 설문 조사와 같은 방법론으로 연구한 결과들이 진화론의 논리와 잘 부합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당히 확신하는 것 같다. 또한 평가 메커니즘과 사랑 메커니즘은 구분하는 것도 게을리하는 것 같다.

 

나는 위에서 여자가 자신의 사랑 메커니즘의 작동을 오해하기 때문에 모성애를 자극하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믿게 되기도 한다는 추측을 제시했다. 이 가설을 검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당장은 어떤 식으로 검증할지 전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어쨌든 여자가 모성애를 자극하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속설은 여자가 잘난 남자를 더 높이 평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온갖 조사 결과와 정면으로 모순된다. 그리고 못났다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매우 부적응적이다. 따라서 여자가 못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떤 이유 때문에 그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모성애 메커니즘이 오작동했다고 보는 것보다 더 그럴 듯해 보인다.

 

 

 


2009-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