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의 비전2030에 대한 소개를 겸해 최근 아크로 게시판에 오갔던 저출산 문제와 연관된 예전 포스팅( 마비끼(間引き)를 아십니까?)을 올려봤습니다. 그랬더니 흐르는 강물님께서 꽤 장문의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그래서 한번쯤 흐르는 강물님이 나눠주신 상황인식을 같이 점검해  보는 것도 유익하겠다 싶어서 또 다른 예전 포스팅(원문링크)을 가져와 봅니다.

2008년 10월 15일자 포스팅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환율문제로 동네북이 되었던 시기죠. 아무튼 흐르는 강물님의 상황인식은 이런 겁니다.

먼저 외평채 손실이라는 것을 아시는지요
다음으로 선물거래해서 손실난거는 누가 메꾸나요 - by 흐르는 강물

자 과연 흐르는 강물님의 상황인식과 실제 상황에는 얼마만큼의 간격이 있을까요? 함께 그 탐사여행을 떠나 보시죠.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시점은 2008년  10월 15일입니다.


환율과 억울한 최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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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넨셜 타임즈 10-15일 기사에서 인용


요 몇 일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을 보며 문득 최중경씨가 떠 올랐습니다.


최중경씨야 다들 아시다시피 노무현 정부 초기에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을 맡고 있을 당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펼친 끝에 아래 보시다시피 2003년 봄부터2004년 가을까지 대략 환율을 1150-1200원 수준으로 묶어 놓는데 큰 공헌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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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04년 가을이 되자 드디어 시장의 압력에 밀려 원화는 1달러에 대략 1000-1050원 수준으로 밀려납니다. 달러당 대략 150원 정도 빠진 셈이죠. 즉 2003년 봄부터 2004년 가을까지의 이 기간 동안 최중경씨는 거의 14조 원에 달하는 원화를 풀어서 별의 별 방법을 총 동원하여 환율 하락을 막아냈습니다. 그 중에 한 가지가 나중에 두고 두고 최중경씨의 꼬리표로 낙인 찍힌 역외선물환시장(NDF: Non Deliverable Forward)에 개입했다가 1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는 오명이죠.


사실 이데일리가 2004년 10월에 재경부와 한은간 외평기금 이자비용을 비교해서 1조 8천억 원의 차이를 밝혀낸 걸, 당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끈질기게 재경부에 외평기금 이자비용 내역을 요구한 뒤에 결국 이헌재 당시 부총리를 몰아붙여 정부가 역외선물환시장에 자금을 투입했다가 환율하락에 밀려 1조 8천억 원의 손실을 입은 사실을 자백(?) 받아 낸 걸로 유명하죠. (관련기사)


덕분에 이런 악명(?)이 최중경씨가 이명박 정부에서 재정부 차관에 올랐다가 결국 강만수 장관의 대타로 7월에 경질이 되는 수모를 겪는데 일정 부분 공헌을 하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곧 필리핀 대사로 임명이 되었으니, 솔직이 요즘같이 경제 사정이 골치 아플 때 필리핀 대사로 가서 머리를 좀 쉬다 오는 것도 과히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관련기사)


아무튼 최중경씨 하면 떠 오르는 이미지는 'NDF에서 무리하게 파생 상품에 손 대었다가 1조 8천억 원 날려 먹은 사나이'라고 보셔도 대략 무방할 듯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10월 8일에서 10일 사이의 한국의 외환시장은 거의 미친 상태에 가까웠죠. 맨 위에 제가 파이넨셜 타임즈 기사에서 인용한 도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1달러에 1300원은 기본이고 10일의 경우 장중 1400원 후반 대까지 환율이 밀렸었죠. 이걸 우리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겨우 오버 슈팅이 되는 걸 막아낸 겁니다. 머니투데이의 기사를 보시면 10일에는 "최근 들어 가장 강한 개입"을 보이며 외환당국이 작심을 하고 개입을 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날 거래된 외환이 거의 55억 달러 정도이니 정부가 풀어 놓은 달러가 최소한 수십억 달러 수준이 아닐까 짐작을 해 봅니다.


자~~


이제 다시 시계 바늘을 2003년 가을에서 2004년 봄으로 돌려보죠. 2003년 당시 정부이던 노무현 정부는 사정이 그렇게 좋지 못했습니다. 경제 회복도 지지부진했고 그나마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도 2003년 초 달러당 1250원이던 환율이 1200원 이하로 미끄러지기 시작하자 환율 방어가 정부의 경제 정책의 큰 화두가 되던 시점이죠. 당시 마땅한 내수 진작책이 없던 상황에서 어찌 보면 수출에 목을 건 당시 정부를 뭐라고 할 수만은 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물론 당시 정부의 환율 방어를 위한 이런 노력들은 "외평기금 누적적자 13조원, 대책마련 시급" 같은 여론의 공격만을 받고는 했죠.


그런데 요 몇 일 외환당국은 대략 1300-1450원 사이에 수십억 달러의 외환을 외환시장에 팔아 치웠습니다. 한번 산수를 해 보기로 할까요? 2003년부터 2004년 사이에 14조원을 대략 1150-1200원 사이에서 달러로 바꾸었다고 말씀 드렸죠? 그 일부를 최근 몇 일 사이에 1300-1450원 사이에 처분한 것이고요. 이게 얼마만큼의 환차익일까요?


이제는 필리핀에 가 있는 최중경씨가 지금쯤 마닐라에서 배를 움켜쥐고 속 쓰려 할 이야기지만 당시 최중경씨가 1조 8천억 원이나 나라에 손해를 입혔다는 NDF 건도 당시에 1150-1200원 수준에서 달러를 매입했다가 결제일에 손실을 보게 되자 차기월물로 롤오버하는 거래를 통해서 손실확정을 피해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건 재정부는 당시 만들어진 포지션을 지금까지 계속 롤오버해 왔다고 하네요. (알파헌터님 블로그 참조) (참고로 알파헌터님 블로그에는 당시 최중경씨의 달러 매입 가격이 950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약간 사실과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튼 결국 이게 재정부의 현명한 판단이던 아니면 손해가 확정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관료들의 매너리즘의 산물이던 당시 그렇게 욕을 먹던 최중경씨의 외환정책은 결국 막대한 환차익으로 결말이 난 셈이라는 것이죠. 최소한 2008년 10월 중순의 상황에서는 말이죠.


이제 대충 결론을 내 보죠. 제가 글 중에 소개해 드린 알파헌터님의 블로그글에서 알파헌터님이 주장하듯이 저 역시 현재 외환보유고를 풀어서라도 외환당국이 추진중인 환율 상승 억제책에 찬성을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일반적인 행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최소한 최근의 외환시장 개입은 적절했다고 봅니다. 잘한 건 잘했다고 칭찬도 해 줘야죠. 그리고 매사를 좁은 시야로 판단해서 집권 정부를 까대기만 하는 우리 언론의 기사질도 사실 반성할 건덕지가 많다는 생각입니다. 최소한 외환보유고 같은 문제는 1-2년 단위로 판단해서 누적 적자가 얼마라는 식의 단세포적인 기사 쓰기는 정말 지양해야 할 태도라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