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끼(間引き)를 아십니까? 
이런데도 복지 예산을 안 늘릴 텐가?

2006-9-15 서프에 올렸던 글입니다. 최근 아크로에 애 낳기 힘든 사회라는 주제에 많은 분들이 토론하시는 모습을 보며 예전 생각이 나서 올립니다. 6년전에 이미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비책을 서둘렀던 참여정부가 있었습니다.

(1) 서론 

마비끼(間引き)란 우리말로 하면 ‘솎아내기’ 라는 일본 말입니다. 왜 할머니들께서 뒷밭에 나가셔서 너무 촘촘히 자라는 야채들을 솎아냄으로써 남은 야채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시죠? 그런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마비끼’ 라는 말에는 한 가지 뜻이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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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태어난 신생아의 가슴을 눌러 죽이는 산파를 마귀에 빗대어 그린 그림

조금 끔찍한 그림이라 죄송합니다만, 옆 그림의 배경 설명을 조금 드리자면… 

일본이 아직 봉건사회이던 시절, 특히나 토쿠가와 막부 시절 (1600-1864) 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낙태나 신생아살해가 공공연히 일어났습니다. 특히나 막부 후기로 가면 그런 현상이 점차 심해집니다. 

이런 일이 빈번한 배경이야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일본이 성적으로 워낙 열린사회라 혼외 성관계가 횡행한 것도 한 이유가 되지만 실제로 가장 큰 이유는 농민들의 빈곤을 들 수가 있습니다. 

무사 계급이나 도시의 부유한 상인들이 낙태라는 방법을 선호한 반면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농민들에게는 밥숟가락 하나라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태어난 신생아를 죽여 버리는 꽤나 무식하지만 돈이 별로 들지 않는 저렴한 방법을 동원해서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을 도모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신생아살해의 방법도 다양해서 목을 졸라 죽이는 교살, 가슴을 눌러 질식사 시키는 압살, 그냥 땅에 묻어 버리는 생매장, 그나마 조금 고상한 방법은 창호지에 물을 묻혀 아기의 얼굴을 덮어 버리는 방법들이 있었죠. 혹시 아침에 이 글을 읽는 분들의 비위가 상하시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여러모로 죄송하네요. 

이런 신생아살해를 거칠게 표현하는 말이 바로 [마비끼(間引き)] 입니다. 

당시의 일본의 상황에서 농민들은 너무나 무거운 세금 아래서 기존의 식구들의 최소한의 생활이라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신생아살해 (마비끼) 라는 방법이 폭넓게 인정되고 있었습니다. 

가령 조선이나 중국의 경우 지주라는 계급이 강력한 무장력을 24시간 365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기껏해야 머슴들을 동원해서 멍석말이 정도나 하는 것과 달리 막부 시스템의 일본은 사무라이라는 지배층이 막말로 늘 칼을 차고 다니며 즉시 무력으로 농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당시 일본의 농민들에게는 농민 반란이라는 것은 참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결국 외부로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고 사회적인 변혁을 추구할 수도 없는 구조라면 사회적 약자의 최후의 선택은, 결국은 식구 수를 줄여 제한된 가용자원으로 남은 가족들의 생존을 추구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죠. 장래의 노동력의 감소에 대한 우려보다는 현재 살아가는 삶의 팍팍함을 조금이라도 덜어 보자는 어찌 보면 자학에 가까운 처절한 반란(?) 이라고도 볼 수 있죠. 

하지만 18세기 들어 이런 식의 노동력 감소는 결국 중앙정부 (막부) 와 지방정부 (번) 양쪽에 심각한 문제점들을 야기합니다. 당장 쌀로 세금을 걷는데 노동력 부족에 의한 농작물의 생산이 줄어드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결국 토쿠가와 막부 후반에 막부는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서 농촌의 인구증가를 장려합니다. 뭐 다들 쉽게 떠 올리실 수 있는 (ㄱ) 도덕적 훈계, (ㄴ) 형법상의 규제 그리고 (ㄷ) 재정적 지원 등입니다. 위에 제가 올린 그림도 사실 막부 후기의 마비끼의 금지를 홍보하는 그림책의 내용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 그림책들을 만들어 농촌에 보급함으로써 도덕적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노력한 거죠. 마찬가지로 낙태나 마비끼를 실시하는 사람들을 엄하게 처벌하는 법적 장치도 대거 도입합니다. 

하지만 이런 도덕적, 형법적 방법은 거의 실효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다만 당시 일본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실시한 재정 보조금 지급은 2006년이라는 현 시점에서 보더라도 꽤나 세련된 진보적인 내용이었답니다. 즉 대가족을 권장하기 위해 금전적인 지원과 각종 사회적인 지원이 실시되었습니다. 

이후 막부가 붕괴되고 천황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일본 정부가 제국주의라는 모토를 중심으로 부국강병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인구의 증가는 곧 국력의 상징으로 변하면서 일본에서의 낙태와 유아살해의 금지와 규제는 점차 그 강도가 높아져 가죠. 강력한 군대를 채워 줄 건장한 젊은이들이 곧 국익인 시절입니다. 뭐.. 지금도 그렇게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일본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원래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일본의 근현대사 공부가 아니니까요. 

(2) 우리나라의 출생률 형편 

우리나라 얘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올해 9월7일에 새로 나온 미국CIA의 월드 팩트북 (World Fact Book) 기억나시나요? 지난주에 나온 건데요. 거기에 보시면 우리나라 군사비 지출이 세계 8위란 얘기도 나오고 구매력기준 GDP 순위도 나오고.. 

그런데 눈여겨보실 부분은 우리나라의 신생아 출산율입니다. 226개 조사 국가 중에서 202등으로 인구 1000명당 10명이 출산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바로 아래가 일본으로 9.37명으로 210등이죠. 하지만 여성 한 명당 태어난 아이의 비율은 한국이 1.27명으로 조사대상 226개 국가 중에서 215위라는 엽기적인 성적표를 보입니다. 일본이 1.40명으로 199등이죠. 우리나 일본이나 도토리 키 재기 수준입니다. 

현대판 마비끼가 따로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나 일본이나 서민들 살아가는 형편이 팍팍한 건 마찬가지이니까요. 

다른 자료 하나 더 보여드리죠. 인구 감소라는 게 별로 실감이 안 나시는 분들께 이게 국방이란 문제와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지 자료를 제시합니다. 

올해 미국의 유명한 국방 연구소인 랜드연구소 (RAND National Defense Research Institute)에서 우리나라 국방부의 요청으로 발표된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블루스 베넷 (Bruce W. Bennett) 이라는 연구원이 현재 우리 국방부가 준비 중인 국방개혁안을 평가한 자료입니다. 사실 관계에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역시나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그들답게 미국의 역할에 대한 약간의 뻥튀기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한국군의 인력구조에 대한 말씀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 위의 보고서에 나온 도표부터 하나 보시죠. 

(죄송합니다. 도표를 찾을 수가 없네요 -.-;;)

한국 통계청에서 가져온 자료로 도표를 만든 겁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1977년부터 2003년까지는 20살이 되는 젊은이의 숫자가 매년 40만 명을 넉넉히 넘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이 되면 이 숫자는 32만 명 이하로 떨어집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출산율도 이때까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2013년이 되면 다시 20살 젊은이의 숫자가 37만 명 수준으로 회복이 되기는 하지만 그 이후로는 꾸준히 감소해서 2020년에는 30만 명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2025년에는 23만 명, 2036년에는 20만 명 이하로 떨어집니다. 얼마 남지도 않은 미래입니다. 

이쯤 되면 정말 별 수 없습니다. 천하에 누가 국방장관이 된다해도 국군의 수를 60만은커녕 40만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됩니다. 

국방부에서 돈을 수백 조원이나 써가며 국방 개혁하겠다는 게 괜한 얘기가 아닙니다. 뭐 돈이 남아돌아서 최신 군사장비를 도입 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어차피 머리수를 채울 사람이 줄어드니 동일한 군사력 수준을 유지하려면 장비로 보강하는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겁니다. 사람이 하는 부분 중에서 기계가 맡을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못한 영역이 따로 있습니다.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화력전이야 어떻게 장비로 메워 볼 수도 있지만 가령 한만 국경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대치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기나긴 두만강과 압록강을 장비로만 막을 수 있습니까? 통일 한국이 와서 남북간의 군사적 대치가 종료된다고 해도 지상군만 최소한 30만은 유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좀 더 넉넉하면 금상첨화고요. 

이런 상황이 코앞에 닥친 지도 모르고 앞으로 30년간 600조가 넘는 돈이 국방비로 드네 어쩌네 하면서 국방 개혁을 전작권 환수와 연결 지어서 정치공세 하는 한나라당의 근시안적인 개념에는 두 손발 다 들었습니다. 

(3) 한나라당의 생각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코스닥 상장법인 최고경영자 세미나에 연사로 초청된 자리에서 "(현 정부가) 복지예산을 늘려 노는 사람들에게 주는 것은 부작용과 폐단이 크다"며 "우리나라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이명박씨의 복지예산관 = 노는 사람들에게 주는 돈 이란 등식입니다. 

이명박씨만 이런 소리를 하고 다니느냐 하면 좀 더 들여다보시죠. 

9월7일에 있었던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강재섭 대표는 물론 강창희 최고위원은 정부가 발표한 ‘비전2030’을 들어 신나게 정부의 복지 예산 증액 계획을 비판했습니다. 

파이낸셜뉴스라는 곳에서는 아예 내년도 복지예산이 10% 증가한 것이 영 못마땅한가 봅니다. 

그 돈으로 저출산, 고령화 대책은 물론, 저소득층의 지원과 교육격차 해소에 투입을 할 예정인데…… 

물론 연구개발에 투자되는 비용이 복지예산의 20% 수준이니 그런 점을 걱정하는 건 일리가 있기는 합니다. 또한 SOC 관련 예산의 증가율도 미미하니 이런 건 노통을 지지하고 말고를 떠나서 장기적으로 눈 여겨 보고 염려해야 할 문제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복지예산 증액을 게을러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하수구에 내다 버리는 돈이라는 식의 관점은 곤란합니다. 

(4) 해결책 (?)

저라고 뭐 딱 부러지는 해결책이 있을 리 있나요. 쟁쟁한 전문가들도 끙끙 매는 게 저출산 정책과 노령화 사회 문제인데요.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국 수준의 대대적인 이민정책이 없는 한 지금과 같은 저출산 기조는 국가의 안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중차대한 이슈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문화가 이민을 쉽게 받아들일 만큼 이질적인 요소가 있는 사람들에게 개방적이기나 한가요? 

그리고 현재의 저출산 기조는 토쿠가와 막부 시절에, 막 태어난 자기 새끼를 눈물을 머금고 마비끼(間引き)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의 가난한 농부들의 심정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엄청난 주택비용, 치열하다 못해 전쟁이라 표현되는 교육 및 입시 환경, 막막한 노후 대책, 30-40대에 이미 퇴직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고용상황, 정리 해고되고 나면 바로 삶이 힘들어지는 열악한 사회안전망… 예를 들면 한이 없습니다. 

살벌한 사무라이들 밑에서 숨죽이며 살 수 밖에 없었던 막부시대 일본 농민들의 삶이나 100-200 년이 지난 한반도의 남쪽의 일반인들의 삶이나 그리 달라 보이지는 않네요. 

이런 상황 하에서 자식새끼를 주렁주렁 낳으라고 정부에서 아무리 독려를 한다고 해서 현재 산 사람 입에 풀칠이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1자녀만이라도 제대로 뒷바라지 하겠다는 민중들의 소박한 저항을 극복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몇몇 보수 언론에서는 복지 예산 늘리느라 SOC 투자와 R&D 투자 재원이 압박을 받는다고 징징대지만 제 눈에는 둘 다 아주 중요한 문제이고 경중을 가리기 힘든 문제라고 봅니다. 

결론 삼아 분명히 밝히겠습니다. 사회가 어느 정도 여유로워지고 숨 좀 제대로 쉬며 살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근본 바닥을 뒤 흔들 저출산 기조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지금 한나라당이나 이명박씨처럼 무한 경쟁에 백성들을 내 볼 궁리만 한다면 자기 대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일지라도 적어도 우리 자녀 세대나 손자세대에는 상상도 못한 험한 꼴을 보게 될 겁니다. 

지금부터 각오를 하고 복지예산, 특히나 저출산 대책에 골머리를 싸매고 가임 연령의 부부가 어느 정도 기본적인 경제적 사회적 여유를 갖는 조금은 느긋한 사회를 만들 기초를 닦지 않고 박통시절의 개발 독재 환경처럼 무한 경쟁의 사회 구조를 계속 유지하기만 한다면 정말 심각한 어려움을 장기적으로 우리 민족이 겪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합니다. 

한두 해 출산율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애 많이 낳아 봐야 몇 십 년 후에나 표가 납니다. 지금 저출산 문제도 결국 20년은 지나야 표가 나지만 그때 가서는 손을 쓸 수도 없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서프앙들조차 노통이 준비하는 ‘비전 2030’이 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는 거 다 압니다. 

하지만 지금 수준에서 넘치다 싶을 정도의 복지 예산이 투입되지 않으면 그리고 젊은이들의 삶이 어느 정도 여유로워지고 꼭 서울대를 포함한 일류대를 나오지 않아도 사람 구실하고 대접 받는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회가 되지 않는다면……

길게 보시기 바랍니다. 

(5) 결언 

노통 같은 지도자가 매번 대선마다 나오는 게 아닙니다. 눈앞의 이익에 얽매여 정치공세나 할 줄 하는 위인들과 30년 앞의 조국의 모습을 준비하는 정치지도자가 동격일 수는 없습니다. 지난번 글에서는 박근혜 씨 생각하며 한숨이 나왔지만 이번 글에서는 이명박씨 생각하며 한숨이 절로 나오네요. 

이젠 더 이상 박통 시절이 아니고 60-70년대가 아닙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를 걱정해야 할 2006년이라고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한나라당이 하는 꼬락서니와 그들이 받고 있는 어마어마한 지지율을 보고 무릎이 꺾입니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한 자금이 국가채무라는 형태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융자금을 상환할 수 있는 채무로써 국민들이 갚을 적자성 채무는 아닙니다만) 그런데 정부가 혼신의 힘을 다해 환율을 방어해준 덕분에 살림이 펴진 회사와 또 그 회사에 납품하는 하청 업체의 사장님들과 종업원들은 지금 노통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요? 

그리고 서민들의 임대주택 마련과 전세 자금 마련을 위해 국가채무의 12% 의 규모로 자금을 정부가 마련했고 그 자금을 사용해서 식구들 한겨울에 두 다리 쭉 뻗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오순도순 저녁상 함께 할 집구석 장만한 그 수많은 가정들의 구성원들은 지금 어디서 누구를 안주 삼아 씹고 있을까요? 

자신과 자신의 자녀들에게 어떤 정책이 실질적인 유익이 되는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우리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정책을 누가 준비해 가는지, 그리고 그런 정책에 딴지를 걸고 있는 정치 집단이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을 하지 못하신 채 노통을 개구리라고 놀리기만 하신다면… 

이솝 우화에 나오는 개구리 떼 얘기 기억하시나요? 

신령님께 임금님을 보내달라고 애걸하다 처음엔 통나무를 보내주신 신령님을 원망한 끝에 신령님이 황새를 임금으로 보내자 혼비백산 하는 개구리 떼 신세가 될 날이 멀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