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교육 주범으로 알려진 외고의 처리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정두언 의원은 외고를 자율형 사립고나 특성화 고교로 전환하는 법안을 준비중이고, 외고와 교총은 이에 반발하고 입시전형의 개선이라는 미봉책으로 상황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 진보진영과 민주당은 아예 외고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어 그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1. 외고는 본연의 설립목적에 충실한가


간단히 결론부터 말하면 외고의 입시전형 방식이 사교육비 부담을 과도하게 하는 근원임은 분명하고, 외고가 설립 목적에 벗어나 운영되고 있음은 명백하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90조(특수목적고등학교)는 특목고를 특수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고교로 명시하고, 6호에 외국어고등학교를 어학영재를 양성하기 위한 외국어 계열의 고등학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외고 관계자나 외고 옹호자는 “외국어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면서 외고가 글로벌 영재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지 어학 영재 양성소가 아니다”라고 하거나, “외고 입시에서 영어듣기 평가를 폐지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는 스스로 교육법시행령에서 말하는 외고의 설립 취지를 부정하는 말들이며, 설립 목적인 어학 영재의 육성보다 수월성 교육에 치중하여 명문대학 진학에 치중하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현행 체계가 특목고에 부여하는 선발권은 행사하면서도 설립목적에 벗어난 파행적 운영을 변명하는 수사에 불과하다.


2. 외고는 연계되는 상급학교(대학교)가 없다.


외고가 설립 목적과는 달리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근본적 이유는 국내에 연계(지속) 상급 대학이 없기 때문이다. 굳이 상급 대학을 찾자면 각 대학의 어문계열 학과가 되겠지만, 만약 이런 학과로 진학의 폭을 제한한다면 외고는 신입생 정원을 채우기 힘들 것이다. (아니면 외고 수를 대폭 줄여 이 목적에 충실하게 운영하고, 어문계열 학과에만 진학을 허용하고 이를 수용하는 학생들만 신입생으로 받으면 된다)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 등 다른 특목고들은 관련 전문 분야 학과의 대학으로 자연스럽게 로 진학하게 되어 크게 문제가 없으나, 외고는 그렇치 못한 것이 현실이다.


3. 외고를 해외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 고교로 전환하고 선발권도 주자.


지금 외고는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그룹과 국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혼재하며, 그 교육과정도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공통 교육과정은 있겠지만, 해외 대학 진학반은 SAT 등 해외 대학 진학에 필요한 교육을 별도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외고를 해외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학교로 한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하는 것이 학교측도 떳떳하고 교육의 효율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립형 사립고는 정부 지원금 없이 독립된 재정과 독립된 교과과정으로 운영되는 학교이다. 전적으로 재단 재정과 학생의 등록금으로 운영된다. 대신 학교(재단)은 학생 선발권을 가질 수 있으며, 독립된 커리큘럼으로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 지금 외고는 정부의 지원은 받으면서 학생 선발권도 가지는 얌체 짓을 하고 있다.

등록금도 어차피 자립형 학교임으로 교과부가 간섭하지 말고, 학교와 학생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자. 귀족학교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귀족학교이면 어떤가? 어차피 이 학교를 지원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이 특수학교가 아니면 유학을 해서 이 학교의 등록금보다 많은 비용을 해외에서 소비할 것이 아닌가?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 국내 대학으로 진학하려면, 일반고로 전학하거나, 자퇴하여 검정고시를 통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 주면 된다.

* 민사고도 해외대학 진학 특수고교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해외대학 진학 목적 자립형 사립고가 아니면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라.


재단의 재정과 학생의 등록금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할 자신이 없으면 자율형 사립고 지정을 요청하고, 재단 전입금이 5%를 충족하지 못하면 그냥 일반 사립고로 전환하면 된다.

외고가 없어지면 수월성 교육을 원하는 학생(학부모)의 수요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딴지 걸지 말길 바란다. 고교 전체적으로 수월성 교육이 가능한 과학고,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사립(공립)고 제도가 현재에도 있으며, 일반고에서도 수준별 수업을 통해 얼마든지 수월성 교육은 가능하다.


5. 귀족 대학교도 허하라


외고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대학(입시)과 연관되어 있다. 외고가 본연의 목적에서 이탈하여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변질된 것은 대학들이 대입전형을 교묘히 하여 외고 등 특목고를 우대하는 정책을 편법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고려대, 연세대는 내신 위주 전형의 수시에조차 내신 반영 비율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켜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을 하고 있다. 글로벌 전형이나 수능 위주 정시 전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하여 일반고 학생(학부모)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사기 행위이다. 

현재 한국 대학들은 국공립 대학은 물론이고 사립대학들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입전형이나 교육과정과 운영에 있어 교과부의 방침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사립대학들이 독립적인 선발권을 가질려면 먼저 재정적으로 자립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학교 재정과 학생의 등록금만으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하고 당당히 선발권과 대학 운영의 자율성 보장을 요구하라. 그리고 정부(교과부)는 일체의 금전적 지원은 중단하는 대신, 학생 선발권과 자율성을 사학에 보장해 줘라.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입학사정관제 등 어떤 방법으로 하든 (귀족 사립)대학의 선택에 맡기자.

*하지만 국공립 대학과 정부 지원을 받는 대학들은 입시전형과 학교 운영에 대해 교과부의 통제를 받게 하고, 편법적 입시전형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6. 남는 재원으로 공교육에 투자하라


귀족대학교, 해외대학 진학 특수학교 등 자립형 사립고에는 기존에 지원되던 정부 지원금이 현저히 줄 것이고, 이 학교들에 지원되던 금액만큼 공교육에 투자할 재원이 더 생기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국내 대학을 50% 정도 줄여 남은 국공립 대학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여 사립대학과 경쟁하게 하자.

*우리 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0% 수준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40%대 진학률에 비해 현저히 높아 학력 인플레는 물론이고, 사회적 비용이 너무 높다. 대학은 전문 교육기관이지 보통 교육기관이 아니다. 전문 교육을 필요로 하는 인원 수준으로 대학 수를 줄이고 남은 대학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사교육 문제가 나오면 항상 따라 나오는 이야기가 공교육 강화이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강화하자는 각론은 없다. 더구나 거기에 소요되는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이 돈(예산)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외쳐되는 공교육 강화론은 공허하다.

자기 돈 들여 자식 공부시키겠다는 부모를 막을 이유도 명분도 없다. 유산계층의 돈이 오히려 불건전한 산업에 소비되는 것보다 교육에 소비되는 것이 국가경제적으로도 좋고,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인적 자원 교육에 투자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교육비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사람들에게는 자율권을 주고, 절감되는 교육 예산을 공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이다.


7. 사교육 과열이 문제이다


우리가 걱정해야할 사교육 문제는 사교육 자체가 아니라 “사교육 과열“이다. ”사교육 과열“이 가계 경제를 옥조이고 공교육의 정상화를 방해하는 것이지 사교육 자체는 죄가 없다. (사교육 때문에 공교육이 황폐화 된다는 것은 사교육에겐 조금 억울한 측면이 있다. 이는 공교육 관계자들의 분발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적절한 사교육은 공교육을 보완하고, 조기/심화/심화 교육의 수요를 충족해 준다. (조기/선행/심화 교육을 나쁘게 보는 경향이 있으나, 이것은 옳치 않은 시각이다. 일부 영재들이 조기/선행/심화 교육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필요하지 않거나 능력이 따라가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욕심과 경쟁심으로 따라하기 조기/선행교육을 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이 점에서 학부모들의 이성적, 합리적 판단이 요구된다.)

또한 사교육은 국가경제에도 일정 수준 기여하는 바가 있다. 강사와 학원 관계 종사자의 일자리 창출과 출판업, 요식업, 건물 임대 등 주변 지역경제에 도움을 준다. 물론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사교육비가 적절할 경우이다.


8. 필자가 제안한 방안이 사교육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가


위에서 필자가 제시한 외고 해결책과 귀족학교를 허용하면 사교육 문제는 해결될까?

물론 필자도 자신하지 못한다. 아니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지금보다는 완화될 것이라고는 확신한다. 과도한 교육열에 휩싸인 우리 나라에서 그 어떠한 방안도 사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를 없애고 완전한 평준화 교육을 하고, 대학입시를 추첨으로 한다고 해도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교육제도의 개선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가 위에서 제안한 외고의 해외대학 진학 특수고교 전환과 귀족학교 허용에는 아래의 몇가지 조건이 있다.


1) 해외대학 진학 특수고교 졸업자는 원칙적으로 국내 대학 진학을 제한한다.

지금의 외고는 해외 대학 진학반과 국내 진학반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고교 졸업후 곧바로 해외 유학을 계획하는 학생(학부모)은 경제력에 여유가 있지만, 그렇치 못한 계층은 고교 졸업후 해외대학 진학은 현실적으로 꿈에 불과하다.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분리하여 교육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까지 국가가 지원할 필요가 없음으로 이들을 위한 교육은 자립형 특수학교에서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학교 졸업생은 국내 대학 진학을 제한함으로써 좋은 국내 대학 교육 여건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일반 학생들에게 부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 자율형 고교 입학전형은 중학 내신 30% 혹은 50% 이내의 중학생에게 지원 자격을 부여하고, 추첨으로 결정한다.(추첨 방식은 가장 중요하다. 추첨 방식이 아니면 사교육 문제는 잡을 수 없다. 추첨이 교육적인가는 논외로 하자) 내신 이외의 다른 조건은 절대 붙여서는 안된다. 입학사정관제도 불필요하다. 자율형 고교 입학 자격 심사에는 내신이면 충분하다.

자율형 고교는 구별로 1~2개교로 제한하여, 자율형 고교 추첨 탈락자가 일반고로 많이 가게 함으로써 자율고와 일반고의 차이를 완화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율형 고교 진학을 위한 사교육도 예방하고, 일반고와의 위화감도 줄일 수 있다. 자율형 고교 정원은 전체 고교 입학생 수의 10%를 절대 넘겨서는 안된다. 정부가 자율형 고교를 확대하려고 하는데 이는 고교 서열화와 자율고와 일반고의 차별화를 가져와 지금보다도 더한 사교육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또한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자율고의 전형을 같은 일자에 실시하여 중복 지원이 가능하지 않도록 하여 기회의 균등성을 기해야 한다. 이번에 민사고가 사전 상담제를 통해 지원 전에 미리 당락을 통보하는 편법을 쓰는 것은 철저히 근절해야 한다.


3) 자립형 사립고는 선발권을 부여하되, 내신이 실질적으로 70% 이상 반영되는 조건을 붙인다.

자립형 사립고는 기본적으로 선발권을 사립고에 맡기는게 원칙이나, 자칫 과도한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음으로 내신 성적을 위주로 하고, 자립고 설립 이념에 맞는 선발방법을 가미하도록 한다.


4) 자립형 사립대학(귀족 대학교)를 제외한 대학은 대입전형을 <농어촌 특별전형-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고교 배려, 지역균형 선발-지방과 강북 지역 고교 고려, 수능 혹은 논술 중심 전형-내신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자립/자율고 배려, 내신+수능 전형-일반 고교 대상>을 적절한 비율로 한다. 이러한 다양한 전형으로 각자가 유리한 전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5) 과학고 졸업자는 KAIST와 해외 대학 진학으로 제한한다.

과학고는 최근에는 설립목적에 벗어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졸업생들이 KAIST로 진학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대세였으나, 최근에는 의대와 서울대를 들어가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서울대가 과학영재를 KAIST에 입도선매 당하자 우수 과학영재를 확보하기 위해 과학고를 위한 특별전형을 확대한 이유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학벌과 학연이 가지는 영향력과 학생(학부모)들이 과학에 순수한 열정을 갖기 보다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유리한 조건을 계산하는 이기가 맞물려 낳은 결과이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부터 서울대와 입시전형일을 같은 날짜로 하여 소신껏 지원하는 학생들만 선발하겠다는 KAIST의 의지는 높이 평가할만하다.

과학고 본연의 설립 취지에 맞춰 이공계 진학을 원칙으로 하고, 과학고 졸업생은 KAIST, 자립형/자율형 사립고와 일반고 학생은 서울대를 비롯한 일반 대학으로 진학하게 하여 상호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 과학고 졸업자가 서울대 이공계에 진학할 경우, 학부 2학년까지의 수업은 과학고에서 거의 다 배운 내용이라 강의 참여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수업도 일반고 출신의 수준을 고려한 때문인지 (과학고 출신 입장에서는) 심도가 그렇게 깊지 못하다. 따라서 과학고 교육이 자연스럽게 대학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단절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것은 국가가 세금으로 과학고를 운영하여 과학영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KAIST는 교육(강의)내용과 수준(심도)이 과학고 출신들도 버거워 할 정도로 높아, 과학고 교육과정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KAIST의 수업 내용과 과제량은 과장해서 말한다면 살인적이다. 전체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는 것도 부담이다. 그래서 과학고의 연장이라는 KAIST 학생들의 불만도 있다고 한다. 이런 강도 높은 교육과 수업량 때문에 과학고 출신들도 KAIST를 기피하고 서울대를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서울대의 브랜드 파워와 우리 사회의 학벌과학연 영향력이 이들의 결정에 영향이 크지만. 지금은 서울대도 예전보다 강도가 세졌다고 한다.)


조금 과격한 제안도 있지만 필자의 방식이 과도한 사교육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족 : 사교육 문제의 핵심은 “선발방식(입시전형)”이다

사교육은 고교와 대학이 어떤 식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느냐 하는 입시전형에 따라 진화하고, 팽창해 왔다. 특목고, 자율고, 자립형 사립고, 특성화고 등 어떤 형태의 고교를 만들어 운영하더라도 그 선발방식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리고 대학들이 어떤 입시전형을 하느냐에 따라 사교육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

외고 존치론자들은 입학사정관제 도입이니, 영어듣기 평가 폐지 등 선발방식 개선을 대안으로 내놓으면서 외고 폐지를 반대하지만, 속내는 우수한 학생의 확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입학사정관제를 하면 학생들의 어떤 측면을 반영하여 뽑을 것인가? 내신은 아닐 것이고 결국 해외 경험, 토플 성적, 영어경시 대회 성적 등 비교과 부문이 될 것이다. 차라리 영어듣기 평가보다 객관성이 더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을지 모른다. 만약 외고 입학전형을 수학능력 자격 중심으로 하여 텝스 점수 일정 이상자, 내신 30% 이내의 학생에게 지원 자격을 주고, 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는 추첨으로 하는 방식을 제안하면 과연 외고는 이 입학전형방식을 수용할까? 지금의 외고는 결코 이런 방식은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