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가장 큰 목적은 자기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죠. 이것은 인간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일부 가치관이나 성적 취향때문에 의식적으로 이성간의 결혼이나 출산을 회피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의 일반적인 삶의 모습은 때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 낳고 양육하고 늙어서 죽는 시나리오에 맞춰 사는 것이죠. 이 시나리오는 유전자 깊숙히 각인되어 있어서 만약 그 경로를 벗어나서 살아간다면 견디기 힘들도록 고통스러운 삶이 될 겁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되는 지루한 교육과정을 견뎌내고, 남들보다 더 좋은 스펙과 직장을 얻기 위해 애쓰고, 보다 건강하고 매력적인 이성을 만나기위해 갖은 노력을 불사하고, 그렇게 얻은 자신의 아이가 보다 더 유리한 환경속에서 성장하고 교육받기를 바라고, 건강하고 매력적인 이성과 만나 결혼하기를 바라며 온갖 지원을 다하고, 그러다 손주의 행복한 재롱 속에 늙어가고... 인간의 삶이란 대개 이 과정들의 반복이죠. 사실 인간이 평생 살면서 수많은 것들을 고민하면서 살아가지만, 그 고민의 대부분은 이렇게 '성공적인 번식과 양육'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사회 역시 마찬가지일겁니다. 인간은 왜 독립생활을 하지 않고 굳이 사회를 구성하여 살아가고 있는가를 따져 물으면, 최종적으로 보다 더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 밖에 없습니다. 보다 더 안전하고 보다 더 질 좋은 음식을 획득할 수 있다면, 번식하는데 더 유리할 것이다라는 단순한 명제는 인간사회가 보다 더 복잡한 사회로 끊임없이 변화하게 만든 근본 기제이죠. 기실 인간의 역사라는 것은 당대 사회의 모습을 보다 더 번식에 유리한 형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지난한 과정에 불과할 것입니다. 자유 평등 풍요 인권같은 가치들도 그것들이 당대 사회에서 번식에 더 유리했기 때문에 수용된 것이지, 원래부터 인간의 정신속에 숭고한 그 무엇이 깃들어 있어서가 아닐겁니다.  

맑스주의의 주된 화두인 착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역사 이래 어느 사회에서나 착취와 그에 대한 저항이 존재했지만, 그 착취의 정도가 자신들의 번식을 방해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그 모순을 덤덤히 수용하고, 오히려 착취에 저항하며 시끄럽게 구는 사람들을 비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게 또한 인간의 본 모습이죠. 좌파정당들이 늘상 고민하는 '왜 우리의 투쟁은 이리도 쉽게 외면받고, 우리의 지지율은 이리도 낮은 것인가'에 대한 정답도 사실은 그겁니다. 정답을 알면, 해법도 나오는 것이죠. 현재보다 더 번식에 유리하게!! 그 실효적이고 설득력있는 정책과 방안을 찾아내면 되는 겁니다.

최근 가장 범람하는 뉴스 중의 하나가 바로 결혼하기 힘들고 애 키우기 힘들다는 뉴스입니다. 인구증가율은 사회의 재생산이 지속불가능한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하구요. 물론, 인구증가율 그 자체으로는 그 사회가 건강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이유이겠죠. 저는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걸 다 떠나서, 인간의 기본 본능인 번식과 양육을 점점 더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극심해지고 있는 양극화속에서 최악의 경우 다수의 하층 계급이 자신의 아이 하나조차도 '평균적인 사회구성원'으로 키워내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회가 되고, 결혼을 하지않고 독신으로 버텨야만 생존이 가능한 사회가 된다면, 그 결말은 붕괴이죠. 애초에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여 사는 목적이 번식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면, 번식에 불리한 사회가 계속 그 상태로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입니다.

이런 저런 통계수치들을 들여다봐도, 제 주변의 사례들을 돌아보아도 상황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30대를 넘은 미혼남녀들이 기약없이 40대를 향해 세월 죽이고 있고, 겨우 결혼에 성공한 사람들은 아이 하나 키우는데도 맞벌이에 투잡에 정신없이 살아가고, 그렇게 정성들여 키운 아이는 사회에 나와 비정규직 밖에 없는 일자리앞에서 절망하고 있고... 사회가 총체적인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대책은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애낳고 살기 너무나 힘든 사회, 모두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안속에서 살아야하는 사회의 끝에서 과연 무엇이 튀어나올런지 점점 두려워지는 요즘입니다. 박근혜의 압도적인 지지율이 그래서 예사롭지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