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개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권리는 '참정권'이며 가장 큰 의무는 '국방의 의무'일 것이다. 참정권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각종 공직자를 선출할 수 있는 '선거권'인데 '선거권'과 '국방의 의무'만 놓고 보자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각자의 의무보다 적게 자신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선거권은 20세 이상의 남녀가 가지는 권리임에 비해 '국방의 의무'(*1)는 18세 이상의 남여가 가져야 하는 의무인데 권리를 의무보다 2년 늦게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 있어서 국방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이므로 그렇다 치고, 우리와 같이 국민개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북한에서는 선거권이 17세, 국방의 의무는 18세부터 지게 되어 있어 비록 법률 상의 형식적인 명기라 할지라도 '권리가 의무보다 먼저 확보되는 것'은 이채롭다.


이렇게 권리와 의무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선거권을 18세로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선거권의 연령을 낮추는 문제는 DJ정권 때 당시 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것을 검토했다가 실행하지 못했고 최근에는 이렇게 '권리와 의무 일치' 차원에서 선거권을 18세로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젊은 층일수록 진보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그동안 한나라당에서 선거 연령 낮추는 문제를 반대해 왔다. 그러나 지구촌 각국의 선거권 연령 규정을 보면 18세로 하는 나라가 77개국, 선거권을 20세 이상으로 하는 나라는 20여개국 미만, 17세 이하로 선거권 연령을 낮춘 나라고 10여개국 이하(*1)인 현실에서 우리도 선거권을 18세로 하는 것이 맞다.


더우기 18세 나이에 '순간적이고 더 중요한 판단이 요구되는 국방의 의무는 가능'하고 18세 나이에 선거권을 통하여 올바른 일꾼을 뽑는 판단력이 없다'라는 것은 명백한 국민 기만행위이다.


그런데 선거권을 행사하는 나이와 국방의 의무가 부과되는 나이를 같게 하자는 개념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로부터 시작이 되었다. 민주주의 정치를 실현한 아테네는 선거권을 군대에 갈 나이에 부여를 했다. 기록에는 군대갈 나이가 몇 살인지 찾을 수 없지만 아테네의 숙적이었던 스파르타가 8세부터 실질적인 군사 훈련을 받는 것처럼 아테네는 군입대 연령을 자신의 '주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했던 것 같다.


아테네에서 군입대 연령의 제한으로 인해 선거권에 나이 제한이 있는 것과는 달리, 아테네에서 포르노그라피에의 접근은 연령 제한이 없었다. 이러한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자유분망함은 그리스에 이어 로마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로마의 부흥하던 도시이며 화산폭발로 인해 도시 전체가 생매장 당했던 폼페이의 유적에서 그들의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자유분망함을 알 수 있다.


폼페이의 유적들 중에서 거실에 버젓히 걸려있는 포르노그라피는 현대에 우리가 미성년자에게는 접근을 금지하는 것과는 반대로 과거 그리스 시대에는 포르노그라피는 생활의 한 일부이며 남녀노소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였다.


포르노그라피라는 단어는 희랍어의 '매춘부(porne, 여자포로)'와 '묘사(graphy, 그리는 것)'라는 단어의 합성어이다. 예술적 측면에서 포르노그라피는 에로티시즘(*2)을 다룬 예술이며 에로티카(*3)와 맞닿아 있으면서 넓게는 에로티카의 테두리 안에 좁게는 에로티카보다 좀더 어둡고 음습한 뒤켠에 놓여 있다. 이런 의미에서의 포르노그라피는 그 속성 때문일까? 시대가 바뀌면서 순수한 예술성은 퇴색되고 성에 대한 음란한 표현 부분만 극대화 시킴으로서 외설물이라는 오명을 뒤짚어 쓰게 된다.


포르노그라피는 중세 기독교에 의하여 한번, 그리고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또 한번 철퇴를 맞는다. 특히,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는 '어린아이, 여성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포르노그라피를 보여 주지 말라'라는 칙령에 의하여 그래도 그 때까지는 '관대하게' '전시되었던' 수많은 포르노그라피의 작품들이 대영국박물관의 한 깊고 비밀스러운 창고로 쓸려들어갔다. 그리스 시대의 작품으로 보이는 한 남성과 염소의 수간을 묘사한 동상이 바로 그 때 쓸려간 대표적인 포르노그라피 직품이다.


포르노그라피는 각 사회나 문화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문제없이 출판, 판매되었던 '미야자와 리에의 누드집'은 우리나라에서는 형사문제로까지 비화되었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성인용 대중잡지인 플레이보이 잡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외설물로 분류된다.


1957년 미국 대법원의 로스판례에서는 근대적 의미의 포르노그라피를 정의하고 있다.

첫번째는 보통 사람들이 자료의 주된 주제들로부터 성에 대한 음란함을 느끼는 것,
두번째는 문제의 자료가 현재의 성에 대한 사회규범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
세번째는 자료가 사회적 가치를 되찾아 줄 수 없는 것이다.(*4)


그런데 고대 그리스 아테네 시절에는 연령 제한이 있었던 선거권과 연령 제한이 없었던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접근이 현대에 와서는 반대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 중동의 오만이 일반 국민의 참정권이 인정됨으로서 이슬람 국가들에는 온전히 참정권이 인정이 되었으며 여성의 경우에는 1960년 중반 스위스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는 것을 마지막으로 선거권에 관한 한 남녀차별이 완전히 없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각 나라에서는 국민들의 참정권의 확대, 그러니까 선거권 자격의 제한의 장벽을 없애거나 낮추는데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시민운동도 이런 범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왜 한 때는 장벽이 없었던 포르노그라피에 대하여는 그 접근 장벽을 낮추는 노력은 없을까? 포르노그라피가 음란에 지나친 촛점을 둔 결과에의 오명을 쓴 탓일까?



형식적으로는 선거권이 반 지배 이데올로기를 지행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면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접근 금지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지행하는 방향으로 억압되고 있다. 좌파들에게는 칼 맑스를 모독하는 것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칼 맑스가 현대에 태어났다면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억압을 통렬히 비판하지 않았을까?


"만인의 노동자여! 우리를 억압하는 일체의 포르노그라피에의 접근 금지를 타파하기 위하여 단결할지어다!"




*1 : 출처 : http://www.chunjae.co.kr/webzine/2003/3/culture.asp
*2 : 에로티즘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 에로스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성적인 이미지를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환기시키는 일
*3 : erotica (라틴어 : erotika) : 성애를 다룬 작품
*4 : 출처 : 한국성문화연구소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