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전 박노자를 동의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습니다.
까놓고 그의 생각처럼 잘 자신도, 용기도 없어요.

그럼에도 그의 글은 참 소중합니다. 우리가 잊고 있는 것, 잊고 싶은 것을 건드리니까요.

ps - 이 글도 '*도'라는 단어 때문에...잠시 고생을... ㅠ ㅠ 



"넌 유대인이지, 맞지?"

身病 때문인지, 자꾸 좋지 않은 어렸을 때의 기억들은 머리에 뜹니다. 초-중학교에 다녔을 때에 저를 포함해서 저희 학급에서 유대계 아이들이 두 명이었는데, 놀림을 당했을 때에 대개 다음과 같은 방법이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있는 공개적 장소에서 힘센 로서아인 아희가 다가와서 다음과 같은 말을 노래처럼 부르곤 했습니다:
Ну-ка, ....., не робей,
Признавайся, что еврей!
("야, 너 [이름], 더이상 주저하지 마라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자인하라!")
"자인"하면 "너네들이 다 구두쇠지?"부터 "너네들이 다 조국을 배신하여 서방으로 도망가려 하지?"까지 온갖 골탕먹이는 질문 (?)들의 공세를 받아야 했는가 하면, "자인"하지 않고 버티면 "너는 겁쟁이, 왜 자신의 민족적 출신성분을 밝힐 용기도 없느냐, 출생증명서라도 보자" 같은 말이 나오곤 했습니다. 물리적 폭력이 그다지 동원되지도 않았는데, 수십 명의 로서아인, 즉 다수자 아희 앞에서 이런 노래 (?)를 듣고 "우리는 배신자가 아니다. 도망갈 생각은 없다" 등등의 자기 변명 (?)하는 것은 아마도 물리적 폭력 당하는 그 이상의 고역이었을 것입니다. 경이롭게도 저는 이런 꼴을 약 5-6년 동안 당했음에도 "도망갈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저 잘못된 (?) 성분에 대한 천벌 (?)쯤으로 이해한 것 같습니다. 
 
제게 그 노래 (?)가 다시 생각난 것은, 통합진보당의 이상규 당선자가 당한 곤욕에 대한 기사를 읽었을 때이었습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681). 한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서 그는 "북조선의 핵무장 등에 대한 생각을 다 밝히라"는 식의 사상검증 (?)을 당한 것 놓고, 진중권씨는 "국민을 대표하는 공직자라면 국민적 의구심이 가는 사상에 대해 다 밝혀야 한다"고 평하는 등 꼭 "야, 너는 종북이지? 너는 김씨 왕조 팬이지? 야, 다 밝혀라!"와 같은, 너무나 국민적인 (?)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었습니다. 그걸 보고, 제가 어렸을 때에 줄곧 당해온 일까지 회상하면서, 이 "국민적인" 유사 종교재판에 대해 제 나름의 소회를 밝혀볼까 합니다. 
 
한 가지 밝혀두고자 합니다. 저는 이상규씨를 잘 모르고, 그가 속한 통진당을 그 결성부터 지지한 적이 없으며, 노동자 투쟁과 무관한 중산계층 정치단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이상규씨의 북조선觀에 대해 제가 아는 바 없지만, 저는 북조선 통치자들의 주체사상을 아주 간단한 이유로 반대합니다. 저는 "수령"이 주도하는 "민족 혁명"이 아니고 민족, 국가 구분이 없는, 밑으로부터의 반자본주의적인 세계혁명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민족"과 "국가"에 갇힌 주체'사 상'(이것 때문에..ㅠ ㅠ.)도 그렇고, 일선 인민들이 지금 해외투자 유치에 정신없는 통치자들을 견제할 만한 민주적 수단도 갖고 있지 않는, 너무나 관료적이고 보수화된 북조선 사회도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미 反자본 혁명과 별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단, 그 탄생 과정에서는 반자본주의적인 부분이 분명히 내재된 것이었고, 그 혁명적 기원에 대해 우리가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좌우간, 제가 이상규씨의 지지자로서 그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고 "너는 유대인이지?"/"너는 종북이지?"와 같은 수준의 우리들의 대중적인 정치문화에 대해서 한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밑의 한 단순한 질문에 대해서 여러분들의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이상규씨 등이 좌파민족주의자인지 아닌지 그들과 관계없는 저로서는 알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종북"으로 폄하되어지는 옛 "NL"식의 좌파 민족주의는 정말 대한민국에 퍼져 있는 여러 내셔널리즘들 중에서는 최악인가? 라는 질문입니다. 우리 주위를 유심히 돌아보면, 우리 사이에 ("우리 민족/국민"을 일차시하고, "우리"와 "타자"들 사이의 경계선을 십분 인정한다는 의미에서는) 내셔널리스트 아닌 사람들은 아주 드물죠. 거의 없습니다. "국민적 의구심" 따위를 들먹이고 "국민"과 같은 용어들을 애용하는 진중권 교수를 보시지요.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국민"들 사이에 "국민"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평생 씻겨지지 않을 상처를 입은 한국 국적 선박의 인도네시아계 선원들 같은 사람들은 들어 있지 않을 것이잖아요. 광동성 동완 (東莞)시 같은 수출공단에서 한국계 기업의 공장에서 죽어라고 일하고 폭력, 폭언 당하고 쥐꼬리 만한 임금을 받는 중국 民工들도 "국민"은 아니거든요. 진중권 교수와 같은 "국민 논객"들에게는 한국 "국민"의 이름으로 해외 곳곳에서 초인적인 노동의 과정에서 천천히 죽임을 당하는 그 수백만 명의 타자들은 과연 "우리 국민"만큼이나 중요할까요? 저는 이상규씨의 사상을 잘 모르듯이, 진중권 교수의 심중도 알 수 없습니다. 단, 제가 알고 있는 그의 발언 속에서는 이 "非국민"들에 대한 그다지 많은 관심은 표출되지 않았던 거죠. 그게 특별한 경우도 아니고, 한국의 절대 다수 대중적 지식인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담론들을 소비하는 대다수 한국 국적자들에게도 해당됩니다.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우리"와 나머지 세계를 철저하게 구분해서 사고하는 "우리"들의 절대 다수는 - 무의식적으로나마 - 내셔널리스트들입니다. 내셔널리스트 아닌 방식으로 세상 살아가는 걸 배우지 못해서라도요. 
 
극단적인 내셔널리스트들을 제외하고서라도 한국의 평균적인 네셔널리스트의 세계관이라는 것은 과연 어떨까요? 그들의 세계는 "우리"가 본받거나 (서구), "동맹" 맺거나 (미국) 빨리 추월 (일본)해야 할  "선진국"과, "우리"가 들어가서 자원도 얻어가고 "우리" 상품도 팔고 농촌지역을 위한 신부들도 사서 얻어갈 "후진국"으로 양분돼 있습니다. 전자에서 "우리"에게 온 "히딩크"들의 "리더싶"을 "벤치마킹"해서 "우리" 기업들의 새로운 전략 짜기에 이용해야 하지만, 후자에서 팔려온 이들에게 "우리" 옷을 입히고 깊이 절하는 "우리" 미풍양속을 가르치고 명절마다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위대한 대한민국이여, 불쌍한 우리들을 받아주어서 감사합니다!"를 요지로 하는 발들을 좀 시켜야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자동차, 조선, 반도체 대국"에다가 "다문화사회"가 됐다고 전자를 상대로 적당히 잘 홍보하면 됩니다. 더이상 上國들의 대표자들이 "우리" 보고 유엔 등에서 쓴 소리 하지 않게요. 이렇게도 기적적인 속도로 일등국화에 성공한 "우리"들의 평균적 북조선觀은요? 대체로 북조선과 "평화공존"하면서 "불쌍한 동포"들을 중국 이하의 동북아 최저임금을 주어가면서 잘 착취해서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비둘기파와, 빨갱이 잔존 세력들을 빨리 청산해서 미수복 영토를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매파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 사이의 중간적 의견들도 있고요). 전자는 북조선을 "우리"의 경제식민지로 만들고자 하는가 하면, 후자는 정치 식민화를 지향합니다. 위와 같은 세계관을 일언이폐지하자면 제일 적절한 평가는 "아류 제국주의의 전형"일 것입니다. 
 
이와 같이 모든 타자들을 "벤치마킹 대상" 아니면 "노예"로 보려는 사회에서는 좌파민족주의자들은 과연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가요? 그들이 혈통적으로 유관한 북조선에 주안점을 두면서, "우리"와 혈통적으로 무관한 전세게에서의 "우리"들의 수없는 피해자들에 대해 덜 신경쓰거나 아예 신경쓰지 않는 차원에서는 분명히 "우리주의"라는 우물 안에 그대로 갇혀 잇는 거죠. 나머지의 절대 다수의 "국민"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말입니다. 한데, 그들이 북조선과 대립하는 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관계로 예컨대 미제의 대외 침략 (이라크, 아프간 등등)에서의 "우리" 참여를 적어도 일부의 경우에 반대했다는 의미에서는 반제 의식 등 일종의 보편주의적 의식도 완전히 결여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민족의 명예와 문화를 지키는" 북조선에 대한 옹호론적인 태도는, 많은 한국인들의 혈통주의나 탈식민지적 콤플렉스와 공명하는 부분도 적지 않지만, 對서방 금융 유입과 상품 수출에 올인하는 "신자유주의의 모범생" 한국에서는 실은 극소수의 입장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은 개인 경쟁/성공의 신자유주의적 프레임에 갇힌 다수의 한국인에게는 가족과 "전체"를 우선시하는 북조선 사람들은 거의 외계인 (?) 만큼이나 이질적이고, 북조선 정권에 대한 옹호론적 시각도 그만큼 이질적입니다. 제가 좌파국제주의자로서 좌파 민족주의자들을 지지할 일은 없지만, 그들이 오늘날 한국에서 제 어렸을 때의 쏘련에서의 유대인들처럼 "공격 받는 소수자"임에 틀림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진중권 교수를 위시한 "사상검증"의 모든 옹호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저는 자유주의자가 아니지만, 자유주의자인 여러분들이 정말 국보법의 마수에 언제 걸릴지도 모를 소수자들을 "몰이"하는 것을 즐기려 하십니까? 차라리 그들과의 자유로운 토론을 즐기기 위해 국보법 철폐 투쟁에 모든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내셔널리즘이 악이라면 (저는 근본적으로는 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다수의 친기업적인, 대외팽창 친화적인, 극도로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국민주의"부터 비판적으로 해부하여 악질적인 착취자로서의 한국 국가와 기업, 차별의 주체로서의 "우리" 다수의 진면목부터 폭로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셔널리즘과의 투쟁은 고립된 극소수와의 투쟁이 아니고 對국가, 對기업 투쟁부터 시작돼야 하는 게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