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를 알려면 짝궁이 누구였는지를 물어보면 된다. 최소한 내 경험으로는 그렇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 내 짝궁들은 정말 못말리는 찌질이들이었다. 정말 학교 가기가 싫을 정도로.

 


'내 짝궁들은 정말 못말리는 찌질이들'이라는 표현은 내가 반에서 일이등을 다투는 우등생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당시 담임선생님들은 학기 초에 짝궁을 성적 순으로 결정해 주었는데 반 일등은 꼴등하는 급우와 짝궁, 반 이등은 꼴지에서 두번째하는 급우와 짝궁... 식으로 맺어주었는데 그 정도면 그러려니 한다.

 


공부를 잘하는 급우들은 자신의 짝궁들의 성적 향상을 책임을 져야 한다. 만일, 월례고사에서 짝궁들의 성적이 향상되지 않으면 교무실로 불려가 담임선생님의 추궁과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은 교장선생님에 의하여 발생이 된 것이다. 새로 교장선생님이 부임해 오면서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하여 각 학년 담임선생님들 독려하였는데 만일 반 평균이 꼴지를 하는 경우에는 교장선생님에게 닥달에 가까운 잔소리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반장을 위시한 우리 학급 간부(나도 당시에는 학급 간부를 두학기 맡았다 ^^)들'은 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교무실로 불려가 담임선생님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렇게 몇번 불려가니 괜히 화가 났다. 그러나 감히 담임선생님에게 반항할 생각은 할 수 없어서 애꿎은 짝궁들만 나쁜 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니, 구구단도 못외우는 녀석들에게 무슨 공부를 가르치라는 말이야?"

 


반장의 하소연에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독백처럼 말했다.

 


"그래도 네 짝궁은 구구단을 가르치는 모양이구나. 내 짝궁은 아직 한글도 못읽어"

 

 

정말, 어린 마음에 좋은 일 한다고 시간을 내서 짝궁들과 함께 공부를 했지만 내 짝궁의 경우에는 한글도 못읽어서 한글부터 가르쳐야 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 날 애써 가르치고 암기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한 다음에 다음날 등교하면 그 전날 애써 가르쳤던 것들이 전혀 기억에 없다는 것이다.

 


"야! 너 나 일부러 골탕먹이려고 그러는거지? 임마! 이건 어저께 분명히 외운거잖아? 그런데 왜 모른다고 그러는거야?"

 


인내에 인내를 거듭하다가 드디어 폭발했다. 도대체 다람쥐 체바퀴도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이 넘게 똑같은 것을 가르쳐도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그 다음날에는 두 눈만 껌벅거리는 짝궁에게 큰소리를 냈다. 도대체 한글을 읽을 줄 알아야 시험문제를 풀어도 풀지 않겠는가? 큰소리를 내고 씩씩거리고 있는데 내 뒤에 앉은 반장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구는 얼마라고 그랬지?"

"십팔"


"그럼 구이는 얼마?"

"......"

 


아마도 반장은 피승수와 승수의 위치가 바뀌어도 곱셈의 결과는 같다는 것을 깨닫게 하여 구구단을 설명하려고 했던 것 같다. 어찌어찌 3단까지는 외우게 하는데 성공을 했는데 그 이상은 진전이 없자 반장이 나름대로 묘안을 낸 모양이다.

 


"얌마! 이구와 구이는 같다니까? 모르겠어?"

"....."

 


"그럼, 삼육은 얼마야?"

"십팔"

 


아마도 반장은 '욕과 비슷한 숫자'를 이용하여 자기 짝궁이 쉽게 이해하기를 바란 모양이다. 그러나 선의와 결과는 항상 일치하지 않는 법. 반장 짝궁이 학년 내내 '18놈'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봐. 그럼 육삼은 얼마야?"

"....."


구단은 좀 부담이 되겠지...라는 생각에 반장은 삼단과 육단의 결과가 '18'인 구구단을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야! 이구는 십팔이고 구이도 십팔이고 삼육도 십팔이고 육삼도 십팔이라니까?"

"......"

 

 

나도 홧김에 내 짝궁에게 큰소리를 냈지만 내가 보기에도 안스러울 정도로 반장은 자기 짝궁을 닥달하고 있었다. 반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날카로와질수록 반장 짝궁의 목소리는 적어져 갔다.

 


"그래... 다시 하자. 3단까지는 외운거 같으니까 2단부터 다시 한번 외우고 4단을 시작하자."

"......"

 


"이일은?"

"18!!!!"

 


짜증이 잔뜩 나있었던 반장의 목소리와 그런 반장에게 한참 주눅이 들었다가 자신이 암기한 이단 문제가 나오자 반장 짝궁은 크게 대답을 했고 마침, 반장과 짝궁의 목소리에 호기심을 잔뜩 가지고 지켜보던 교실 내 모든 급우들은 뒤짚어졌다.

 

 

"와! 이일은 18이래요!!!"

 

 

그 이후로 반장 짝궁은 '18'놈이라 불리웠고 우리 반에서는 '18단'이 유행을 했었다.


"이일은 18, 이이는 18, 이삼은 18, 이사 18, 이오 18,....... 구구 18!"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초등학교 때의 실화가 지금 생각나는 이유는 반장의 짝궁처럼 답이 일관된 한국의 극우들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 원인은?"

"좌빨 때문에"

 


"경기가 침체한 이유는?"

"좌빨 때문에"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이 16강에 들지 못한 이유는?"

"좌빨 때문에"

 

 

그렇다. 대한민국에는 우주의 삼라만상의 조화를 설명할 답이 마련되어 있으니 그 것은 바로 '좌빨' 아니겠는가? 흐미~ 정말 18놈 같은 인간들. 내 일찌감치 미친년 1,2,3,4호를 정하여 여성 정치인들을 농하였던 것처럼 남성 정치인들도 '18놈 1호', '18놈 2호', '18놈 3호' 등을 정하여 좀 희롱해볼까?

 

정말 '18'같은 세상이다.

 

 

그런데 최근에 사상검증 바람이 불고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되뇌이었다. '새누리당에 아주 좋은 무기를 쥐어줬다'라고......

 

 

 

이건 18 x 2 = 18같은 세상 아닐까? 아니, 단지 돌출된 뿐이리라..... 사회 체제 내에서... 아니면 우리의 꼬진 인식 속에서....

 

 


후일담) 찌질이 내 짝궁은 놀랍게도 한 대학의 계열 수석으로 입학하여 전체 수석으로 졸업했고 유학까지 다녀와서 지금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인간세상 새옹지마. 한 시점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고 인생이 결정되는 한국의 교육 체계에 회의를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