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고, 저에게 반론하는 분들의 글들도 잘 읽어보았습니다. 개별적인 문장들을 열거하며 반론하기보다는 총론적 반론을 하겠습니다. 결국 쟁점은 그 시민논객과 진중권이 '사상검증을 시도한 것이냐' 아니면 '합리적 의심을 해소하려 질문한 것이냐'의 견해 차이로 좁혀지는 것 같습니다. 이것만 분명해지면 대략의 논쟁은 종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명박이 '5.18은 북한 또는 김대중의 선동에 의한 불순 분자들의 폭동'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박근혜는 '인혁당 사형수들은 마땅히 죽었어야 할 자들' 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구요. 이러한 합리적 의심은 대부분의 야권지지자들이 공유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명박과 박근혜는 이런 국민 다수의 합리적 의심에 대해서 침묵이나 면피성 발언으로 일관할 뿐, 단 한번도 말끔하게 해소하려는 진정성있는 자세를 보여주지는 않고 있죠.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는 속내를 감추고 있는 주사파들과 똑같습니다.

이명박의 5.18 추모사와 박근혜의 인혁당 유감 발언이 정말로 그들의 진심일 것이라고 믿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따라서 그들은 '5.18은 민주화운동' '인혁당 사형수들은 억울한 희생자'라고 여기는 국민들의 정치적 지지를 결코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건 그들이 당연히 감수해야만 하는 정치적 처벌이자 댓가이죠.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들이 치러야하는 댓가는 그것이 최고치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그저 속시원하게 털어놓지 않는 그들의 면피성 발언에 '저거는 본심이 아니다' 라고 폭로하는 여론전 밖에는 없죠.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면, 그때는 우리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무언가를 해야만 가능할겁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이상규와 당권파들이 종북주의자들이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간 그들이 보여준 행위나 말과 글들을 합리적으로 추론하면 당연히 도달하는 결과일 것입니다. (저는 합리적 의심을 넘어, 확신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향한 합리적 의심을 거의 해소시켜주지 못하고 있죠. 면피성 발언조차 두리뭉실 애매모호 자격 미달일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러나는 객관적인 정치적 팩트는 과연 뭘까요? '당권파들은 국민들의 합리적 의심을 해소시켜 주지 못하는 집단'이라는 그 자체 말고 다른게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종북주의자인지 아닌지 진실을 밝혀내는 것' 이 아니라 바로  '합리적 의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라고 하는 그 객관적인 팩트라는 말씀이죠. 그들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종북주의를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획득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들에게 강제할 수 있는 정치적 처벌 혹은 댓가의 최고치가 아닐까요? 정당 해산이나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지 않는 이상 그 이상의 것을 우리가 과연 할 수 있나요?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합리적의심을 해소시켜 주지 못하는 그들의 태도를 부각시키고, 속시원하게 털어놓지 않는 두리뭉실한 발언에 '저거는 본심이 아니다' 라고 폭로하는 것이지, 속시원한 대답을 집요하게 강요하는 돌직구가 결코 아니며, 양심의 자유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태도라고도 믿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사상검증하면 왜 안돼는데? 까지 이르게되면 주사파라는 피래미들 잡자고 고대 광실을 태우는 격이 되는거죠.

저는 솔직히 백분토론 상황의 문제는, 그 자리가 '질문'을 생깔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는 특수성때문에 발생했다고 봅니다. 그동안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많은 진보언론들이나 지식인들이  '5.18관'과 '인혁당'을 추궁했지만, 그들은 침묵으로 생까거나 면피성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죠.  그들의 그런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있지만, 그런 침묵이나 회피도 정치적 권리의 하나로써 인정해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단 한번도 질문을 쌩깔 수 없는 자리에 앉아서, 사상검증성 집요한 돌직구를 맞아본 적도 없고 양심의 자유를 부정당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건 그동안 안한게 아니라 못한겁니다. 왜냐면 즉각 역공을 당할테니까요. 그런데 사면초가에 몰려 항변할 수 있는 힘도 거의 없는 애들한테, "검증을 회피하는 빨갱이들 처단하자'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 편승하는 진보진영의 논자들이 솔직히 비겁한 거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 - 당연히 인정
합리적 의심을 하며 답변을 요구하고 공격하는 것 - 당연히 인정. 이건 검증
합리적 의심을 하며 답변을 요구하고, 만족할만한 답변을 강요하는 것 - 어떤 형태이든 부당. 그건 사상검증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이 유권자의 합리적 의심을 해소시켜 주지 않으면, 지지하지 않으면 되는겁니다. 새누리당이나 민통당등에는 이 원칙이 잘만 적용되고 있는데, 왜 유독 당권파들에게만은 모두들 그 이상을 욕심내는지 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이 주사파라서 그렇다는거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반공주의 때문 아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라고 하고, 질문에 두리뭉실 대답하거나 침묵하는 정치인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