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랑님의 본문 글에 댓글로 썼던 건데, 본문 글로 옮깁니다. ==

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우선 사상검증이라는 말에 대한 정확한 의미규정부터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님들은 지금 '사상검증'을 본래의 뜻이 아니라 그저 '검증'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계속 인사청문회도 없애자는거냐, 정치인에게 질문도 못한다는거냐 박근혜가 답변거부하는것도 비판 못하겠네 등등 엉뚱한 논쟁들만 계속 반복되고 있는 듯 하구요. 그런데 지금 '정치인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가 아닌가' 라는 매우 당연한 것을 놓고 이 난장판 논쟁을 벌이고 있는건가요? 

정치인에 대한 검증이란 그 사람의 모든 말 글 행동 정책 소속정당 소속계파 입법활동 종교 심지어 사생활까지, 겉으로 드러난 그 사람의 모든 행위 전반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과연 한표를 줄 수 있는 대상으로 적합한가 아닌가를 알아보는 과정을 말합니다. 또한 정치인 의 사상이라는 것도 역시 그렇게 겉으로 드러난 행위 전반을 종합적으로 추론하여 범주화 한 것일테구요.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박근혜나 누구에게 '너의 사상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 없지만, 이미 그들의 사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범주화된 구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편의상 겉보기사상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럼 사상검증이라는게 대체 뭘까요? 질문하여 답변을 요구하는 것을 사상검증이라고 한다??? 그건 그냥 검증이라고 부르는겁니다. 질문하여 그 사람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 살펴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므로 그 역시 검증의 영역에 속하는 일일 뿐이죠. 박근혜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는 행동도 그저 박근혜를 검증하는 자료로 쓰일 뿐입니다. 저는 부디 님들께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고작 '정치인에 대한 검증'이라는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을  반대하는 황당한 사람들인걸로 착각하고 계시는게 아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서로간의 진짜 쟁점은 뭘까요? 제가 감히 요약하자면, 어떤 정치인의 모든 행위 전반을 관찰하여 도출되는 '겉보기사상'으로는 부족하고, 그들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진짜 사상'이 뭔지도 대답을 강요해서라도 알아내야 한다 Vs 그래서는 안됀다로 나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중 님들은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는 입장인듯 하구요. 여기까지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신다면, 지금부터 반론하겠습니다. 

정치인이든 일반인이든 어떤 사람의 머리속에 들어 있는 '진짜 사상' 혹은 '진짜 생각'을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은 딱 두가지 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이 스스로 고백하거나, 강제로 고백시키거나 둘 중 하나이죠. 부디 다른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중 스스로 고백하는 상황이 가장 해피하겠죠. 질문 한번 했을 뿐인데 술술술 고백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습니다. 왜냐면, 고백할 그 내용이 만약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었다면, 이미 우리가 질문하기도 전에 벌써 그들은 온갖 말과 글로써 동네방네 떠들어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정치인의 모든 말과 글들은 바로 '자신의 진짜 사상을 스스로 고백한 것들'에 다름 아닙니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경우는 딱 하나이겠죠. 고백할 자신의 '진짜 사상'이 외부로 알려지면 그 정치인 자신에게 불리할 경우입니다. 우선은 그것을 순순히 고백할 마음씨 착한 정치인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건 뭐 너무나 당연한거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은 것은 딱 하나. 강제적으로 고백시키는 방법 뿐입니다. 다른 가능한 방법이 있을까요? 없죠? 즉 님들은 자신의 '진짜 사상'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불리한 정치인들의 고백을 받기 위해, 강제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동원할 수 있는 강제력의 종류에는 강요 고문 형벌 등등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만약 여기까지의 제 논증을 벗어난 예외의 경우가 존재한다면 부디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제 님들이 그토록 필요하다 역설하는 사상검증이라는 것의 정체가 차츰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강요 고문 형벌등의 강제력을 동원하여, 그것이 외부에 알려지면 불리한 어떤 정치인의 '진짜 사상'을 고백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사상검증의 본래 뜻입니다. 만약 님들이 정말로 사상검증이라는 말에 담겨있는 그런 엄청나고 잔인한 의미를 잘 알면서도 '사상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라고 주장했다면, 부디 어디가서 진보니 민주주의니 입도 뻥긋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님들은 수꼴들보다 더 위험한 분들이에요. 

그려면 문제가 여기서 끝인거냐.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천만에 만만에 콩떡입니다. 이걸로 끝이면 '사상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하신 님들의 열정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죠.

그렇다면, 강제적으로 자신의 '진짜 사상'을 고백할 것을 요구당한 정치인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실직고 아니면 거짓말 혹은 거부 셋 중 하나 뿐이겠죠? 그 중 이상규처럼 생까고 거부한다면 뭐 '빨갱이니까 거부했겠지'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는 그저 분노의 폭풍 댓글로 비겁한 빨갱이라고 욕해주면 될 것입니다.

본격적인 문제는 바로 고백을 받았는데, 그것이 과연 똑바로 이실직고한건가 아니면 거짓말을 한건가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데 있다는거죠. 일단 첫번째 고백은 99% 거짓말을 한거라고 보면 됩니다. 왜냐면 고작 그따위 돌직구 추궁따위로 자신에게 불리한 진짜 사상을 이실직고할 순진무구한 정치인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애초에 정치한다고 나오지도 않았고, 굳이 숨길 필요도 없었겠죠. 그러면 이 단계에서 '아유 고백해주셔서 고마워요 정치인님" 해드리고 끝? 겨우 그 정도에서 만족하시려고 그리 열을 높여 '사상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역설하신 허망한 분들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님들의 목적은 거짓말을 듣는게 결코 아닐테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맞습니다. 바로 고문이죠. 일제시대와 군사독재시절과 북한에서 사상범들에게 괜히 고문을 했겠습니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겁니다. 그 사람들이 무슨 괴물이라서 그런게 아니에요. 그것밖에는 그들의 '진짜 사상'을 고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이처럼 만약 님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알고 싶은게 그 정치인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거짓없는 진짜 사상'이라면, 그것은 고문을 하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님들은 지금 그걸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고요. 절대 아니라고요?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다구요? 고작 이런 정도의 간단한 추론 과정도 없이 감히 정치인들을 사상 검증하자!! 라고 외치신 것입니까? 사상과 양심의 자유, 사상검증이 그냥 장난인 줄 아세요?

이것도 끝이 아닙니다. 한가지 더 남은 문제가 있죠. 설사 고문까지 해서 그럴싸한 고백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제는 님들 사이에 그 내용이 '진짜로 고백한거 맞다, 아니다 여전히 거짓말이다 ' 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질거라는 말씀입니다. 당연한거죠. 님들은 결코 그 고백이 이실직고 한것인지 거짓말을 한건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게 모두가 만족할 때까지 고문과 의심은 계속될 것입니다.

저는 정말 제가 이런 글까지 쓰지 않게 되기를 바랬습니다. 부디 '사상과 양심의 자유'와 '사상검증'이라는 말 속에 담긴, 얼마나 어마어마한 피와 고통과 생목숨들이 그 말속에 들어있는지 부디 살펴주시기를 바랍니다.


Ps -  '겉보기 사상'과 '진짜 사상'이 완벽히 일치하는 정치인은 존재할 수 없기에 논의에서 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