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니 피노님과 전 약간 입장이 다르네요. 전 국보법이 폐지돼도 그런 식의 사상검증은 안된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우선 몇몇 분들은 잘못된 질문을 하고 계십니다.

"왜 이상규에게 북핵이나 인권을 물어선 안된다는 거냐?"

이 질문이 잘못됐다는건 그 질문을 하지 말라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질문을 사상 검증의 수단으로 삼지 말라는 거죠. 간단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난 평소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리고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 생각한다. 진보신당은 보편적 인류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렇다면 북한 인권 해결에 대해 어떤 방책을 생각하고 있는가?"

위의 질문이라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더 나아가 전 위와 같은 질문을 당권파들에게 자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 시민논객은 달랐죠.

"난 당신이 종북주의자인지 의심이 간다. 그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북핵, 인권에 대해 대답해라."

예. 그 질문자의 속 마음이야 알바없지만 그의 질문이 북핵이나 인권에 대한 이상규의 답변을 '사상검증용'으로 쓰겠다는 목적은 분명합니다. 첫번째와 두번째의 질문은 이렇게 비슷해보이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전자는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통진당이 구현할지 여부를 묻는다면 후자는 자신이 예단하고 있던 상대의 사상 확인용으로 물은 것입니다.

질문이 다르니 대답에 대한 대응도 달라집니다.

전자의 질문은 자신의 입장에 따라 지지 여부를 정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후자는 끝없는 탐문입니다. 종북주의자라는 자신의 확신을 입증할 때까지 상대를 심문하게 되죠. 그런데 도대체 후자의 질문이 왜 필요합니까? 한그루님이 잘 지적하셨죠. 이상규가 종북주의자가 아니라고 하면 믿을 겁니까?

그러면 여기서 종북주의자들을 비판하지 말라고 반발하실 분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비판해야합니다. 그런데 그 방식을 바꿔보자는 거죠. '너의 사상을 까봐'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드러난 정책이나 입장처럼 입증 가능한 객관적 팩트를 중심으로 비판하자는 것입니다.

가령 이상규의 북핵에 대한 입장을 봅시다. 간단히 말해 그의 주장은 '통진당은 모든 핵을 반대한다. 그렇지만 자위적 차원에서 북한은 자신의 핵보유를 정당화하고 있으므로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자, 다시 사상 검증으로 가봅시다. 저 말을 놓고 어떻게 '종북주의'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저 말 자체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떻게 대답해야 확실히 종북주의자라는 레떼르를 뗄 수 있을까요? '군사적 보복 수단까지 검토해야 한다' 정도하면 될까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북핵을 물어 잘못이 아니라 사상 검증 수단으로 물었기 때문에 잘못입니다. 왜냐면 그건 아무 것도 밝힐 수 없을 뿐더러 당장 이 곳에서 보이는 것처럼 (띠블, 어쩌다 내가 당권파를 쉴드치는 이런 뭐 같은 상황...) 사상의 자유를 들어 쉴드 치는 사람도 나올 뿐더러 종북주의가 아님에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까지 같은 범주로 묶는 오류를 낳습니다. 

자, 이 상규의 저 대답에 대해 우린 '종북주의닷!'이라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 입장 자체를 놓고 비판해도 나올게 한무더기입니다. '당신은 이해를 말한다. 그렇지만 내가 물어보는건 대책이다.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부터 '남한과 미국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의 자위 수단이라 말하지만 최근 들어 군사적 도발은 북측으로부터 일어났다. 즉 핵은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자위 수단이란 북한의 주장은 그 신뢰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체제 단속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해한 뒤에 어쩌자는 거냐. 그냥 지원한다? 그건 합리적이라 보기 어렵다. 최소한 북핵에 대한 조건을 걸어야 한다.' 등등.

그들이 잘못된 사상을 갖고 있다면 그 사상으로부터 나오는 정책은 결국 모순을 갖게 되있습니다. 그 모순을 지적하고 비판함으로서 골수야 어쩔 수 없더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마수로부터 벗어나게 하는게 훨씬 합리적입니다. 아니 이게 근대적 방법입니다. 걍 이런 과정 생략하고 '너희들은 종북주의'라 딱지부터 붙이는건...보기엔 좋을 지 몰라도 결국 해결 자체를 어렵게 만듭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러한 태도는 구체적 정책에 대한 검토 능력을 저하시킴으로 당권파를 제외한 여타 정파까지 타락시켜버립니다. 당권파의 정책 정도는 가볍게 누를 수 있는 정책 개발 능력을 배양하기보다 걍 편하게 '종북주의'딱지 붙여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유혹을 강하게 받게 될 테니까요.

그러면 결국 정치는 산으로 가게 되어있습니다. 당장 오늘 봅시다. 미군철수강령 변경도 검토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SBS를 비롯해 보수 언론은 잽싸게 의제화하는 순발력을 발휘했죠. 뒤늦게 비대위에서 부정했지만 전 믿지 않습니다. (요즘 들어 걱정스러운건 통진당이 언플에 재미를 붙여도 너무 붙였다는 사실입니다.) 아무튼 그게 뭘 뜻하냐. 지금은 사상 검증을 위해 북핵과 인권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추세로 가면 미군철수가 기준이 됩니다. 더 나가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튀어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길 바랍니까?

정치집단을 제어하는 가장 유효한 공격은 '쟤들은 빨갱이래요.'가 아니라 '쟤들의 정책은 무능하대요.'입니다. 전자는 공격 주체의 정책 생산 능력까지 타락시키지만 후자는 선순화의 고리로 흡수하게 됩니다. 물론 국보법이 폐지돼서 사상까지 자유경쟁시장의 상품으로 오르는게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는 조건에서도 우리가 해야할 방법은...

근대주의자답게 시장 원리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쟤들의 상품은 후져"라는 평보다 무서운 건 없습니다. "재들은 이런 꿍꿍이로 이 상품 만들었대요" 백날 떠들어봐야 헛수고입니다. 그리고 솔까말, 상품 만든 꿍꿍이가 돈 벌어 룸살롱 가려는 속셈이든, 사회를 기부하려는 것이든, 혼자 잘먹고 잘살려는 거든 제가 알게 뭡니까? 

ps - 주민등록 번호 중복에 대한 당권파의 해명입니다. 전 관심없어서 대충 훑어만 봤는데 그동안 관심있게 보신 분들이 읽고 재반박이든 수긍이든 해주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