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이념적 쟁점이나 정책적 쟁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해도 당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소라고

대놓고 물어서 명확한 답변을 들어야만 그 궁금증이 풀릴 수 있는게 아니다.  도대체 정치가로부터 솔직담백한 말을 듣는게

가능하다는 순진한 생각이 어떻게 가능한가? 어떤 방향의 답변이든 딱 잘라 해주기만 하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기

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정치가한테는 국민을 속이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아니, 오히려 정치가한테는 권력을 잡기 위해서

라면 자유분방한 거짓말과 답변 거부를 비롯해 실정법에 어긋나지 않는 무슨짓이든 할 권리가 있다. 다만, 딱 한가지 국민을

속일 수 없는게 있다. 그건 공식적인 정치적 행위이다. 그 정치가가 몸담고 있는 정당이나 정파가 공식적으로 지지하거나

제안하는 정책, 그 정치가가 정치 제도의 장 내에서 하는 발언 - 이것들은 거짓일 수 없다. 나중에 그 정책이나 발언이 어떻게

바뀌든 그 제안과 발언의 순간에는 내심에는 다른 생각이 있더라도 그것들은 거짓일 수 없다.  정치가는 공식적인 정치적

행위로 판단받는 것이지 독심술사의 도움이나 억지로 끌어낸 몇마디 명확한 말들로 판단받는게 아니다. 그 공식적인 정치적

행위를 아무리 살펴봐도 그 정치가의 이념적 정체성을 모르겠다면 둘 중 하나다. 그 정치가가 아무런 공식적 정치적 행위도

해 온 적이 없거나 그 살펴본 이가 무뇌아이거나. 정치가가 대놓고 하는 질문에 딱 잘라 답변을 하는게 당연한 경우는 그 정치

가 자신이 그렇게 하는게 자신과 자신이 속한 정파/정당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나 그 정치가나 그가 속한 정파가 아무런

공식적 정치적 행위도 해오지 않았을 때 뿐이다. 물론 민노당 주류나 통진당 당권파가 북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는 알아내기 어렵지 않다. 아무런 명확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더라도 그 사실부터가 나름 명확한 판단근거이

다.  당연히 집요하게 물어대는 이들을 포함해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가령, 이덕하님은 정말 그 사람들의 정체를 몰

라서 딱 자른 답변을 갈구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치에 관심 쏟을 시간이 부족해서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는 국

민이 계몽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인가? 그 국민이 스스로를 도울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 조금 더 낼 수 있도록 놓아

두는 편이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자기 자신들을 위해 딱 잘라 답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주는 편이 좋다

고 나는 생각한다. 양심의 자유는 거창한게 아니다. 그건 그냥 자기 자신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이나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이다.  국민을 위해서 당연히 입을 열어야 한다고? 웃기는 소리 마라. 국민은 단일한 실체가 아니다. 최소

한 지지자들을 위해서는 입을 열어야 한다고? 지지자들은 단일한 실체인가? 그 지지자들이 하나같이 딱 자른 답변을 해주기

를 바란다는 확신은 어떻게 가능한가? 모든 개개인들이 그렇듯이 정치가는 자기 자신 외의 누구를 위한 존재가 아니다.  그 

누구를 대변하기는 한다면, 그 누구는 무엇보다도 그 정치가가 자신과 완전히 이해관심을 같이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을 대변하게 놓아두라. 당신에게는 그 정치가한테 표를 던지지 않을 자유가 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지

랍 넓게 다른 이들을 계몽한답시고 나서지 마라.  명백히 가장 시시한 종류의 정치적 권모술수로 보이는 것조차 양심의 자유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보호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당신이야말로 계몽이 필요한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