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솔직히 이공계 출신이라 이런 문제에 대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역시 이공계 출신이라 꼬치 꼬치 따져보는 버릇이 있는데요.
저도 많이 헷갈려서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 피노키오님 입장에 가깝습니다.

1. 사인이라면 상관없지만 공인이므로 검증해야 한다.
일리 있습니다. 그런데 공인으로 검증될 필요가 있는건 공적 사안일 때죠. 아무리 공인이라도 일주일 섹스 횟수, 불륜이든 로맨스든 불문하고 연애 상대, 자위 회수 등을 밝히라는 요구를 받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공적인 만큼 다수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성과 엄밀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일 텐데요.

이게 아리까리 합니다. 
'너 종북주의자 아니냐'는 물음은 얼마나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갖고 있을까요?

가령 '독립투사로서 김일성은 존경한다'고 합시다. 그러면 대한민국 70프로 이상은 종북주의자닷!!! 외치겠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공개적 장소에서 공인이 언급하는건 외교 관계상 타당하지 않다'고 말해봅시다. 진중권 같은 사람은 이 경우에도 '종북주의자닷'할 겁니다.

그런데 위의 두가지, 저도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면 저도 종북주의자?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은 물을 수 있습니다. 가령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대해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또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등.

전 '종북주의 혐의가 있다. 당신 스스로 그 혐의를 벗겨봐라'하는 질문보다 후자가 훨씬 생산적이고 객관적이며 중요한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후자의 질문이라면 판단할 기준과 근거가 명확해집니다. 그런데 '너 종북주의자 아님을 증명해봐' 이건 좀 그렇습니다. 아니라고요?

제가 아는한 대부분의 사상검증은 '사상이 있는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없다면 검증할 필요 자체가 없죠. 간단히 말해 그 전제 자체에 이미 '사상'에 대한 예단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고로 '난 사상이 없다.'라고 말하거나 '내 사상은 당신이 예단하고 있는 사상과 다르다 '라고 말하는 순간 '거짓말쟁이'가 되버립니다. 그리고 이건 예단하는 자의 폭력 아닐까요? 공인으로 사상 검증이 필요하다면 앞으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국무위원 모두 꼭 거쳐야 하는 '사상검증위원회'를 만드는건 어떨까요? 

가령 예전에 한총련 학생들이 미군 스트라이커 훈련장에 난입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 진중권과 미군의 반응이 아주 대조적이었는데요.

진중권 - 주사파들 치사하다. 왜 태극기 덮고 장갑차에 올라가냐. 앞으론 솔직하게 인공기 덮고 시위해라.
미군 - 우린 훈련 반대할 자유를 옹호한다. 그런데 갑자기 장갑차에 오르는건 시위자 및 훈련병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질서에 반한다. 앞으로 그러지 마라.

어느게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까? 제 눈엔 압소를리 후자입니다.

2. 검증도 때와 장소가 있습니다.
제가 듣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 시민 논객이란 분은 통진당 내부의 민주적 절차가 의제였던 상황에서 그런 질문을 던진 것 같더군요. 그렇다면 이건 매우 예의에 어긋난 질문입니다. 왜냐면, 그 질문에 담겨있는 함의는,

"너희가 비민주적 작태를 저지른건 니들이 종북주의자이기 때문이야."니까요. 제가 이상규라도 굉장히 불쾌할 수 밖에 없는 질문이고 그런 식의 사상검증이라면 이건 굉장히 비생산적이고 피곤한 방식입니다. 진중권이 뭐라 이야기한 모양인데 제가 거기에 대고 '니가 저번에 자살한 사람들 모욕한건 실수가 아니라 니가 유럽물 먹는 바람에 백인우월주의를 갖게된 PD기 때문이야. 내 주장이 아님을 입증하려면 지금 백인우월주의 가진 PD 개객끼해봐'해보세요. 토론이 되겠습니까?

도둑질을 했으면 도둑질에 집중해야지, 그 도둑이 PD라서 봐주고 종북주의자라 엄벌한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죠. 사상 검증을 할 수 있는 때와 장소는 뭘까요? 그런게 있을까요? 전 다른거 다 떠나서 사상검증이란거 자체가 무슨 생산성을 가질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사상이란거 자체가 공적으로, 객관적으로 검증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냥 물어보죠. 여러분의 사상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