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민노당 분당사태 때 탈당파들이 종북을 주요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을 보고 초기에는 PD께열에 더 우호적이었던 제 견해를 바꾼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민노당에 주사파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도 아니고 주사파의 행태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러나 분당을하는데 수 많은 이유가 있었을텐데 하필이면 종북문제를 중심이슈로 삼은 것에서 PD계열의 궁색함을 보았습니다. 최소한 국가보안법이 충분히 개정되기 전까지는 이런 문제는 공개적으로 논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사, PD를 통털은 진보계열의 암묵적인 신사협정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었는데요.

주사파문제는 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존재해온 것인데 마치 새삼스러운 것이라는 듯이 이슈로 삼으면서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세력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받으며 탈당한 PD파를 보면서 저는 저 사람들이 많이 지쳐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해묵은 반공논리와 보수세력의 지원까지를 동원해서 주사파와 대결을 벌였어야 했다면 PD는 더 이상 미래에 대한 비젼과 그 것을 실천할 역량을 고갈한 불임의 정치세력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이번 통진당 사태로 여기저기 검색을 하다 그 때 민노당 분당사태에 대해 저와 유사한 의견을 가진 분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홍기빈씨가 당시 프레시안에 쓴 글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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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080109181608&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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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문제는 "정파 게임"이다. 이는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정파들이 서로 다른 정파의 "불량한" 본질을 공격하기만 하면 누구나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고 무능력을 은폐할 수 있게 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치 기술자들의 가면 무도회이다. 특히 진보 운동 내에서 이 "정파 게임"은 운동의 사분오열과 전체의 지적, 실천적 역랑을 갉아먹어온 오랜 연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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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일각 세력은 "종북주의 청산"을 외치고 나왔다. 진보 진영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안다. 민노당 내의 친북주의의 폐해와 비윤리적 북한 추종 세력의 행태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그런데 이 너무나 온당해 보이는 문제 제기 뒤에 완전히 은폐되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대선 시기 나아가 지난 몇 년간 PD 세력 스스로가 노정했던 무정견과 무능력의 책임 문제이다. 대선 시기 그들은 무엇을 했는가. 대선을 한달 앞두고 출간된 "전진" 집단의 기관지는 "러시아 혁명 90주년과 레닌주의의 음미" 특집이 거의 전체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대선 시기 그들이 비판하는 대로 권영길 후보 진영이 "참패"의 길을 가고 있을 때에 그를 상쇄하고 당을 구출하기 위한 어떤 대안 제시와 실천을 보여주었는가. 나아가 지금 와서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그토록 비난하는 권영길 후보가 당 경선에서 뽑히던 당시 "전진"의 입장은 무엇이었는가. 권영길, 심상정, 노회찬, 누구든 무차별이니 각자 알아서 판단하고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었는가. 이 모든 무능력과 책임 추궁은 이들이 새롭게 벼려낸 단어 "종북주의" 한마디에 모두 사라지고 있다. 친북주의도 아니라 "종북주의"란다. 이론 혁신과 실천에 쓸 힘을 모두 혀 끝에 모아 공격 상대의 심기를 자극하는 재주로 꽃을 피운다.

그러자 이번엔 김창현이 나선다. 우리 당에 "종북주의자"는 없다고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 차라리 "종북주의가 왜 잘못이냐"고 나올 사상적 기개조차 내던지고 오로지 정파 게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능숙한 게임 운영자의 모습이다. 여기에 난데없이 민주노총의 이석행 위원장이 뛰어들면서 게임은 "stage II"로 들어선다. 그는 "친북주의 운운하는 자들은 반통일 냉전 수구 세력"이라고 하는 80년대 선전물 한 구절을 똑같이 되뇌인 뒤, "이들 분파주의자들과 함께 할 수 없다. 친북주의 운운하는 분당 세력은 당을 떠나라"고 역공세를 취하여 게임의 새로운 장을 열어제낀다. 당 안팎의 숱한 이들이 그토록 누누이 제기했던 이 친북주의의 문제는 그러면 모두 "아니 땐 굴뚝의 연기"요 "미 제국주의자들의 선동에 놀아난 어릿광대 짓"이었단 말인가. 대선 패배의 일대 원인으로 지목되는 "코리아연방공화국" 구호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성의 지점이 없단 말인가.

다음은 정해진 수순이다. 애초에 "종북주의"를 들고 나왔던 이들은 이제 기다렸다는 듯이 "분당"을 외치고 나온다. 가뜩이나 대선 패배 이후 유구무언으로 주눅들어 있다가 "종북주의"라는 언사에 심기가 상했던 NL 세력은 이를 보며 반갑게도 할말을 찾았다. 입을 모아 외친다. "분당 운운하는 해당파들은 당장 당을 떠나라". 탁구공이 둘 사이를 오간다. 순식간에 탁구공은 농구공이 되고 대포알이 되어 당 전체를 부수고 있다. 중앙위원회의 파행은 예견된 바 있다. 오랜 논의와 당 전체의 토론을 통해 집단적으로 도출되어야 할 친북세력의 문제를 지금 당장 꺼내들고 "종북세력의 척결"을 결정하라고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제안된 비상대책위원회 안건을 심사할 중앙 위원회의 성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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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도 이전 민노당 분당사태의 재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종북문제에 이어 부정선거문제가 추가되었고, 저번에는 뛰쳐나갈 명분으로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안방을 차지하겠다는 차이가 있겠군요. 그러나 타협불가능한 문제를 던져놓고 결판을 강요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군요.

2008년 분당 때 종북문제를 명분으로 삼았을 때 든 생각 중에 하나는 앞으로 여러가지 일로 연합할 일도 있을텐데 저렇게 헤어지면 그것도 힘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제 예상과는 다르게 연합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시 합당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몇 달 지나지도 않아 사단이 났군요.

말하자면 처음 민노당 분당 사태는 술집 나가는 여자인지 뻔히 알면서 결혼을 한 다음 다른 일로 문제가 생겨 이혼하면서 술집 나가는 더러운 여자라고 동네방네 떠드는 격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이혼해봤자 더 곤궁해지기만 하니까 옛날에 비해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옛날 여자와 재결합을 했지요. 그런데 재혼한지 몇 달 지나지도 않아 이번에는 가계부 이중작성하고 탈세한 여자라고 하면서 자기는 안방차지하고 여자는 식모방으로 쫓아내려고 하네요. 그리고 술집나가는 여자이기에 편들 사람이 없을 거라는 것을 믿고 더 막 대하는 것도 눈에 보이고요.

그러고 보니 '월하의 공동묘지'의 스토리군요.

서양식 결혼선서에 꼭 들어가는 구절이 있지요.

"이 한쌍이 신성한 결혼에 의해 결합되어서는 안 될 이유를 아는 사람은 당장 말하거나 영원히 침묵을 지키십시요."

어쨓든 훌륭한 트로이 목마 작전을 구경했습니다. 다만 점령한 트로이 성에 챙길만한 것이 남아있을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