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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daum.net/economic/employ/newsview?newsid=20120523090628152&cateid=1040

지난 97년 대선 당시 한국논단에서 대놓고 김대중의 사상을 검증하겠다며 나섰고, 결국 끌려나온 김대중을 수꼴들이 심문하듯 몰아세우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된 적이 있었죠. 당시 부당한 사상 검증이고 색깔론 공세라며 비난하는 여론이 거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수꼴들은 '공직후보자의 의혹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라며 맞섰구요.


어제 백분토론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네요.

한 시민 논객이 "당권파의 종북주의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 통진당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당권파의 종북주의 때문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면서 "북한 인권이나 북핵, 3대 세습 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인은 "종북이라는 말이 횡행하는 것 자체가 유감이다" 면서 "여전히 남아있는 사상 검증은 양심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질문과 프레임이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중략)

진중권 교수도 "국회의원은 유권자를 대변하는 것이다. 유권자 앞에서 양심의 자유를 말할 수 없다. 유권자에게는 자신의 이념과 정책을 분명하고 뚜렷하게 밝혀야 한다"며 "양심의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공직에 나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 기사 발췌 -


만약 진중권의 주장이 올바르다면, 과거 한국논단과 KBS가 김대중을 향해 시도했던 사상 검증 역시 옳았다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다수의 유권자들이 '김대중은 빨갱이가 분명하다'고 굳게 믿고 있던 건 사실이거든요. 진중권은 자신과 한국논단이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를 해명해야만 할겁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 정도쯤으로 쉽게 정리될 정도로 간단치는 않죠. 사실 진보진영에서도 그런 류의 사상 검증(?)을 많이 하거든요. 가령 새누리당 정치인에게 '5.18에 대한 견해가 어떻느냐, 박정희와 전두환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라고 흔히 묻는게 그런거죠. 일단 그런 질문을 하며 답변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나는 너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고, '너의 사상을 나에게 보여줘' 라는 점에서 동일한 형태이죠. 그런 류의 질문은 민주당이나 좌파정당 소속 정치인들에게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새누리당 정치인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질문일까요? 혹시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내가 하면 공직자 검증에 알 권리 충족이고, 니가 하면 사상 검증'이라는 이중적 태도를 지니고 있던걸까요?

여기서 결국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상 검증과 공직자에 대한 알 권리 충족을 구분하는 기준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제 생각에 둘 사이에 차이가 나는 것은 오직 하나 밖에는 없습니다. 바로 질문자의 의도이죠. 의심을 깔고 던지는 질문인가 아니면 순수하게 '공직자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서 던지는 질문인가의 차이입니다. 이것을 가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상대방이 답변을 했을 때, 그것을 거짓말로 여기면서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면 양심을 침해하는 사상검증이고, 답변대로 믿어준다면 알 권리 충족이자 공직자에 대한 검증이 맞겠죠. 그 대상이 일반인이든 공직자이든 이것의 적용에는 다름이 있을 수 없습니다. 

김대중이 명쾌하게 북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는데도, 한국논단과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여전히 '김대중이 가증스럽게 거짓말하고 있다. 역시 빨갱이답다'고 떠들어댔죠. 자신들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입니다. 그들은 색깔론 사상검증한 거 맞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어제 백분토론에서 이상규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모두 개객끼, 됐습니까?' 라고 답했다고 했을 때, 과연 그 시민논객과 진중권이 이상규의 답변을 액면 그대로 믿어주었을까에 대해 저는 매우 회의적입니다. 그들이 순순히 이상규에게 '답변에 감사합니다. 그동안 주사파라고 의심한 것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이상규씨는 주사파가 아닙니다. ' 뭐 이랬을거라고 믿는 분들은 아마 없겠죠. 100프로 "이상규가 곤란한 지경을 모면하려고 거짓말 하고 있다' 고 할거라는데 제 손목을 겁니다. 어차피 믿어주지도 않을 질문을 왜 하는지 저는 잘 이해가 안됩니다.  저는 한국논단과 그 시민논객과 진중권이 대체 뭐가 다른건지 전혀 발견할 수 없습니다.

유시민의 애국가 색깔론과 더불어 진중권마저 타인의 사상 검증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자유주의자임를 동네 방네 자랑하고 다니던 두 양반들의 커밍아웃을 지켜보는 감회가 씁쓸합니다. 그들의 자유주의에 대한 신념이 나같은 아크로 구석탱이의 한줌 런닝구보다도 낮았다니 웃기군요. 

도쿠가와 막부 시절 기독교 신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행했던 십자가 밟기 후미에가, 21세기 백주 대낮에 진보연 하는 작자들이 진보의 이름으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사파보다 그 사람들이 더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