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상규 국회의원 당선자가 북조선 정권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를 거부했단다.

 

이날 토론 중 한 시민 논객은 이 당선인에게 "당권파의 종북주의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 통진당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당권파의 종북주의 때문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면서 "북한 인권이나 북핵, 3대 세습 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인은 "종북이라는 말이 횡행하는 것 자체가 유감이다" 면서 "여전히 남아있는 사상 검증은 양심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질문과 프레임이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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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선인은 "이 세 가지(북한 인권, 북핵, 3대 세습)에 대한 질문 자체가 사상 검증과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적인 관계로 끌고 갈 것인지 악화된 상황으로 갈 것인지 이분법적으로 재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주장하며 결국 시민 논객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100분토론' 이상규 답변 거부... "사상 검증 응할수 없다"

http://media.daum.net/economic/employ/newsview?newsid=20120523090628152&cateid=1040)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비밀 투표. 다 좋다.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에게는 자신이 어떤 사상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자신이 어떤 정당에 투표했는지를 밝히지 않을 권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상규 씨는 한 명의 국민으로서 토론회에 나온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당선자로서 나온 것이다. “북조선 정권에 대한 입장”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못하면서 앞으로 국회의원으로서 도대체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투표는 모두 비밀 투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하는 투표는 모두 공개 투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회의원은 한 개인으로서 국회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를 대표해서 또는 대리해서 활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

 

한국의 국회에서는 국회의원의 투표 중 상당 부분을 비밀 투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유권자가 자신이 뽑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하는 투표에서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도 모르게 만드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국회의원이 모든 사안에 대해 항상 입장을 밝힐 수는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도 인간인 이상 모든 사안에 대해 다 정통할 수도 없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오락가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국회의원이라면 “북조선이 독재 정권인가? 아니면 본받아야 할 정권인가?”라는 문제 정도에 대해서는 자신의 입장이 있어야 한다.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또는 그 정도도 공개적으로 말할 배짱이 없는 사람이라면 국회의원을 할 자격이 없다.

 

 

 

한국에서 정치 지도자가 북조선 정권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왜 중요한가? 그 이유는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김일성주의자이거나 이전에 김일성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진보 운동에 온갖 기여를 했음에도 또한 온갖 측면에서 진보 운동을 망쳐왔기 때문이다.

 

좌파인 나는 김일성주의자 또는 북조선 정권 옹호자와 같은 당에 몸담고 싶지 않다. 이것은 내가 박정희 군사 독재 옹호자와 같은 당에 몸담고 싶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정치적 입장이 너무나 달라서 같은 당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진보주의자들도 이런 면에서는 나와 입장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한국의 진보 정당 강령에 북조선 정권에 대한 입장을 명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조선 정권은 지독한 독재 정권이기 때문에 타도해야 한다”와 같은 내가 좋아하는 과격한 표현이 아니라도 좋다.

 

북조선 정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현재 아무리 민주주의와 노동자 투쟁을 위해 거리나 공장에서 싸우고 있더라도 나와는 목적이 매우 다를 가능성이 다분하다. 현재 그들이 지독한 독재 체제인 북조선 정권을 옹호한다면 언제 그들이 남한에서 그만큼 지독한 독재 체제를 옹호할지 모른다. 그런 사람하고 어떻게 하나의 조직 안에서 활동할 수 있겠는가?

 

 

 

나는 NL(또는 김일주의자들)의 사상 또는 북조선 정권에 대한 입장이 그들이 꾸준히 보여온 지극히 비민주적 행태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재를 옹호하는 사상(김일성주의)은 그 사상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사상은 비민주적으로 행동하도록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비민주적 행태가 곪아 터져 나온 것이 이번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실부정선거다.

 

따라서 이번 부실부정선거 파문과 NL의 북조선 옹호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석기 당선자는 인터뷰를 통해 "어느 나라도 100% 완벽한 선거는 없다", "부정이 70%, 50%는 돼야 총체적 부정, 부실로 표현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만 키우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두 비대위 힘겨루기..끝없는 갈등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05/20/0200000000AKR20120520035100001.HTML?did=1179m)

 

이석기 씨에 따르면 부정이 50%는 돼야 총체적 부정, 부실이란다. 김일성주의 같은 황당한 이념에 오염되지 않았다면 21세기 한국에서 진보 진영에 있다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북조선 정권에 대해서도 “70, 50대 세습 정도는 돼야 총체적 독재로 표현할 수 있다”라고 말할 셈인가?

 

 

 

나는 김일성주의자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에 반대한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바보 같은 사상을 믿고 그것을 표현할 자유도 있어야 한다. 김일성이 위대한 수령이라고 믿든, 예수가 3일 만에 부활했다고 믿든, 외계인을 왕으로 모시는 왕국을 세워야 한다고 믿든 그것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NL 지도자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이 아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버리고 자신을 조롱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북조선에 대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숨기고 싶어한다.

 

 

 

이상규 씨에게는 북조선 정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을 표현의 자유(또는 표현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이상규 씨를 조롱할 자유가 있으며 진보 운동의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중대한 문제에 대해 대중을 기만하는 사람은 진보 운동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북조선 지배자들과 남한에 있는 추종 자들은 매우 다르다. 북조선 지배자들은 호의호식하기 위해 대중 위에 군림하고 있는 반면 남한에 있는 추종 자들은 고생하면서 민중의 편에 서는 일이 많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중대한 공통점이 있다. 둘 모두 민주주의를 개떡으로 알며 툭 하면 대중을 기만한다. 둘 모두 21세기 민주국가의 상식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이야기를 한다.

 

 

 

이번 사태로 남한의 진보 운동은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이 상처 속에서 김일성주의와 북조선 정권 옹호라는 암 덩어리를 제대로 도려내느냐 여부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만약 암 수술에 제대로 성공한다면 진보 운동이 튼튼하게 때로는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암 덩어리를 그대로 둔 채 봉합한다면 이런 일은 또 터질 것이다.

 

대수술은 위험하고, 괴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큰 병에 걸렸을 때 그런 모든 부담을 안고 대수술을 하는 이유가 있다.

 

 

 

이덕하

2012-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