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허경영 편을 보고 못마땅한 것이 있어서 “허경영이 과대 망상에 빠졌다고? -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라는 글을 썼다. 그 후 진중권 씨도 <그것이 알고 싶다> 허경영 편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진중권 씨가 무슨 말을 했는지 직접 찾아보았다.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낸 것은 오마이뉴스 기사 하나와 진중권 씨의 짧은 글 하나다. 그 중 일부를 인용해 보겠다.

 

 

 

"낡은 사고방식으로 '허경영은 사기꾼'이라고 하는데, 젊은이들이 그거 모르나? 10년 전 젊은이들은 '사기꾼'이라고 하지만 요즘에는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리얼리티에 대한 취향이 생겼다. 진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믿었던 아날로그는 무너지고 있다. SBS의 보수적인 틀은 조선일보와 같은 수준이다."

 

"앞줄에는 젊은이들이 앉아있고 뒤에는 60대 어르신들이 앉아있는 이 결합을 사랑한다"

(교수 잘린 진중권, '허경영' 콘서트장 간 까닭,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41465)

 

 

 

역시 그 분의 눈을 직접 바라본 분들의 취재라, 격이 다르네요. 도대체 누가 바본지.... 애들 맨날 시험 문제만 풀게 하고 놀리지를 않으니, 피디의 상태가 이 지경이 되는 겁니다. 그런 사람을 전문용어로 '슈필페어더버'(Spielverderber : 과도한 진지감으로 놀이를 망치는 썰렁한 사람)라고 합니다. 하여튼 그 우매함 때문에 허경영 현상의 진정한 새로움을 놓쳤어요. 결국 이거죠.

 

제작의도 : 대중은 왜 허경영에게 열광하는가?

취재결론 : 대중이 우매하기 때문이다. 축지법을 믿지 말라...

 

이 우스꽝스런 계몽적 수사에 사생활 까는 폭력성까지.... 진정한 바보가 누구인지, 진정한 광기가 무엇인지, 진정으로 미친 놈이 누구인지, 진정으로 위험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SBS와 허경영,

http://blog.daum.net/miraculix)

 

 

 

물론 대다수 국민들은 허경영을 우스꽝스러운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재미있어 한다. 하지만 허경영이 지배하고 있는 경제 공화당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진짜로 허경영의 말 중 상당 부분을 믿는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많게는 수 억 원을 허경영에게 바쳤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허경영을 보고 웃고만 있을 수 없다고 본 이유는 그런 순진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것이 알고 싶다>가 허경영을 진지하게 고찰하려고 하는 이유다.

 

진중권 씨는 허경영 콘서트에 대해서 "앞줄에는 젊은이들이 앉아있고 뒤에는 60대 어르신들이 앉아있는 이 결합을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내 짐작으로는 그 어르신들 중 상당수는 경제 공화당 당원인 것 같으며 그 중에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허경영에 바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 내 가족이나 친척 중에 그런 분이 계시다면 나는 결코 허경영 현상을 웃고만 보고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진중권 씨는 진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믿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보수적인 틀이 조선일보와 비슷하다고 비웃는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개그 콘서트>에서 진실만을 말하라고 시비를 걸었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수억 원을 날린 노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온갖 거짓말로 사람들을 구슬려서 아파트를 갈취하는 허경영의 행동을 보고 21세기에는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리얼리티가 인기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 작정인가?

 

과도한 진지함이 문제라고? 수억 원을 날린 노인들이 있는데 진지해지지 말란 말인가? 그런 어리석은 노인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아픔은 전국민에게 웃음을 주는 허경영의 커다란 역할에 비하면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뻔한 허경영의 속임수를 파헤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 그리고 허경영이 망상에 빠졌다는 식의 분석 인터뷰를 방송한 것에 불만이 있다. 뻔한 것들을 내보내기 보다는 허경영의 알려지지 않은 비리를 좀 더 깊이 파헤쳤어야 했다. 허경영의 그간 행적으로 볼 때, 그리고 경제 공화당의 규모로 볼 때 성 착취, 협박, 폭행 등을 비롯한 온갖 비리들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도 이런 우스꽝스러운 계몽 방송이 사라졌으면 한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 다수가 미신에 흠뻑 빠져 있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을 볼 때 여전히 초등학교 수준의 계몽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전히 점집은 성업 중이고, 온갖 사이비 종교에 전 재산을 바치는 사람이 적지 않고, 한의학이 의학 행세를 하고, 처녀 뱃속에서 태어나서 죽은 사람을 살렸다는 사람을 믿는 사람들이 인구의 30%가 넘는 이 나라에서는(다른 나라도 별로 다르지 않다)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의 계몽이 필요하다.

 

허경영을 비웃는 젊은이와 허경영의 말을 믿고 전 재산을 바친 노인 사이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젊은이들은 박정희와 찍었다는 조작된 사진에는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매우 미신적이어서 혈액형 성격론 같은 것도 믿는다. 그리고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또 다른 허경영인 사이비 종교 교주에 빠져서 몸과 재산을 바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대중이 우매하기 때문이다. 축지법을 믿지 말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제작진도 대다수 젊은이들이 허경영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허경영의 말을 믿었던 그리고 여전히 믿고 있는 소수다.

 

요컨대,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지한 접근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허경영 때문에 전 재산을 날린 사람들이 여러 명 있다면,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이 그것을 즐기고만 있다면 이것은 충분히 심각하게 다룰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마약이나 도박을 한 연예인들이 TV에 출연하면 몹시 분개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뭔가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몇 년 동안 TV에 출연하지 못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기에는 훨씬 더 죄질이 나쁜 허경영이 TV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비를 거는 사람이 거의 없어 보인다. 진중권 씨 같은 진보 인사는 아예 허경영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는 허경영 콘서트까지 관람했다.

 

나는 대중들이 허경영에 열광하는 현상을 분석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수가 웃고 있을 때 극소수라도 전 재산을 날렸다면 웃고 있던 다수는 웃음을 잠시 멈추고 전 재산을 날린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는 커다란 사기를 쳐서 여러 사람에게 큰 고통을 안긴 허경영이 그런 사기로 얻은 인기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방송에는 출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나는 진중권 씨와 온갖 문제에 대해 의견을 달리한다. 하지만 진중권 씨가 그 동안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낸 따뜻한 애정을 보고 어느 정도 내 편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진중권 씨가 허경영에게 당한 것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에 소개된 사람들, 그리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훨씬 더 많을 피해자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더 나아가 그것을 파헤치려고 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아냥거린 것은 상당히 의외다.

 

 

 

 

2009-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