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ly & Wilson의 가설
 

젊은 남자 증후군(young male syndrome)은 진화 심리학자인 Martin Daly와 Margo Wilson이 만든 용어로 20 세를 전후하여 남자가 공격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여러 나라의 통계를 보면 그 무렵에 남자들은 과속과 같은 위험한 행동을 가장 많이 하며 온갖 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다.

 

Daly & Wilson은 남자가 짝짓기 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해 그 무렵에 그렇게 행동하도록 설계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조상 남자들은 자원과 지위를 얻기 위한 경쟁을 벌였다. 그 이유는 더 많은 자원과 더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남자가 더 많은 또는 더 훌륭한 아내를 차지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성교 파트너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기 직전인 시기에 그 경쟁이 가장 치열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부일처제에 상당히 가까운 인간 사회에서 이미 결혼을 했다면 지위를 둘러싼 경쟁에서 한 발을 빼고 자식을 키우는 데 노력을 들이는 것이 더 적응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가설이 상당히 그럴 듯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 사냥-채집 사회에서는 사실상 개인 재산이 없었기 때문에 자원을 얻기 위해 남자들끼리 경쟁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주로 지위와 평판을 둘러싸고 경쟁했을 것이다.

 

 

 

 

 

남성 호르몬
 

20세를 전후하여 남성 호르몬이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 따라서 그 무렵에 남자들이 위험한 일을 많이 하는 것이 남성 호르몬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성 호르몬의 양이 공격성 등과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는 많이 있다.

 

남성 호르몬 때문이라는 설명은 Daly & Wilson의 가설과 모순되지 않는다. 남성 호르몬 때문이라는 설명은 근접 원인에 대한 설명이고 적응론적 가설은 궁극 원인에 대한 설명이다. 적응론적 가설은 왜 그 무렵에 남성 호르몬이 가장 왕성한지를 설명하려고 한다.

 

 

 

 

 

바다 코끼리와 갈매기 – 하렘 체제와 일부일처제
 

전형적인 하렘 체제에서 수컷은 정자를 제공하는 일 이외에는 자식을 위해 하는 일이 거의 없다. 또한 수컷들은 하렘을 차지하기 위해 피 터지게 싸운다. 바다 코끼리의 짝짓기 체제는 극단적인 하렘 체제에 가깝다.

 

하렘의 주인 즉 으뜸 수컷(alpha male)이 되면 그 하렘의 모든 암컷들을 차지하게 된다. 물론 가장 강력한 수컷이 으뜸 수컷이 된다. 따라서 다 큰 어른 수컷만 하렘을 차지하기 위해 도전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하렘을 차지하게 되면 도전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또 피 터지는 싸움을 계속 벌여야 한다. 이런 체제이기 때문에 바다 코끼리 수컷의 경우에는 번식하는 시기가 곧 가장 힘이 세고 가장 공격적인 시기다.

 

반면 전형적인 일부일처제의 경우에는 상황이 여러 면에서 다르다. 하렘 체제의 수컷이 자식을 위해 하는 일이 거의 없는 반면 극단적인 일부일처제의 경우에는 수컷이 암컷에 버금갈 정도로 자식을 위해 힘쓴다. 암수가 거의 똑같이 둥지를 지키기도 하고, 자식을 위해 먹이를 물어오기도 하는 갈매기가 그런 극단적인 일부일처제에 가깝다.

 

극단적인 일부일처제에서는 이미 결혼을 한 다음에는 수컷끼리 경쟁을 벌일 일이 별로 없다. 그 때부터는 수컷도 자식 돌보기에 전념한다. 게다가 수컷끼리 피 터지게 싸우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하렘 체제에서는 싸움에서 이기는 자와 지는 자 사이의 번식 성공도의 차이가 엄청난 데 반해 일부일처제의 경우에는 그 차이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컷들이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이다.

 

인간은 일부일처제에 상당히 가깝다. 따라서 결혼을 앞둔 시기에 남자들이 가장 과감하고 공격적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힘이 세고 용감한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여자들이 힘이 세고 용감해서 자신과 자식을 잘 보호해 줄 남자를 남편감으로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자들은 서열을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며 인간의 경우에도 충돌이 벌어졌을 때 육탄전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육탄전에서 이기려면 공격적이어야 한다.

 

바다 코끼리의 경우에는 하렘의 주인이 된 이후에도 끝없이 도전자들과 싸워야 한다. 반면 일부일처제에 가까운 인간의 경우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상당히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혼을 하는 경우도 과거에 있었겠지만 바다 코끼리나 사자처럼 다른 남자가 남편에게 도전해서 아내를 빼앗는 경우는 별로 없었을 것 같다. 대신 남자 또는 여자가 같이 살기 싫어서 헤어지는 식으로 이혼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런 체제라면 결혼을 한 이후에는 공격성을 줄이는 것이 적응적일 것이다.

 

 

 

 

 

세 종류의 위험한 일
 

위험한 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여기에서는 세 종류로 나누어 보겠다.

 

첫째, 모험. 위험하지만 도덕적, 사회적으로는 중립적인 일. 위험한 동물을 사냥하거나 높은 나무에 올라가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일을 하면 자신의 육체적 능력과 용감성을 뽐낼 수 있다. 이 때 문제가 생기면 혼자만 다친다.

 

둘째, 싸움. 여기에서는 같은 부족 내의 남자들 사이의 싸움을 말한다. 여러 동물들이 서열을 다툴 때 결국 싸움으로 결판 낸다. 인간의 경우에는 육탄전의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우리 조상들도 많은 경우 침팬지처럼 결국 싸움으로 서열을 갈랐을 것이다. 싸움으로 자신의 육체적 능력과 용감성을 뽐낼 수 있다. 그리고 싸움에는 보통 승자와 패자가 있기 때문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자신을 과시할 수 있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다른 남자에 비해 자신이 얼마나 힘이 세고 용감한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싸움을 하면 누군가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도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범죄. 절도, 강간, 폭행(남자들 사이의 싸움이 제외되기 때문에 부녀자 등을 폭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살인, 사기, 기물 파손 등이 포함된다. 많은 경우 범죄는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에 자신의 육체적 능력과 용감성을 과시할 수 있다. 하지만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들키면 도덕적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젊은 남자 증후군과 높은 범죄율
 

결혼을 앞 둔 시기에 남자가 자신의 육체적 능력과 용감성을 과시해서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더 높은 지위(결국 여자를 차지하는 것으로 연결된다)를 차지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가설은 상당히 그럴 듯해 보인다. 모험을 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면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질 것이다. 또한 다른 남자들은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즉 서열이 높아질 것이다. 싸움에서 이기면 서열에 즉시 영향을 끼친다. 또한 싸움을 잘 하는 것을 본 여자들에게 인상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범죄는 어떨까? 한편으로 어떤 범죄의 경우에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최악의 경우에는 부족에서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여자들은 착한 남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남자들도 착한 남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도 더 힘들어질 것이다.

 

여자가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는 속설은 그야말로 속설일 뿐이다. 여자는 힘세고 용감하고 착한 남자를 좋아한다. 즉 깡패를 때려 눕히고 부녀자를 친절하게 돕는 남자를 좋아한다. 여자가 가장 싫어하는 남자는 힘없고 비열한 남자 즉 깡패에게 굽실 대고 부녀자를 때려눕히는 남자다. 여자가 힘 없고 착한 남자보다 힘 세고 나쁜 남자를 더 좋아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것은 여자가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이것은 여자가 돈 없고 잘생긴 남자보다 돈 많고 못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여자가 못생긴 남자를 좋아한다는 증거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자가 돈 많고 못생긴 남자를 좋아한다면 그 이유는 남자가 돈이 많기 때문이지 못생겼기 때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여자가 힘 세고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면 그 이유는 남자가 힘이 세기 때문이지 나쁘기 때문이 아니다.

 

위에서 분류한 위험한 일들 중에 모험과 싸움은 상당히 적응적인 것처럼 보인다. 반면 범죄는 별로 적응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남자가 20세를 전후하여 범죄 성향이 강해지도록 설계되었을 것 같지는 않다. Daly & Wilson의 표현대로 위험을 감수하고 더 공격적이 되도록 설계되었는데 그 때문에 범죄라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 같다.

 

 


2009-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