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신드롬 뒤에 숨겨진 진실, 허경영은 누구인가?>

2009년 10월17일 방송

http://tv.sbs.co.kr/docu/index.html

 

 

 

이전부터 허경영이 그 많은 돈을 어디서 구해서 대선에 나왔는지 궁금했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 그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렸다. 허경영은 박정희, 박근혜, 부시와 친분관계가 있다고 속여서 주로 노인들로부터 상당한 돈을 “지원”받았던 것이다. 방송에 허경영 때문에 아파트를 날린 노인이 나왔는데 비슷한 사례가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허경영에게 정치자금을 바쳤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어떤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이것은 사기다.

 

연예인이 음주 운전, 마약, 도박, 폭행 등을 하면 보통 몇 년 동안은 방송에 나올 수 없는 것이 관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유로 훨씬 죄질이 나쁜 대형 사기를 친 허경영이 방송 출연을 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대학교 축제로 보이는 곳에서도 허경영을 초청한 장면이 <그것이 알고 싶다>의 첫 부분에 나왔는데 이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방송이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허경영은 단지 허황된 주장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주장을 이용해서 돈을 뜯어내는 사기꾼이다. 따라서 허경영에게 방송이나 축제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나는 왜 많은 사람들이 마약이나 도박을 한 연예인이 방송에 나올 때에는 격분하면서 허경영에 대해서는 그렇게 관대한지 이해할 수 없다. 내 도덕적 기준에 따르면 사기가 마약 중독이나 도박 중독보다 훨씬 더 나쁘다.

 

 

 

어쨌든 내가 이 글을 쓰려고 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허경영이 과대 망상과 같은 일종의 정신병에 걸렸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 이것은 허경영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는 전문가 인터뷰들을 보면 명백하다. 다음은 딴지일보의 김어준 씨,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 정신과 전문의 송형석 씨의 말이다(미세하게 다르게 인용되었지만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원래는 정치적 언어에 가까운 말만 구사했어요

공약만 약속하고, 물론 황당무계하지만

대선을 거치면서 그리고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이분이 흥분을 하게 되고 스스로

그러면서 도인으로 축지법이라든가 또는 눈을 보기만 하면 치유가 된다든가

그러니까 사이비 교주의 멘탈리티와 맥이 닿는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거죠

바로 그리로 옮겨갈 수 있는 그런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죠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일종의 망상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이미지에 대해서 나름 어떤 일관성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본인의 자화상에서 벗어난

과거의 여러 가지 객관적인 증거들은 인정하기를 굉장히 껄끄러워하죠

왜냐하면 그걸 인정하면 스스로가 굉장히 격이 떨어지는 사람이다라는

어떤 자존감에 손상을 입기 때문에 그건 어떤 식으로든 부인하려고 하죠.

(이수정 교수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어릴 때부터 굉장히 힘들게 살아왔다 본인도 지금 얘기를 하고 계시는데

이런 분들일수록 자기 자존심이 너무 어릴 때 낮아져 있으면

반대급부로 나는 최고다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나는 최고다라는 그런 생각을 버리는 순간 이분은 쓰러져 버리거든요

계속 거기에 집착하는 성격이 만들어지는데

다만 문제가 이분이 너무 거대한 사람들하고 계속 본인을 동일시하잖아요

박정희 대통령 같은 분들이나

이렇게 하다 보니까 나중에 (벌써 갔다고 생각하지만)

신적인 존재로까지 점점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송형석 정신과 전문의)

 

허경영의 그간 행적으로 볼 때 그에게는 정신병(psychosis)이라기보다는 정신병질(psychopathy)이라는 용어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허경영은 정신병자가 아니라 정신병질자(사이코패스)다.

 

허경영이 망상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가 실제로 자신의 터무니 없는 주장들을 믿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허경영이 자신이 한 말을 실제로 믿고 있다고 근거도 없이 가정하는 것 같다.

 

허경영은 자신의 터무니 없는 말을 이용해서 엄청난 돈을 뜯어냈다. 이것은 보통 사이비 교주들이 신 행세를 하면서 돈과 섹스를 뜯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어준 씨는 사이비 교주들이 대체로 망상에 빠졌다고 보는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사이비 교주들은 돈과 섹스를 갈취하기 위해 신 행세를 하는 것이다. 나는 허경영이 사이비 교주의 멘탈리티와 비슷하다는 김어준 씨의 말에 공감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다. 김어준 씨는 대다수 사이비 교주들과 허경영이 모두 정신병에 걸렸다고 보는 반면 나는 대다수 사이비 교주들과 허경영이 사악한 정신병질자라고 생각한다.

 

이수정 씨는 허경영이 결혼을 여러 번 했으며 자식도 있으면서 금욕적 생활을 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결혼 생활이 본인의 자화상(격이 높은 사람)에 벗어나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가 보기에는 자신이 격이 높다고 사람들을 속여서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다. 송형석 씨는 허경영이 박정희와 친분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어렸을 때 가난해서 자존감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본다. 내가 보기에는 박정희와 친분이 있다고 둘러대서 사람들의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다. 실제로 허경영은 대선을 여러 번 치를 만큼 많은 돈을 뜯어내는 데 성공했다. 심각한 망상증(편집증)에 빠진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 사기를 치는 데 성공한 사례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허경영은 끝없이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거짓말이 들통나도 개의치 않는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매우 비이성적으로 보인다. 즉 미쳐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허경영은 사기꾼으로서 상당히 성공해왔고 지금은 사기꾼 겸 연예인으로서 성공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런 터무니 없는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이 있으며 시청률을 위해 사기꾼도 출연시키는 PD가 있기 때문이다.

 

대중 매체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서 허경영은 더욱더 파격적으로 황당한 말들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박정희와 친분이 있었다는, 미세하나마 개연성이 있는 말을 했지만 지금은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어준 씨는 이것이 대중의 관심 때문에 허경영이 흥분해서 망상이 깊어졌다고 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허경영은 전략을 바꾸었을 뿐이다. 이전에는 박정희와 친했다고 속여서 노인들의 돈을 갈취하는 전략을 취했다면 지금은 더 허황된 이야기를 해서 음반 판매(모 사이트에서 한 동안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보아 상당한 금액을 벌었을 것으로 보인다)와 방송 출연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허경영이 망상증에 걸렸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정신병질자라고 정신병에 걸리지 말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정신병질자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매우 싸가지가 없었다는 증거를 찾아야 한다. 따라서 나로서는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돈과 명예를 향한 그의 주도 면밀한 움직임을 볼 때 정신은 멀쩡하지만 엄청나게 싸가지가 없는 정신병질자일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이젠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대중들에게도 상당히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그런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허경영이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순진하게도 믿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제 정신병질에 대한 책도 여러 권 번역되어 있다. 『진단명 사이코패스』와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는 정신병질 연구를 주도해온 로버트 헤어가 쓴 책이다. 로버트 헤어는 정신병질을 일종의 병이라고 보는 것 같으며 진화 심리학과는 별로 친하지 않다.

 

정신병질 문제를 진화 심리학적으로 파헤친 글로는 『Juvenile Delinquency: Understanding the Origins of Individual Differences』의 4장 “A Taxonomy of Juvenile Delinquency and an Integrated Theoretical Perspective”이 있다. 이 책에서는 정신병질이 일종의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2009-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