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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legacy.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4/05/005000000200405161756469.html
http://www.dailian.co.kr/news/news_view.htm?id=2095
(인상적인 대목은,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35%가 미국식 자유주의보다 북유럽식 사민주의를 선호하고 있다는 결과입니다.)
문제는 사민주의에 대한 이런 높은 선호도가 곧바로 정치 활동에 반영되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겠죠. 그동안 사민주의를 표방하며 활동했던 정당들이 몇몇 있었지만 '선거후 해산'이라는 도돌이표를 벗어나지 못했고, 현재 사민주의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정치인들도 몇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기존의 군소 좌파정당들이 국민들의 사민주의에 대한 기대를 담보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 그들의 낮은 지지율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우리 국민들 다수가 사민주의를 선호하지만, 그런 사민주의에 대한 기대를 새로 등장한 정치세력들에게 거는게 아니라 기존의 정당들이 환골탈태(?)하여 뭔가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죠.
저는 어쩌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만이나 무관심 냉소 낮은 투표율 등의 본질적인 이유는 어쩌면 정치가 국민들의 사민주의적 기대를 전혀 반영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과 복지 이슈를 통해 밑바닥에 잠복하고 있던 그런 기대감이 잠시 분출된 적이 있었죠. 하지만 그것을 끌고 나갈 주체인 민주당이 친노들에게 접수당하고, 이후 정치판이 구태의연한 '독재 vs 민주'로 짜이면서 시들해져 버린 것은 두고 두고 아쉽고 치열한 반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북유럽식 사민주의란 무엇인가' 에 대한 것이 아니라 '북유럽식 사민주의를 실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장 우선은 사민주의적 제도와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는 정당이 존재해야 하겠죠. 그리고 그 정당이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서 집권 가능해야합니다. 또한 사민주의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건데, 그 정당이 최소한 20년~ 30년 이상 동안 수구세력들의 저항을 당근과 채찍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어야하고, 안정적으로 집권하면서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사민주의적으로 개조할 능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이런 현실적인 조건들이 충족되지 못하면, 사민주의는 도달할 수 없는 요원한 꿈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러면 첫째, 과연 어떤 정당이 사민주의를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사실 그동안 NL과 PD라는 운동권 조류로부터 유래한 군소 좌파정당들이 성장하여 그것을 해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독재잔당인 새누리당을 괘멸시킨 다음, 민주당을 보수정당으로 밀어내고 그들이 과반수를 점유하는 진보정당으로써 정치판을 구성한다는 담론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모두가 목격하고 있는 바와 같이, PD들의 진보신당은 해산당했고 NL들은 햇빛에 나온 곰팡이 신세가 되어 종말을 고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맑스레닌주의적 사고틀에서 출발한 그런 담론들이 얼마나 현실성없고 어처구니 없는 먹물짓(?) 이었는지를 잘 알 수 있고, 국민들로부터 냉정한 심판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은 새누리당 자체를 괘멸시킬 수 있기는 커녕, 그들의 과반수를 막는 것조차 벅차다라는 것이 분명하지 않습니까?
결론부터 솔직히 말씀드리면, 현실의 대한민국에서 사회민주주의를 추진할 수 있는 정당은 민주당밖에는 없습니다. 새누리당 괘멸시키고서 민주당 VS 좌파정당으로 구성한 다음, 좌파정당들이 장기 집권하여 사회민주주의를 구현한다? 당체 왜 이런 복잡하기 짝이 없고 현실적으로도 실현 불가능한 프로세스를 상정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걍 간단하게 새누리당을 보수정당으로, 민주당을 사회민주주의를 구현할 진보정당으로 환골탈태 시키는게 그나마 실현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대목은 이겁니다. 비록 호칭이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더라도, 정당의 이름이 사회민주당이 아니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 정당의 강령과 정책들과 정치 활동이 사민주의적이라면, 그 정당이 바로 다름 아닌 사회민주당이라는 실용적 태도가 요구된다는 거죠. 솔직히 이름을 뭐라고 부르든, 그 안의 내용물이 훨씬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이름이나 포장만을 가지고 시비거는 교조주의적 태도는 정말 책상머리 먹물들에게나 어울리는 작태이겠죠. 그 정당의 이름이 민주당이든 아니든, 그 정당의 시초가 친일지주들로부터 출발했든 말든, 그 정당이 자신들의 정당 철학을 사회민주주의라고 부르던 말든, 그게 왜 중요하다는 것인지 저는 잘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 다음 두번째, 그 정당이 안정적인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 계속 집권가능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모두 알다시피, 북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은 조직화된 노동자들의 광범위한 "묻지마 지지"를 바탕으로 사민주의적 개혁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게 사실이죠. 설령 그런 사민주의적 개혁이 시행착오속에 실패를 하더라도, 여전히 신뢰하며 굳건한 지지를 보내주는 다수의 유권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거꾸로 이해해서 "대한민국은 노동자 정치조직이 미약하므로 사회민주주의는 어렵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굳건한 유권자 계층'이지 '노동자조직'이라는 표피적 형태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어떤 이념이든지간에 늘 그 나라의 역사와 구체적인 현실을 피드백하여 재구성되어야만 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입니다. 나라마다 처해있는 역사와 현실이 모두 다른건데, 외국에서 성공한 메뉴얼과 사례집 달랑 한장 들고 와서 읊조리는 사람들은 정말 밥맛이라고 할 수 밖에 없겠죠.
여기서 등장하는 분들이 바로 호남입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죠. 오랜 사회적 차별과 탄압을 겪으며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훈련된 시민들, 이짐전심으로 조직되어 개혁정당과 진보적인 정책들에 흔들림없는 묻지마 지지를 보내주는 유권자들이 벌써 수백만입니다. 거기에 45%가 넘는 국민들이 사민주의에 대한 기대와 선호를 보여주고 있는 나라에서 '사민주의는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건 어려운거죠.
솔직히 북유럽의 사민당을 지지하는 조직된 노동자들이 뭐 별겁니까? 그들이 대한민국의 호남 유권자들보다 얼마나 더 대단하고 진보적 사상으로 무장한 사람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별거 없을거라는데 백만원 겁니다. 한 집 건너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산다는 울산에서는 새누리당이 싹쓸이를 했지만, 호남에서는 전멸한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우습게도, 호남 지역의 그런 새누리당 전멸 현상을 탄식하고, 그런 호남을 지역주의에 사로잡혔다며 손가락질하는 골때리는 인사들이 진보연하면서 뻐길 수 있는 것도 대한민국의 서글픈 현실이죠.)
그리고 세번째, 과연 그 정당이 일관되게 사회민주적 개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보기에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영남의 국회의원 몇석이 모든 정치 행동의 유일한 목적인 사람들이 접수한 민주당은 그것을 절대로 할 수가 없죠. 자신들의 무능을 '반MB'로 감추고, 착한 FTA 나쁜 FTA, 착한 해군기지 나쁜 해군기지를 논하고, 능력보다는 지도부와의 친분으로 공천장을 주고 받고 하는 수준의 정당은 설사 그들이 당장이라도 '사민주의'를 하겠다고 나서도 문제입니다. 어쩌면 목전의 대선승리보다는 당내의 정치 양아치들을 몰아내는 것이 저는 긴 안목으로 훨씬 본질적이고 중요한 문제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민주당이 정당의 존재 목적을 분명히 하고, 일관된 철학을 정립하고, 그 깃발 아래 능력있는 사람들을 불러모아도 될까 말까인데, 지금처럼 관장사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잘 될 턱이 없는거죠.
어쨌든, 저는 사회민주주의를 열망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세력은 환골탈태한 민주당과 호남의 굳건한 지지, 그리고 타 지역 서민들의 정치적 연대밖에는 없다고 판단합니다. 이거 말고, 한국사회에서 과연 사회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다른 방도가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해방 후 미군정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시 해방조선민들(대한민국 건국 전이므로)은 사회주의를 선호하였습니다.
1946년 8월 미군정청 여론국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지지하는 이념에 관한 질문에 자본주의 14%, 공산주의 7%, 사회주의 70%로 조사되었다. 즉 사회민주주의를 선호하였다.(조소앙이 꿈꾼 세계 300~301 쪽, 도서출판 지영사, 김기승).
동아일보의 해방 후 어떤 국가 수립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8,453명 가운데 70%(6,037명)가 사회주의를, 7%(574명)가 공산주의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단지, 21세기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참조로 저 여론조사에서 공산주의 7%, 사회주의 70%를 강정구는 자신의 논문에서 '공산주의를 선호하는 사람이 77%였다'라고 왜곡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강정구를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사민주의를 꿈꾸는 사람으로 추천하나 쌔웁니다.(그런데 맨날 친노에게 이용당하는 민주당 아해들이 그런 결단력이 있을까? 인물이 새로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난 왜 민주당 아해들이 '지역당'이라는 비판/비난에 왜 그렇게 주눅들어 하는지 모르겠어요. So what?
위의 자료는 위키에서 인용한 자료입니다.
아참, 우리나라에서 사민주의를 선택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노조가 세계 제일의 강성인 이유(이건 맞는 말입니다.)와 같다고 봅니다. 얼마 전에 오마담님이 언급하신 '사회임금'이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제일 낮습니다. 하다못해 신자유주의의 본산인 미국도 사회임금이 우리보다 높고 우리나라는 10%를 밑돕니다. 따라서 회사에서 짤리는 순간 우리나라 국민은 '경제적 사형선고'를 받으니 노조가 강성일 수 밖에요.
오마담님이 언급하신 것은 기본임금이고 저는 사회임금이라고 했는데 기본임금은 직접적인 개인에게 혜택이 가지만 사회임금은 간접적 혜택이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병기합니다.
위의 도표는 각국의 사회임금 비중으로 제가 블로그에서 몇번 인용했던 자료입니다. 이 자료는 제 글 '한국진보는 왜 '복지가 국가경쟁력'이라고 외치지 않나?'라는 글에서 인용되었던 자료입니다.
지난한 과제가 될 듯 싶네요. 당장 거대 담론에 지나치게 천착하는 것 보다는 무상급식과 같이 차근차근 하니씩 챙겨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지금의 무상급식에 대한 전반적 평가는 긍정적인 듯 싶구요. 대구등에서도 무상급식을 왜 안하냐는 그런 목소리도 있나 보더라구요.
사회민주주의의 최대의 모토가 결국 연대성이니까 무상급식은 그런 연대성을 강화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깐요. (원래 인간이 가족이나 친척간의 연대는 모르겠지만 생판 남과 연대한다는 것은 사실 시장주의하에선 어렵죠. 그럼에도 그런 연대를 이루자는 것이니 어중간히 준비해서는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닐거라고 봅니다. 다만 연대성이 끼리끼리 패거리주의로 바뀌면 안되겠죠.)
호남이야 매우 중요한 자원이긴 한데 먼가 이익공유모델이 필요할 듯 싶네요. 마냥 닥치고 지지하라는 것도 이젠 좀 그렇구요. 여기서 이익은 정당한 댓가로서의 이익을 의미합니다.(머가 있을지는 공민해 봐야 할 듯)
사회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시장질서가 독일에서 한때는 서로 대립되는 것이었지만 우파인 메르켈 진영으로 대표되는 독일 우파(기독교 좌파계열) 자체가 사회경제적 시장질서를 받아들이면서 요즘은 거의 비슷해 졌어요. 이건 저번에 논쟁을 한 것도 있네요. 그래도 제도적으로 차이는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공동결정권과 같은 노동자들의 기업경영참가등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NL로 대표되는 민족주의계열이 좌파로 들어가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우리나라에는 민족주의가 우파 자리를 차지한게 아니고 이승만 박정희 집권과정을 거치면서 반공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친일인사들이 우파계열을 차지한 것도 한가지 이유일 거라고 생각합니다.일종의 민족주의가 극단화된 CASE가 NL이져. 결국 한국은 민족주의라는 가치도 좌파가 사회주의라는 가치도 좌파가 담당하다 보니까 외국고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건 과거 한때 신간회로 대표되는 좌우합작모델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입니다.(물론 그때는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해서 였지만) 과거 코민테른 처럼 교조적인 지시로 사회주의는 민족주의에 적대적이야 한다는 유럽식 관점보다 한국식 관점에서 어떻게 민족주의를 사회민주주의 가치안에 일정부분 포섭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건 햇볕정책 등에서 어느정도 시도된 바가 있지 않나 생각되네요.
아무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당연히 호남분들에게 '이념투표'를 하라고 요구해서는 절대 안되고 될 일도 아니죠. '그렇게 하는게 이러이러해서 당신들에게 가장 이익이다'를 설득하지 않고, 민주니 독재니 광주항쟁을 잊었니 어떻게 새누리당을 찍을 수 있느니 마느니 하면서, 마치 호남의 일반인들에게 어떤 사회적 의제를 실현하는 이타적이고 숭고한(?) 어떤 의무라도 있는것처럼 떠드는거 정말 웃기는거죠. 제가 친노들이나 깨시들이 역겨운게 바로 그런 부분이죠. 호남이 자신들을 묻지마 지지해주는건 아주 당연한거고, 안그러면 호남의 배신 운운하는 역겨운 태도 말이죠.
저는 사민주의가 한국 사회의 모든 서민들에게, 또한 서민이 대부분인 호남분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시스템이라 믿기때문에 주장하고 권하는거지, 무슨 이상주의자라서 주장하는건 아니죠. 또한 호남분들 정도면 그 정도는 별 어려움없이 이미 잘 알고 계시고, 그래서 변함없이 지지를 보내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농부가 밭을 탓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이런 상황에서나 쓰는 말이죠. 엉뚱하게 영남가서 그런 소리를 하는게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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