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흐강님과 제가 당권파를 변호하는 모양이 되버렸는데... 뭐 그렇다고 치죠. 다만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전사님과 토론하기 위한 것은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전 전사님이 알고 있는 정보와 제가 들은 것 사이에 갭이 있어 사실 확인 차원에서 묻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전 제가 좋아하지도 않는 진보통합당 놓고 열내고 싶지 않아요. ^ ^)

우선 전사님이 쓰신 글을 보면,

현장투표의 경우는, 투표함이 통진당의 지역구 사무소 등을 중심으로 지정된 몇몇 곳에 깔릴 것이고, 원칙상으로는 그 투표함이 설치된 모든 곳에 선관위원들이 파견이 나와야 겠죠. 그래서 투표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감시.감독의 의무를 다해야만 하는 것인데..

이걸 선관위원들이 아닌, 통진당 내 사무총장등 내부 관계자들이 도맡아서 했다는 거잖아요? 그러니 미분리된 투표용지가 나오고, 투표관리자 미서명의 투표용지도 나오고, 무효표를 유효화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기표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투표의 유효처리 사례도 있는 거였죠.

이렇게 주장하시는데...

제가 들은 것과는 다릅니다. 제 주변의 통합 진보당 당원들 보면 대체로 이정희 및 당권파와 거리가 있거나 심지어 이를 바득바득 갊에도 위와 같은 주장은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하는 이야긴,

아주 간단히 말해서,

"관리할 쪽수가 없었다, 띠발." 로 요약됩니다.

서울 모지역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는 친구에 따르면(이 친구는 영 따지고 들면 국참에 가까움) 서울의 경우 나름 쪽수가 있는 지라 ''국참,진신,민노' 셋이 공동으로 지구당을 관리했고 실제 선거 관리도 셋의 책임하에 이뤄졌다고 합니다. 이 친구의 경우  오히려 이번 사건을 거치며 국참계열을 싫어하게된 케이스입니다. 아무튼 이 친구의 항변은 '내가 아는한 우리 지구당에선 세 계파가 공동으로 관리했다. 그러면 누가 책임자냐?'

다음 시골에서 활동하는 친구의 경우는  '쪽수가 안됐다, 띠불'입니다. 가령 십몇만명이 사는 그 친구의 지역구에서 세 계파 통틀어 얼굴이라도 보이는 당원수는 기껏 기십명...그러니 선거 관리할 사람은 통틀어 다섯 손가락 이내... 버뜨, 선거를 앞두고 선거권자는 급등....그런데 현장 투표 뿐만 아니라 온라인 투표, 무슨 청년 비례 투표 등등 해야할 선거 관리 업무는 폭증...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세 계파의 화학적 통합이 안된지라 서로 따로 따로 놀기...이 친구 지역구의 경우 당권파는 거의 쪽을 못쓰는 형편이었는데 (더 나아가 이 친구, 당권파라면 가히 이를 바득바득 갑니다.) 님이 말한 부실 사례에 대해선 자신의 지역구도 할 말 없다고 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현장 투표다 온라인이다 뭐다 관리해야할 업무는 수십개에 달하는데 일할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쪽, 그나마 상근은 한명인가 두명인가에 불과하니 아닌 말로 자기 빼놓고 남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알 도리가 없는, 아니 더 나아가 자기도 자기가 뭐 하는지도 모르는 지경...

그리고 말이 쉽지 선거 관리에서 뭐가 합법이고 뭐가 불법인지 아는게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선관위직원들이 밥먹고 살지요. 사실 우리들도 당내 선거는 그만두고 국회의원 같은 큰 선거조차 허용되는 선거운동이 뭔지 잘 모르지 않습니까? 김재연의 온라인 투표놓고 부정선거다라 제기된 사례가 투표 당일날 지지 권유 받았다던데...저같은 경우 박원순-박영선 경선 당일 박원순 지지 전화 존내 받았습니다. 그 중에는 선배의 반협박성 전화도...그러나 전 그게 불법인지 뭔지도 몰랐다는.. 그리고 지금도 솔직히 감이 잘 안온다는.- -;;;

아무튼 당권파 아닌 친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사실 당권파의 항변이 아주 일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제가 이번 사건을 재구성해보면 이렇습니다.

1. 기왕의 민노당 선거는 끼리끼리 잘 아는 진성당원들끼리 알아서 잘했다. (뭐가 부실이고 부정인지도 감이 없음. 지역구로 내려가면 동아리 선거분위기. - -;;; 아...물론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당권파가 패권 쥠)

2. 새로운 세력이 진입했다. 선거 관리해야할 지역구나 단체 내부의 손발이 안맞는다. 누가 뭐하는지도 모른다. 서로 불신이 쌓인다.

3. 거기에 당규가 바뀌면서 선거권자가 대폭 늘며 업무는 폭증했다. 그야말로 역부족이다. 정말로 누가 뭐하는지도 모른다. 이 상황에서 각 계파는 계파별로 움직인다. 부실의 사례가 첩첩산중...한마디로 능력도 안되는 것들이 폼나는 선거는 다하느라 뭐가 빠질 지경...

4. 선거 결과 놓고 계파의 불만이 폭증한다. 당권파는 아쉽지만 목표대로 됐으니 만족이나... 인천, 경남 궤멸한 비당권파 열받고... 엠비 정권이래 고난의 행군(?)을 해온 참여계열 인내는 한계에 도달하고...

(이하는 음모론이 될 수 있어 생략)

그래서, 아무튼 제가 보기에 '부실'이지, '부정'은 아니라는 당권파의 주장이 아주 거짓말은 아닙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진보통합당의 역량으론 이번 총선같은 선거관리 업무를 감당할 수가 없어요. 당장 선관위가 투표함 안빌려주자 각 선거구에선 라면박스로 만들 수 밖에 없었다잖아요?

그리고...당권파 미워하는 친구들 이야기 들어봐도 선거 운동에 벌어진 '부실' 혹은 '부정'에 관한한 참여계도 할말 없겠더군요. 서울의 친구는 이번 사건 계기로 참여계가 미워졌고... 시골 친구의 경우는 원래 싫어했고...그래서 이번 기회에 당권파 팍 엎고 싶으나...그랬다간 (그 친구 표현으론 새누리나 민통당이 안받아줘서 온 정치꾼들) 참여당계열이 더한 짓 하는 꼴 볼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며 술만 벌컥 벌컥...

예. 눈치 채셨겠지만 제 입장이 살짝 선회한데는 그 시골 친구의 영향이 좀 있었습니다. 그날 같이 술먹느라 제가 고생 좀 했걸랑요...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