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늘에 가면 먼저 예수님을 찾아뵙고 인사한 뒤 다음에 모차르트를 찾아보고...

이 유명한 말을 했던 스위스 신학자 칼 바르트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먼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한 두곡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한다. 나도 한때 그를 흉내내어 눈을 뜨자말자, 모차르트가 아닌 도메니꼬 스카를라티의 피아노 소나타들을

한두곡 듣고 하루를 시작했었다.

 스카를라티의 피아노 소나타들-작곡 당시에는 합시코드용의 곡- 은 피아노란 악기가 베풀어줄 수 있는 최고 향연을 우리에게

 베푼다. 너무 심각하지도, 서툰 무당처럼 주제를 강요하는 인상을 쓰지도 않는 그 음악은 그 자체로 순수한 유희이며 가장

세련된 음악언어라고 할 수 있다.

 

 쇼팽은 당시 청중들 사이에 스카를라티의 인기가 없고 무대에서도 좀처럼 연주되지 않는 것을 두고 '바보 같은 청중들'이라고

힐난했다. 현대 청중도 비슷하지 않을까.

 나는 스카를라티를 들으면서 어쩌면 바흐 조차도 같은 년배의 스카를라티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건반악기

의 연주법에 대한 정밀하고 혁신적인 고안들, 자연풍경과 서민생활의 활력을 멋진 음악으로 환치시킨 그 창조력으로 미뤄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스카를라티 소나타는 600여곡에 이르며 그 일부만 자주 연주되는데 여기 소개된 3곡은 특히 대표적 곡들이다.

 

 호로비츠는 화제무성했던 모스크바 귀국 첫 연주회에서 여기 소개된 K.87.K.135와 함께 개막곡으로 K.380을 연주했다.

그가 녹음을 하거나 무대에 나섰을 때 스카를라티 작품을 빠트린 경우가 거의 없는 걸로 볼 때 호로비츠도 쇼팽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 않나 생각된다.

이 연주는 1982년 그가 78세일 때 런던에서 녹음된 것으로 아직 대가의 기예가 충분히 살아있을 때의 연주라고 할 수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