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모두 다르겠지요. 그러나 자신의 삶과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가 이대로 유지되거나, 아니면 좀 더 나아지거나라는 공통점은 있을겁니다.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아크로에 글씩이나 쓰고, 때로는 계급찾고 호남찾으면서 거창하기 짝이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사실 제가 정치에 바라는 것은 정말 단순하고 소박합니다. 아마 들으시는 분들은 "겨우 그거 때문에?" 하면서 피식하고 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정치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개선되기를 바라는 가장 우선 순위가 '우리 동네 박스 줍는 할머니가 여생을 좀 편안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두번째가 우리 동네 편의점 알바 청년이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것입니다. 출퇴근길 허리굽은 그 할머니를 마주칠 때, 정말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밉니다. 우리 사회의 생산력이 과연 저 분을 부양할 수준도 안된다는 것인가, 정말 그렇다면 참 비루하기 짝이 없는 생산력이겠죠. 그러나 동네 입구에 애완견들을 위한 동물병원들이 나래비를 서 있고, 다이어트가 미덕이 된지 오래인 우리 사회가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가 적선이나 동정심을 발휘해서 그 할머니의 여생을 단번에 편안하게 해드리는 간단한 방법도 있겠죠. 그러나 저는 결코 그럴 의사가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저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니까요. 오로지 공적인 시스템과 방법을 통해서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의 여생을 공적으로 편안하게 해드리는게 말처럼 쉬운건 아닙니다. 가장 쉽게는 정부에서 예산을 배정하여 그런 처지에 있는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이 있겠죠. 그러나 제 입장에서 그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저는 정부가 어떤 국민들을 적선이나 동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반대합니다. 시스템의 문제는 그대로 놔둔채 적선용 예산으로 해결하는 건 제가 정치에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애초에 노인들이 그런 처지에 내몰리지 않아도 되는 구조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를 추적해 들어가면, 정말 거창하고 복잡한 담론들이 줄줄이 딸려나오는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학교 왕따문제를 고민하다보면 학벌우선주의같은 것들은 물론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교육의 역할 문제같은 것들까지 자연스럽게 딸려나오는 것과 비슷한거죠.

솔직히 제가 아크로에서 깨시들 비판하고 호남찾고 계급찾으면서 닝구라고 조롱을 받으면서까지 글을 쓰는 이유도 모두 그것과 관련이 있다면, 잘 이해가 안되실 것 같습니다. 저는 박스줍는 노인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우리 사회 진보의 실체적인 동력은 호남대중과 여타 지역 서민들의 정치적 연대에서만 나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 것을 방해하는 모든 정치적 입장과 세력들은 저에게는 적대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마다 자신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에 대해서는 말씀들을 잘 하면서도, 막상 누가 과연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죠. 진보진영에서 이 문제에 대한 아무런 고민이 없었던 것이,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근본적인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 극복해야한다, 이명박 심판하고 새누리당 괘멸시켜야한다, 복지국가 만들어야 한다 등등 그럴싸한 좋은 이야기들은 많이 하면서도, 그걸 어떻게 누가 할 수 있는데? 라고 물으면 답이 없다는거죠.

우리 동네 박스줍는 할머니와 편의점 알바 청년의 삶이 정치적으로 구조적으로 개선되려면 호남문제도 해결되야하고 한국식 천민자본주의의 문제도 해결되야하고 재벌들의 현대판 봉건주의도 혁파되어야하고 영남패권주의도 혁파되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나요?

그런데, 요즘은 걍 다 접고 저 혼자 잘 먹고 잘사는 문제나 신경쓰고 사는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저도 이제 나이를 먹고 늙어가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