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르 클레지오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의 자전적 소설인'아프리카인'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모든 인간은 한 아버지와 한 어머니의 결과다. 우리는 그들을 인정하지
않거나 사랑하지 않을 수 있고, 그들에 대해 의혹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여기 존재하며, 그들 자신의 얼굴, 태도, 삶의 양식이나
기벽뿐 아니라

그들의 허망한 꿈, 희망, 손과 발가락의 모양, 눈과 머리카락의 색깔,
말투, 생각, 그리고 어쩌면 죽게 될 나이까지도 포함한 모든 것이 우리를
통과하여 흔적을 남긴다.

의사로 평생의 거지반을 군의관으로 아프리카에 거주하며 젊음과
열정을 바쳐 신생국들의 민주화 과정을 지지하며 서구 제국주의 정책을 
거부해가던 클레지오의 아버지는 모순되게도 불행한 현대사를 몸으로
겪어내는 과정에서

전장터의 날 선 긴장, 불가항력에의 굴복, 가치의 전복 등으로  피폐되어
인생과 열정에서 추방되어 이방인이 되어버린 늙은 잔존자의 모습으로
어린 클레지오의 평온한 어린시절을 불안으로 균열시킨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두려움의 대상으로 전락하고만다.

회고담 형식인 이 소설은 어른이 되고도 한참이지난 후, 이제는 그 아버지
마저도 없는 상태에서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유년의 기억의 단편들과 
가족사, 그리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아버지의 아프리카에서의 활동 궤적을 따라가며 아프리카 이전의 아버지와
아프리카 이후의 아버지가 왜 그렇게 극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었는가를
납득하고 이해하게 된후에야 비로소 아버지를 긍정하고 화해할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2.박지원

전에 어떤 사람에게 연암이 의지하며 따르던 형의 죽음을 당하여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날 때는 형의 얼굴을 보면서 그리움을 달랬는데 이제 그 형이
죽었으니 그리움을 어떻게 달래야 하나... 의관을 정제하고 냇물에 비춰지는
내 얼굴의 그림자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을 밖에는...

이라는 열하일기(?)의 묘사부분을 들며 내가 아는 한 가장 깊고도 아름다운
아버지에의 긍정 표현인것 같다는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는데, 듣고있던
그 사람의 대답  "그래서 난 거울을 보는 게 싫다" 을 듣고 속으로 뜨악해지던
적이 있었다.



 3. 마이클 잭슨


 

뭐라고 얘기하기 힘든 이유 그러니까  순전히 근거없는 느낌이었지만  
이 사람은 곱게(?) 늙어서 생을 마감하지는 않겠다싶었다.

피부암에 걸렸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었고, 포털 메인에 사진이 올려진
것을 봤을 때 "야가 왜 포털 일뜽 먹었지 또, 성추행? 아니면 결국 암으로
죽었는가?" 생각했는데 사인이 심장병이라도만. 뭐 그 후로 쏟아져 나오는
소식들로 봐서는 이도 확실하지는 않은 것 같고... 여튼.

전성기에도 이 사람의 퍼포먼스를 집중해서 보거나 귀 기울였던 적은
별로 없던 것 같은데 허전한 마음이 좀 드네. 아마도 내가  저간에 관심을
가지고 말고하는 것들과는 상관없이 한 시대의 특징적인 아이콘 역할을
두드러지게 했 던 사람의 죽음에 관한 뉴스라서 그럴거라 짐작.

메인 뉴스의 하단에 주루룩 달려있는 관련 소식들 중 "아버지를 닮아가는
얼굴이 싫어서 성형했다"는 제목의 뉴스가 유독 눈에 들어오더만. 이 걸
부연해서 설명하기라도 하는 듯 또 연달아 들려오는 소식은 그의 아버지
조 잭슨이 자식의 죽음 앞에서는 너무 빠르다싶게 마이클의 유산 처분에
대해서 법의 손을 빌리겠다는 의중의 적극적인 노출.

이런 종류의 그러니까 한 개인이 의지로 선택하기 힘든 조건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기위해 조심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무의식적으로 고치기
힘든 것들 중의
하나가 그가 저의 부모를 대하는 태도. 저의 근원을
용납하고 긍정하여 극복하고
심리적인 독립까지도 해냈는가에 관한 것이다.

내가 그의 부고 소식을 듣고 허전했던 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특출난 재능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대한 아쉬움이 크지만 이런 이유도
있다.

아, 내 열 서너살 무렵 엄마가 책사라고 준 돈 삥땅쳐서 자주갔던 서부터미널
로라장 귓청떨어지는 소음 속에서 이 노래에 박자맞춰 떼거리로 하던 문워크의 
기억도 같이 묻히게 되겠구나. 워쪄...

나는 김광석이나 김현식들의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서늘해지는편인데, 이제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들어도 그럴 것 같다.  쩝쩝 쩌비쩌비


어쨋든 Rest In Peace, 마이클 씨. 덕분에 즐거웠어요.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