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가끔 기독교인, 특히 개신교인의 뻔뻔한 거짓말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 글은 몇년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한 창조과학자의 헛소리에 놀라서 적은 글입니다. 틀림없이 십계명에는 거짓말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왜 이리 거짓말을 많이 할까요? 유명한 라마다경부터, 볼테르, 다윈의 회개 전향의 일화까지. 문제는 이들이 누가 한번 거짓말을 해서 내 뱉으면 단 한번도 검증 조차 하지 않고 기정사실 처럼 이런 이야기를 퍼 나른다는 겁니다. 무식과 거짓의 전파라고 해야할까요? 

시간나면 이런 거짓에 대한 글들을 하나 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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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한 창조 과학자의 블로그를 보았다. 내용을 보자면 대략 모든 성서의 사건들은 역사적 진실이라는 것. 성경이야말로 가장 객관적인 역사책이라는 것.

http://blog.naver.com/jee1006?Redirect=Log&logNo=20027853709

그러면서 여러 역사학자들의 성경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최근의 고고학자의 발견이나 학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 중에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최근에 고대 역사를 연구한 데이비드 롤(David Rohl)의 '문명의 기원 (The Genesis of Civilization)'과 피터 제임스(Peter James)의 책 '암흑의 세기들 (Centries of Darkness)' 에 의하면, 성경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고대 초기 이집트의 역사의 일부가 조작/변개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발견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람은 데이비드 롤이 쓴 "문명의 기원(한국 번역본의 이름은 문명의 창세기)"가 마치 성경의 기록을 옹호하는 책인양 오도하고 있는 것 처럼 이야기한다. 정말 궁금한 것은 이 공학박사이자 창조과학회 텍사스지부장이자 텍사스 A&M대학 교수이신 이 양반께서는 데이비드 롤의 책을 읽어보기나 했을까 하는 점이다.
                  
<데이비드 롤의 사진, 상당히 빵빵한 경력의 고고학자, 이집트학자이자 저술가이자 다큐멘터리의 해설가 역할도 소화했다.>

데이비드 롤이 쓴 <문명의 창세기>는 흥미로운 가설을 세우고 있지만 결코 그레이엄  헨콕등의 마이너, 신비주의 취향의 글이 아닌 정통적인 역사교양서다. 그런데  이책이 성경의 역사성을 인정한다?

<문명의 창세기>가 주창하는 내용은 간단하다. 수메르 문명이 근동문명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이집트의 기원 역시 수메르라는 것. 성경에 대한 입장 역시 지극히 주류의 역사관을 대변한다. 역사적 사실에 기원을 둔 구전설화를 후대에 편집한 것. 따라서 역사적 사실의 단초를 찾을 수 있지만 결코 그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 들이지 않는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데이비드 롤이 주창한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아담이하 대부분의 족장의 이름은 수메르어로 쓰여진 설형문자를 제각각의 순서로 읽다가 생긴 오류로 인해 수메르왕명록이 이름의 순서와 발음이 뒤바뀐 것이라는 점. 다시 말해 성서의 기원은 기본적으로 수메르의 점토판이라는 것이다.

사실 <길가메시>가 발굴되고 번역되면 성경이 수메르인의 신화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주장은 주류역사학자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데이비드 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성서에 나오는 히브리인의 조상은 전부 수메르인이라는 것이다. 아담이라는 이름 역시 수메르의 족장의 이름인데 설형문자의 특징상 음이 섞이기 쉬워서 순서와 받침이 뒤바뀌어 아다무, 아담 등으로 발음되어 기록되었다는 것이다.

주류사학자들은 히브리민족이 구약시대에 형성되었다고 믿지 않는다. 출애굽기를 역사적 사실로 믿는 사학자도 없다. 이집트인에게 노예취급을 받는 유목민들이 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들을 통칭해서 아피루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피루라는 명칭은 단일민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거주지 없이 떠도는 민족이라는 뜻이다.

데이비드 롤은 이들 중에 멸망한 수메르의 민족중 일부가 있었고 모세는 이들을 종교적 공동체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 아닐까하고 추정한다. 이 주장은 프로이트에 의해서도 시도된 적이 있는데 프로이트는 이집트 공동체 내에서 강력한 일신교를 주창하다가 실패한 모세가 그 일신교를 히브리 민족에게 주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롤은 모세라는 인물이 이집트를 탈출해 또 다른 수메르인의 후예인 미디어족을 만나 자신의 잃어버린 종교인 수메르의 신들을 만나고 그 교리를 가져온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여호와, 야훼는 수메르의 만신전 중 압수(지하의 물)의 신인 엔키의 아카드어 발음인 에아의 발음을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수메르 만신전에서 에아는 인류를 창조한 신이다. 수메르 신화를 보면 재미있는 것이 에아가 인류를 창조한 것은 결코 자비로운 마음에서 그런 것이 아니다. 하급신들인 아눈나키들은 농장을 만들고 광물을 캐고 건설을 하는 활동을 맡았는데 지나친 혹사에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그래서 하급신들을 도와 일을 하기위한 일꾼이 필요했고 압수의 신인 엔키는 진흙을 개어 인류를 창조한다. 자신들이 부리기 쉬운 노예로 써먹기 위해(헉, 생체로보트?).

어쨌뜬 에아는 자신의 창조물인 인류가 불쌍했고 엔릴이 인류멸망계획을 세우자 몰래 빠져나와 우트나피슈팀에게 엔릴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배를 만들라고 이야기 한다(<길가메쉬>의 일화, 수메르 홍수설화의 주인공의 이름은 설화에 따라 아트라하시스, 지우수드라 등의 이름으로 나온다).

에아는 인류의 창조자이자 수호신이 된 것이다. 모세는 에아신을 모시던 도시국가의 후손들을 만나 잃어버린 자신의 민족의 역사와 신앙을 되찾아 이 신앙체계를 아피루에게 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을 제시한 것이다. 이 아피루들은 종교공동체, 문화공동체를 형성하게 되고 후대의 히브리 민족의 조상이 된 것이다.

데이비드 롤이 성서고고학자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결코 성서의 사건을 글자그대로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성서라는 히브리민족의 신화를 분해하여 인류역사의 기원을 탐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성서의 문자주의를 옹호하려고 하니 어이가 없어진다.

히브리민족의 기원과 사라진 이스라엘의 10지파 등등은 항상 아마추어 역사가들의 흥미로운 주제다. 다음 기회에는 사라진 이스라엘의 10지파에 대한 주류학자의 주장을 소개할까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