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로 달다가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그냥 본문에 답니다. 미뉴에님과 다른 분들에게 그냥 재미로 읽어보라고 쓰는 잡담입니다.

미뉴에, all/ ㅎㅎㅎ 이야기가 점점 재미있어 지는데요?
알랭 드 보통이 쓴 에세이,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불행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우리 세대가 종교를 잃어버린 것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중세 유럽의 농노들은 힘겹게 배고프게 하루 하루 살아갔지만 그다지 불행해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그들은 신을 믿고, 이 세상을 마치면 바로 행복한 구원을 받느다고 믿었거든요. 그 믿음이 이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상당히 경감시켜 주었다고 합니다.

자, 여기서 우리는 로마시대 노예 철학자 에픽테투스를 한번 만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픽테투스는 스토아 학파를 만들면서 우리의 행복은 우리가 이 외부 세계의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역설하죠? 즉, 중세시대에는 육체적 고난, 외부적 궁핍을 천국에 가기 위한 과정으로 인식하면서 이를 불행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서 행복 합니다.

에픽테투스는 이러한 종교적 과정을 생략합니다. 그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그 받아들일 수 있는 여러 가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내적 자유을 획득하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이 내적 자유라는 개념이 어째 동양 종교의 해탈이나 모크샤와 비슷한 느낌입니다만...

그런데 현대의 알랭 드 보통은 이제 이 두 가지를 결합합니다. 보통 사람이 에픽테투스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에픽테투스의 경지는 그야말로 범인의 경지를 넘어선, 거의 부처의 경지 같은 것이죠. 전해 지는 일화가 사실이라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에픽테투스는 다리를 절었다고 하는데, 그건 그의 주인이 레슬링을 하면서 다리를 비틀었던 것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에픽테투스>

다리를 비틀자 에픽테투스가 말합니다. 주인님, 다리가 부러 집니다. 그러나 전혀 아픈 기색이 없자 주인은 다리를 더 비틉니다. 에픽테투스가 다시 말합니다. 주인님, 다리가 진짜 부러 집니다. 그런데 주인이 더 힘을 주자 다리가 부러지고 맙니다. 에픽테투스가 말합니다. 주인님,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제가 이야기 했잖아요.

이런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어차피 거의 불가능 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알랭 드 보통은 중세의 어떤 행복함을 가져다 주는 공동체 의식, 종교적 제식, 엄숙함, 숭고함을 가져오는 노래 등등 종교적 성향만을 가져오고, 실제 종교의 신앙, 특히 광신적인 신앙은 제외한 형태의 종교를 만들어서 우리가 받아들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펴게 됩니다. 의식와 제례를 선택할 우리의 자유를 만끽 하자는 것이죠. 에픽테투스의 고행을 겪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자유롭지 않냐고 말하는 셈입니다.
<알랭 드 보통>


이런 식이죠
[그러나 미사에 참석하는 충직한 신자들은 각자의 종교에 대해서 이처럼 조직화된 명령을 지키지 않는다. 다만 격식을 그다지 차리지 않는 맥락에서는 불러내기가 불가능한 수준의 강렬한 영혼의 힘을 산출하는 수단으로써만 그런 조직화된 명령을 환영할 뿐이다] 
                                                              - by 알랭 드 보통, 무신론자을 위한 종교.

즉, 행복을 위하여 정신적 고양을 위한 의례와 노래를 부르며 어떤 숭고한 느낌, 삶에 의미가 있다는 느낌을 추구하되 신을 위한 예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흠......... 그야말로 에고이스트의 종교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은 아주 영리하게도, 각 종교에 담겨 있는 인류학적 지식을 활용하여 종교는 우리들 본성 중 공동체에 맞지 않는 특성을 순화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주창합니다. 그래서 분노조절, 공동체의 이익 등에 헌신, 타인을 용서하는 자세 등등에 대하여 각 종교마다 있는 가장 우수한 특성을 가져와서 결합시키자고 하네요. 이를 통해 우리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는  강한 소속감 유대감은 가지면서 종교 특유의 배타성, 타집단에 대한 공격성 등은 제외할 수 있다고 주장 합니다.

음................ 어째 유사 종교를 만들어 인간 본성의 공격성을 거세하겠다는 주장 처럼 들립니다. 지젝이 이야기한... 쿠바 공산당은 혁명을 이룬 후 실제 혁명에 대한 열망을 거세한 곳이다... 그래서 거세에 대한 충실성 ( fidelity to castration)을 이룩한 공간이다. 쿠바 지도자의 이름이 피델 카스트로라는 것은 농담이 아니다...이런 식의 우스개 소리를 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아무튼..... 이런 신이라는 존재가 빠진, 그러나 신에 대한 의례와 숭고함과 웅장함만이 남아 있는 현대인을 위한 제례와 치유와 공동체성을 위한 종교를 만들자는 것이 알랭 드 보통의 아이디어인데..... 이를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원용합니다. 오귀스트 콩트가 제안한 새로운 종교, 인류교를 주창하면서 그가 말한 새로운 형태의 사제직도 창설하자고 외칩니다. 이 사제는 단순한 종교의 사제가 아니라 일종의 레크레이션 강사이자, 심리 요법사이자 철학자이자 저술가로 양성해야 한다는 거죠. 기존의 종교에 불평하지 말고, 우리가 종교를 만들자고 외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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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주의와 신없는 카톨릭 "인류교"를 창시한 오귀스트 콩트>

보통은 이 콩트의 아이디어에 선불교, 힌두교, 특히 일본의 사찰문화 등등을 다 섞자고 제안합니다. 이쯤 되면 오쇼 라즈니쉬의 아쉬람이 떠오르는 군요. 그는 세상 모든 종교의 수행법을 다 가져와서 자신의 아쉬람에서 프로그램밍 하여 팔았죠. 자기가 만든 다이나믹 명상부터 부파 불교의 비파사나, 구르지에프의 수피 댄싱, 중국의 태극권 등등.............. 

<사기꾼인가? 각자인가? 아직도 의견 일치가 안되는 오쇼 라즈니쉬>

실제 오쇼의 아쉬람을 방문한 서구의 수많은 부자들이 그곳에 있는 동안 말할 수 없는 행복감과 고양감을 느꼈다고 이야기 하곤 하죠. 이 간증은 류시화와 홍신자(자유를 위한 변명) 등 우리나라 참석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이야기가 너무 커지는 군요. 어차피 신학은 가짜고, 신도 가짜라면 남는 것은 종교가 남긴 유산 중 긍정적인 공동체 정신, 정신 수련법, 간소한 식이 요법 등등 아니겠는가? 이를 모아서 가장 우수하고 우아한 종교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자....... 종교논쟁에 지친 아크리안님들... 어떤가요? 우리 사이비 종교 한번 만들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