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인 유시민 씨가 시드니에서 2 번의 강연을 하고 갔다. 나는 유시민에 대하여 특별히 좋거나 나쁜 이미지가 없는 상태에서 2 번의 강연회에 참석을 했다. 정확히는 그가 하는 말을 들어 보고 싶다기 보다는 주최하는 사람들이 어렵게 초청을 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머리 수라도 채워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참석을 독려하고 그 사람들을 만나러 간 것이다.


대중을 상대로 말을 한다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이틀 간 두 곳에서 강연을 하는데 첫 날은 젊은이들 상대로 하는 강연이었고 다음 날은 일반 교민 상대의 강연이었다. 그러나 첫 째날이나 둘째 날이나 보통 시드니에 한국에서 보수층 인사가 오면 노인들만 모이는데 비해서 젊은 층들이 많이 모였다.


나는 유시민의 정치적 지향이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한 관심 보다는 유시민이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똑똑하고 말을 잘한다는 것으로 소문이 나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시민은 특별히 강의를 위해 준비한 것은 아닌 그저 평소 실력으로 기초적인 정치학 개론 같은 강의를 했다. 내용 자체도 실망이었지만 전달 방법도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한 마디로 자기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인 강연에서 강의를 하는 한 시간 동안 박수 한 번 터지지 않았으니 말이다.더욱이 평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젊은이들을 두 시간이나 앉혀놓고 감동적인 순간 하나 없이 밋밋한 강의를 하다니……


평소에 호주 정치인들을 보다가 한국 정치인들을 보면 너무 말을 못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시 한 번 사실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 정치인들은 위트와 유머, 감동과 새로운 정보로 짜인 연설을 왜 하지 못할까? 한국에서 똑똑하고 말 잘하는 것으로 소문났다는 유 시민이 저 정도니 한국 정치를 바라 보는 국민들이 얼마나 지루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이 대중 연설을 잘못하는 까닭은 아무래도 유교적인 배경 때문인 것 같다.

대중 앞에 서면 점잖게 보이려고 하거나 자기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하는 것에 지나치게 예민 하기 까닭이다. 대중을 상대로 자기의 뜻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그 순간은 자기를 마치 배우나 코미디언처럼 완전히 자기 존재를 잊어 버리고 청중들만 생각해야 한다.


그런 좋은 예가 김용옥 교수의 강의 일 것이다. 그의 강의 내용을 떠나서 그가 대중들에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고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것은 가히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이런 자세는 김용옥처럼 다혈질 사람에게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내성적이면 내성적인 데로 자기를 잊고 자기 말을 들으려고 앉아 있는 대중을 오직 섬기는 자세로 말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중 연설의 가장 기초적인 자세이다. 이것을 말을 청산유수로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를 잊고 청중만 생각하는 것, 이것이 가장 설득력이 큰 연설이다.


영국의 말더듬이 왕 죠지 6세를 그린 킹스 스피치라는 영화가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 보다는 전쟁중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만 생각했던 말더듬이 왕의 감동적인 연설이 주제로 된 영화이었다. 연설을 잘 하는 법, 그것은 청중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지극히 섬기는 것뿐이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정치인의 연설로서는 도무지 점수를 높이 줄 수 없는 조곤 조곤 사랑방 좌담을 하는 듯 강의를 하는 유시민에게도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 그에게 무엇이 있기는 있는 모양인데 나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