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새누리당이 친노 세력보다 아무리 못해도 1%쯤은 더 나쁜 존재들이죠. 이건 새누리당에 투표하겠다는 어떤 닝구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새누리당과 친노를 비교하면 친노가 낫다는 것은.

그러나 지나가던 여자를 100조각 이상으로 잘라 죽인 오원춘과, 조승희 중 누가 더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제 조건은 오원춘이 죽인 여성이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원춘보다 조승희가 더 싫다고 말하실 수 있나요? 친노가 조금은 더 낫겠지만 그래봐야 새누리당과 똑같은 수구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친노가 새누리당보다 눈꼽만큼 더 나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새누리당보다 싫다는 감정을 가지는 것까지 부정하시렵니까? 객관적으로 더 나쁜 것과 감정은 절대로 별개의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 민주 국가입니다. 새누리당이 정말로 반드시 격파해야 할 거악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렇게 한가하게 키보드나 두드리고, 깨어있는 시민들이 한가롭게 나꼼수나 들으며 히히덕 거릴 때가 아니죠. 짱돌 들고 광장으로 나가고 청와대로 돌격할 시기지. 무슨 의미냐면, 새누리당을 물리치기 위해서라면 친노가 무슨 짓을 해도 거악을 물리치기 위해 참아야 할만큼 새누리당이 거악이라고 부르기 힘들단 겁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사실상 양당제 국가입니다. 미국처럼 극심하진 않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양당제에 매우 가까운 국가죠. 이런 상황에서 친노가 정말 싫다면 새누리당에 표를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친노 견제책이죠. 오히려 묻겠습니다.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 표를 주면 안 되는 것인가요?

5년 더 새누리당이 집권하면 나라 망할 것 같나요? 전 새누리당이 집권하면 5년 역사가 후퇴하지만 친노가 5년 더 집권하면 대한민국의 역사가 10년은 후퇴한다고 생각하는데, 저의 판단에 따르면 새누리당에 표를 주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선택이 됩니다. 바로 그 차악론에 입각해서요. 

혹시 이해 못할까봐 부연하자면 새누리당이 차악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새누리당의 집권이 나을 결과가 차악이란 것이죠. 야구를 할 때, 무조건 공을 치는 것이 좋지 않습니다. 때로 안 치는 것이 더 나았을 홈런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부상에 시달리던 거포가 다 이긴 게임에서 집요한 근성을 발휘하다가 홈런을 하나 더 쳐도 그러다가 부상을 입으면 더 큰 손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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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몇 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

뭐 새누리 프락치의 공작에 넘어간 것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공론장에서 그런 말은 꺼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새누리 프락치의 논리에 감화된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옳지 않다면 당연히 그 반대로의 설득 역시 가능할 겁니다. 설사 정말 새누리 프락치라고 해도 100%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자기 입으로 자신이 객관적이라고 말하는 것만큼 웃기는 소리도 없죠.

닝구들은 지금이라도 친노에 투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대로 된 개혁을 외치고, 호적 구분 없이 능력에 따라서 중용하고, 비전을 가지면 됩니다. 닝구들이 단순히 호남 의원 모가지가 달아났다고 친노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죠. 호남 중진들의 모가지는 그저 상징일 뿐이죠. 헤게모니 싸움을 위해서 필요한 인재도 호적에 따라 내치는 인간들이 과연 비전과 정책 로드맵을 그릴 수 있을까요? 친노가 옳바르게 변하면 내 표가 새누리당에 갈 일 없죠. 내 표가 새누리당으로 가는 것은 친노가 수구적 행태만 일삼기 때문이지 별다른 이유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