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의 과학으로서의 정신분석학>의 댓글에서 저는 "정신분석학적 경험"이란 말을 썼었는데요... 댓글을 달면서, 저는 라캉을 푸코적으로 읽어낸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푸코를 읽으면서 밑줄을 긋는 단어들 중에 가장 빈번한 단어가 바로 "경험"이란 단어입니다. 저는 언제나 푸코가 "경험"이라고 말하는 것에 매료되고, 과연 푸코가 말하는 경험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푸코는 자신의 저서에서 저 "경험" 혹은 "경험성(empiricity)"이란 단어, 또는 "실증성(positivity)"이란 단어를 특권화 시킵니다. 그는 자신을 실증주의자(positivist), 심지어 "행복한 실증주의자"라고까지 말합니다. (물론 푸코가 말하는 실증주의는 논리실증주의(logical positivism)와는 다릅니다). 그는 서구에서의 근대적 인간의 탄생을 이야기하면서, 근대적 주체의 탄생을 이야기하면서, 그 근대적 주체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 탄생의 역사적, 경험적 조건들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죠. 과연 그 조건들은 무엇일까요? 그것들은, 서구 유럽에서 18세기를 거쳐 19세기 초에 그 정점을 이루는 계몽주의, 개인주의(individualism)의 형성, 인간 과학 (human science)의 탄생, 자본주의의 전진 등등 이겠죠. 이전에 쓴 <푸코가 보는 경제학사와 경제학적 인간>이란 글에서, 근대적 인간, 근대적 주체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결정적인 조건이 되는 정치경제학의 탄생, 경제학적 인간의 탄생에 대해서 썼었죠. 푸코는 이러한 서구 근대의 경험들, 역사들을 훓으면서, 동시에 그 이성적, 정상적(normal) 인간과 함께 탄생하는 광기, 나태함이라는 범죄(delinquency), 성(sexuality),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푸코는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말해지지 않았던 "다른" 경험들을 말하기 시작합니다. 광기, 범죄성, 죽음과 같은 경험들 말이죠.
 
그렇지만 광기, 범죄성, 성(sexuality), 죽음을 얘기하는 푸코와 경험성이니 실증성이니를 특권화하며, 스스로를 실증주의자라고 말하는 푸코가 서로 모순되는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혹은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는데, 광기 혹은 죽음이란 것이 경험될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광인이 되지 않고서야, 죽지않고서야 어떻게 광기를, 죽음을 경험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자신을 스스로 왕이라고 여기고, 자신의 몸이 유리로 되어있다고 믿는 광인을 보면서 그제서야 자신은 광인이 아니라고 확신을 하게되는 데카르트와 같은 방식으로만, 즉 이성이라는 "마음의 눈(mind's eye)"으로만 관찰되고, 기술될 수 있는 광기로 경험될 수 있겠죠. 또한 광인은 언제나 이성이라는 거울에 자신을 비쳐 자신이 광인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하죠. 하지만 이것을 통해서도, 광기는 여전히 알려질 수 없는 "광기 자체"로 남겠지만요. (물론, 광기 자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근대적" 광기는 르네상스 시대와 고전 시대의 광기와는 다르며, 서구의 근대성이 확립되던 18세기 말, 19세기 초, 근대적 요양소(asylum)에서 탄생을 하는 것이죠. 그리하여, 근대적 이성의 사생아로서 근대적 광기가 탄생을 하는 것이죠. 심리학 뿐만 아니라 정신분석학 조차도 다루기를 꺼려하는 광기 혹은 정신병(psychosis) 말이죠).

푸코는 광기, 범죄성, 성, 죽음과 같은 경험들을 "한계-경험(limit-experience)"이라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그 한계-경험들은 근대적 인간의 근본적인 경험들이죠. 그리고 또한 그 근대적 인간을 그 뿌리로부터 흔드는 인간의 한계들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 경험들이란, 재단되고, 각색되며, 포장되지 않는 한 인간 과학이라는 틀 안으로는 들어 올 수 없는 어떤 경험들, 차라리 인간 과학이 탄생하는 그 순간에 함께 탄생하였다고 말해야할 경험들이라고 말해야겠네요.

저는 "행복한 실증주의자"입니다. 저 광기, 범죄성, 성, 죽음과 같은 한계-경험들을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한에서 행복을 느낄 실증주의자입니다. 이 경험들이 <<과학동아>>를 뒤척이던 중학생을 지금의 행복한 실증주의자가 되게 한 계기들이기도 합니다. 그 자연 과학들이란 언제나 내 자신의 한계들을 뛰어넘게 하는 지적 경험이기도 했죠.

이어지는 글들에서는 서구에서의 개인주의의 탄생에 대해서 가볍게 쓸 수 있을 듯하구요, 또 푸코가 말하는 인간 과학(human science)의 탄생에 대해서도 쓸 수 있을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크로를 정상화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신 관리자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