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스트는 나의 생명줄이고 내가 재기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데 이걸 공개하라고? 죽었으면 죽었지 공개 못한다"


정권 중반기를 넘어 후반기에 이르면 반드시라고할만큼 터져나오는 '리스트' . 정관계 인사들이 경제인으로부타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 기록되어 있다는 '리스트'


아마도 우리나라 정치 역사 상 최초로 언론에 알려진 것은 김영삼 정권 중반을 넘어서 터진 이원종 리스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노태우에게 받았다는 통치자금과 1992년 대선 당시 신한국당 대통령 선거 후보였던 김영삼 후보의 대선 자금 내역의 상세가 적혀 있다고 보도되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당시 이원종은 그 비자금 리스트 때문에 상당한 곤욕을 치루었습니다. 아니, 이원종 리스트의 실존여부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 보도는 '설'만 무성하게 채워졌을 뿐 '이원종 리스트'의 실존 여부는 물론 그 내용은 세간에 의혹을 잔뜩 부풀리기만 한 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리고 김영삼 정권 말기. IMF의 단초가 되는 한보사태가 터졌습니다. 이원종 리스트에서 한보사태 전까지 소소한(?) 리스트들이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역시 실체는 가려지지 않은 채 잠시 수면 위로 떠올려졌다가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다가 한보 사태가 터지면서 '정태수 리스트'가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한보그룹이 철강 사업에 뛰어들면서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정관계 실세들에게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했고 그 로비 대상자들의 명단과 '거래내역'이 적혀있다는 '정태수 리스트'는 아직까지도 그 내용이 밝혀지지는 않고 있지만 '이원종 리스트'와는 달리 '리스트의 실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확인이 되었고 검찰은 그 리스트 공개여부에 따라 정태수 회장에게 구형되는 형량이 달라질 것이라고 협박 반, 애걸 반 섞어서 회유했지만 정태수 회장은 끝끝내 '정태수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글 서두에 쓴 말을 면회온 아들에게 했다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출옥을 할 것이고 다시 사업을 시작할텐데 그 당시 필요한 정관계 인사들. 만일 그 리스트들을 공개하면 관련 인사들이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을 떠나 '자신은 신뢰를 잃을 것이고 재기할 가능성은 없어진다'라는 판단이 정태수 회장의 생각이었던 같습니다.


한보사태 이후 기아자동차가 부도를 내면서 갑작스런 유동성 경색으로 당시 높은 환율과 원자재를 수입하는, 인건비 따먹기를 겨우 탈피한 낮은 산업 수준  때문에 수출을 할수록 적자폭은 커지는 기현상과 겹쳐 IMF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잘잘못을 떠나 그리고 그 것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어떤 '비장미'를 느끼게 합니다.


물론, '의리'라는 덕목으로 감히 칭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정태수는 '불확실한 미래의 사업 재기를 위해' 자신에게 신뢰를 준-놔물을 주고 받는게 과연 신뢰의 덕목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찜찜하면 아무리 액수가 커도 뇌물을 받지는 않겠지요-정관계 인사들에게 그 신뢰를 몸으로 지킨 정태수 회장.


이런 '의리'는 노태우 정권 당시 '5공 청문회' 때 '장세동'의 당당함을 떠올리게 합니다. 권력을 잃은 권력자. 그래서 자신도 동시에 '끈 떨어진 주머니 신세'가 되었음에도 자신의 주군은 전두환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 변호하던 장세동. 장세동의 잘잘못을 떠나 당시 세간에는 '사나이라면 장세동과 같이 의리가 있어야 한다'라면서 장세동 신드롬이 잠시나마 불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이명박 정권 들어 이명박의 정치적 멘토라던 최시중이 자신의 돈을 받은 내역을 고스란히 폭로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유상종'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이명박의 정치적 멘토라는 최시중... 그리고 경제적 멘터라는 강만수..... '존재가 혐오'인 이명박의 멘토들은 어쩌면 그렇게 노는 '꼬라지'도 그렇게 천박한지 저절로 혀를 '끌끌'차게 되더군요.


온갖 권력의 단마을 다보다가 정권 막판에 와서 자신만 빠져나가겠다고 비자금 내역이 이명박 대선자금이었다고 폭로하면서 자신만 살겠다는 최시중을 TV에서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경/상/도 싸나이 최시중, 떼버려라!"


혐오받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입니다. 하긴, '끼리끼리' 모인다고 찬박하고 혐오스러운 이명박 주변에 사람다운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가 이상하겠지요.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