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 오랜만에 구경와서 구경잘하고 갑니다. 요즘 돌아다니기 많이 하지 않습니다만 아주 가끔 궁금해질때가 있어서 아크로에 와봤는데요. 
솔직히 번창하고 있군요라고 인사를 남길수는 없군요. 물론 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참여하시는 분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사시면 되는 거지요. 

그런데 그부분은 주관적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글들을 읽어보면 솔직히 대부분은 그리 즐거운 모습은 아닌 것같습니다. 아니 실은 분노에 가득차 있다고나 할까요. 아크로가 성공했던 실패했던 아크로의 모습은 하나의 실험사례로 나름의 의미를 분명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크로에 자주 참여하지는 않지만 제가 느낀 점을 다시 정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많은 사이트가 암묵적으로 한가지를 당연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논리와 진실의 추구로 정의를 실현할수 있다라는 명제입니다. 아크로도 마찬가지인데요. 그 논리가 얼마나 정교하고 그 사실이 얼마나 정확하냐를 떠나 여러가지 사실을 논리적으로 나열하고 그걸 공박하고 하면서 사회적 주제에 대한 어떤 정리가 가능하다는 점은 이 사이트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모두 당연한거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것같습니다. 

그리고 물론 저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서 이렇게 뜸을 들입니다. 정치토론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끼어듭니다. 쓰고 있는 말들의 불확실성도 있지만 어떤 것은 어떤 결과를 내는게 옳다라는 주장도 대개는 그저 부정확한 추론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세금을 많이 내도 유럽의 어느나라는 잘만 살더라라고 말해도 그것이 증명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런 추론위에 다시 추론을 쌓아나가기를 계속하기 쉬운 것이 정치적 토론이기 때문에 문제가 큽니다. 

그 추론은 기본적으로 각자가 가진 세상에 대한 기본적 가정이나 편향성, 선입견 같은 것들 즉 서로에 대한 믿음에 의해 크게 영향받습니다. 하나하나의 논리적 부속품에서는 그 영향이 작아도 결국 논리적 사슬을 자꾸 이어가다보면 그 삐뚤어짐이 절대적일수 있습니다. 

사실 부동산 정책이 이러저러해야 부동산 거품이 안생긴다라고 하는 주장이 있다고 할때 거기에는 한국 사람들의 사고방식, 행동방식이 이러저러하다는 가정이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투기적 부동산 투자 안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정책상황에서도 거품이 안생기고 그 반대라면 말도 안돼게 강력한 정책이 아니면 거품은 반드시 생기니까요. 그런데 인간이란 변하는 것이니 어떤 정책이 옳다 그르다 같은 논쟁이 확고하게 판정받을수 있는 논리적 분석이란 애초에 없는 셈입니다. 

별로 대단한 이야기가 아닌데 왜 그걸 반복하느냐고 하실 분들이 많을텐데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물론 제가 아크로에서 본것들 때문입니다. 아크로에서 제가 보는 모습은 상호간에 논리적 이종격투기를 계속하면 결국 어떤 합의에 이를것이다라는 식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싸우기만 하면 서로에 대한 불신은 더더욱 깊어만 질거다라고 느껴지거든요. 

꼭 그렇게 되야 하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아크로가 성장하여 어떤 집단적 힘을 발휘할수 있으려면 다수의 사람들이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필요한데 아크로의 모습은 점점 더 큰 공감대를 만들어 나간다기 보다는 오히려 모일수 있는 사람들을 진절머리가 나서 흩어지게 만드는 것에 더 가까워 보인다는 것이 솔직한 제 감상입니다. 

그런 일들은 여러가지 토론을 하면서 생겨나는 아픔때문에 그런것인데 그런 아픔으로 결국 누군가가 논쟁에서 이기고 어떤 논리적 정리가 일어나서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러저러한 것이라는 최종분석이 아크로에서 생산된다고 해도 솔직히 그렇게 생산된 결과는 아크로가 하나의 문화적 집단으로 어떤 윤리적 규칙들에 대해 공감대를 가지지 않는다면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영화를 보고 왔을때 그 영화 좋던데 라고 해도 그 의견은 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의 특징에 따라 값어치가 매겨지는 것이니까요. 이명박이 그렇게 말할때와 노무현이 그렇게 말할때 또는 어떤 여러분이 매우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정치인이 그렇게 말할때 그 의미가 같을수가 있겠습니까? 논리와 사실은 그걸 누가 말하던 진실은 진실이고 거짓은 거짓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엄밀한 과학의 영역에서나 할수 있는 이야기구요. 그 좁은 영역을 벗어나면 누가 그걸 말하는가가 압도적으로 중요할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말하자면 아크로의 정체성, 윤리성, 아크로의 인격적 특성이라는게 보이는 집단적 공감대가 없다면 아크로의 의견이란 기본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걸 만들어 내려면 큰틀의 사고가 필요한데 지나치게 작은 엄밀함만이 있고 큰틀의 사고는 없다는 느낌입니다. 도대체 뭘 원하는 것인지. 좋은 세상만들자가 목표라면 어떻게 그렇게 할수 있다는 것인지. 그런건 당연하니까 논할 가치도 없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런 기본적 믿음에서 갈라지는 분들이 그 위의 상층의 구체적 주제에 대해 밀고 당겨봐야 되지 않을 것입니다. 

구경한 값이라지만 쓸때없는 참견이었다고 느끼시면 가볍게 무시해 주십시요.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