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속에서 흰수염 고래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죽어가는 고래는 2톤이나 되는 혀와
  자동차 만한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나래이터는 말한다
  자동차 만한 심장, 사람이 들어가 앉을 수도 있는 심장
  나는 잠시 쓸쓸해 진다
  수심 4,812 미터의 심연 속으로 고래가 가라 앉으면서 
  이제 저 차 속으로는 물이 스며들고 
  엔진은 조금씩 멎어갈 것이다. 그때까지
  마음은 어느 좌석에 앉아 있을 것인가
  서서히 죽어가는 고래가
  저 심연의 밑바닥으로 미끄러지듯이 가 닿는 시간과
  한 번의 호흡으로도 30분은 견딜 수 있는 한 호흡의 길이
  사이에서, 저 한 없이 느린 속도는 
  무서운 속도다. 새벽의 택시가 70 여 미터의 빗길을 미끄러져
  고속도로의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던 그
 순간
   조수석에서 바라 보던 그 깜깜한 심연을,
   네 얼굴이 조금씩 일렁이며 멀어져 가고
   모든 빛이 한 점으로 좁혀져 내가 어둠의 주머니에
   갇혀 가던 그 순간을,
   링거의 수액이 한 없이 느리게 떨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지금 가물거리는 의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마음아, 너는 그 때 어디에 있었니
   고래야, 고래야 너는 언제 바닥에 가 닿을 거니

  
  ** 시간은 의식 속에서 사라지고, 다시 태어난다. 시간은 그렇게 명멸한다. 존재하는 시간과, 존재하던 시간: 두 시간 사이에, 그러니까, 한 겹으로 포개진 삶과 죽음 사이에 의식은 존재한다. 나는 삶을 통해, 죽음을 통해, 아니면 삶과 죽음이 이어진 시간을 통해 존재하는가? 시간을 바라보고, 죽음을 바라보고, 또 내 삶을 멀리서 바라보는 나의 모습들과 나의 거리. 내 안에서 방향 없이 만들어진, 그 시간의 도시. 빛 바랜 고래들과 죽은 자동차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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