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말씀드릴 것은, 저는 닝구의 외연 확장을 그리 시급한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은 합니다만, 지금 이런 목표를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닝구들의 정체성과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하고 그 정체성을 유지 보존하는 일입니다. 확장은 그 다음의 얘기죠. 지금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서 닝구를 대표하는 정치적 정체성은 시민권 자체를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봐야 하니까요.


이 점을 분명히 해둡니다. 첫째, 닝구들의 정치적 정체성 확립과 유지 보존 둘째, 그러한 정체성이 대한민국 전체 정치 지형에서 존립 명분과 발언권과 시민권을 인정받는 것 셋째, 닝구의 정체성이 대한민국의 차세대 정치적 리더십으로 인정받고 집권하여 영남패권에 몇십년 찌들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근본질서를 바꾸어나가는 것 등이 제가 생각하는 닝구의 정치적 비전이자 로드맵입니다.

 

비612님이 강조하는 토론의 매너, 깔끔함, 외형적 우아함 등이 원론적으로 필요한 가치라고 인정하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그러한 가치를 강조하는 것을 인정하기 힘든 것도 바로 이러한 인식 때문입니다. 지금 단계에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은 중요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자칫 그 측면만 강조하다 보면 현재 단계에서 닝구들의 가장 시급한 과제인 정체성 확립이라는 목표가 훼손될 가능성조차 있다고 판단합니다.

 

일단 비유로 시작해보죠. 어제도 수원 살인사건 문제가 거론됐습니다만, 지금 닝구들의 가장 큰 과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가장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죽어가고 있다고, 살인마를 만났다고, 강간당하고 있다고 외쳐야 하는 것입니다. 누구에게? 닝구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해야죠.


실은, 비극적인 얘기지만 닝구의 울부짖음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닝구들 자신입니다. 닝구들, 자신들의 처지를 잘 모릅니다. 그러니까 노무현이나 노빠 같은 쓰레기 사기꾼들에게 넘어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립니다. 우선 닝구들의 울부짖음을 자신부터 먼저 듣고 확인해야 해요. 사람이 비몽사몽간에 신음하고 헐떡이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은 그 비명소리를 인식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먼저 자기 자신이 듣고 깨어야 합니다.

 

이렇게 신음하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에게 "우아하게, 다른 사람들 불쾌하지 않게, 깔끔하게, 매너있게" 커뮤니케이션하라는 게 과연 지금 정당한 요구라고 보십니까? 아니죠. 실은 이거, 심각한 폭력이에요. 닥치고, 떠들지 말고 찌그러지라는 얘기입니다. 숨이 넘어가면서 112로 전화한 사람에게 "깔끔하게, 매너 갖춰서 얘기해. 무식한 티내지 말고, 고상하게 얘기해. 그래야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거 아냐?" 이러는 게 말이 됩니까?

 

아, 물론 고상한 분들, 단말마 비명소리는 역겨워서, 비위가 약해서 차마 듣지 못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과의 소통은 포기하자는 얘기나구요? 아닙니다. 그 분들과도 소통해야죠. 다만, 가장 먼저 시급하게 자신부터 깨어나고, 그 다음에 이런 단말마 비명도 듣고 이해해줄 수 있는 분들과 소통하자는 얘기죠. 고상한 분들과는 그 다음에, 숨 좀 돌린 다음에, 닝구들도 나름 여유를 되찾은 다음에 소통하면 됩니다. 그 분들과의 소통은 사실 그다지 급하지 않아요. 왜냐구요? 그 분들은 닝구들 사정 얘기 다 들어도, 충분히 다 이해해도 별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줄 분들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비웃지 않으면 다행이고, 심지어 닝구들 사정 잘 파악한 뒤에는 그 정보를 활용해 살인범 강간범을 도와서 닝구를 덮칠 가능성조차도 적지 않은 분들이에요.


보다 구체적으로 아크로의 문제를 얘기해봅시다. 닝구들의 패악과 똥 싸지르기(예술적인 표현이네요. 그렇게 고상한 것 좋아하시는 분들이 또 이런 표현은 서슴없이들 하셔요) 때문에 아크로에 오기 싫다는 분들, 떠났다는 분들 계신데요... 그렇다면 그 분들이 과연 닝구들이 점잖게 매너있게 차분하게 자신들의 고통과 문제를 얘기했다면 닝구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조해주셨을까요? 리얼리? 그게 사실이라면 그 분들, 닝구들의 매너 없음과 허접함에 대해서는 지적하시면서도 닝구들의 주장과 입장에 대해서는 이해하는 발언을 해주셨을 것 같은데, 그런 발언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거든요?

 

문제를 단순화해보죠. 정치 젼략의 처음이자 마지막은 결국 어떤 가치, 어떤 세력을 끌어들이고 어떤 가치, 세력과 선을 긋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이쪽에 도움이 되는 세력과 가치는 적극적으로 나아가서 붙잡고, 그렇지 않은 세력과 가치는 방치하거나 중립을 지키거나 대립점을 만들어야죠. 성경 방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알곡과 쭉정이를 구분해서 분리 처리해야 하는 겁니다.

 

아, 물론 적군은 최소화하는 편이 좋죠. 가급적 많은 세력을 우호화하거나 중립화하고, 날카롭게 대립하는 적들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원칙을 적용한답시고 "니들 깃발 내려, 무기 버리고 무릎 꿇어~" 이러는 친구들과  화해하자는 건 말이 안되죠. 그건 그냥 목 내밀고 처분에 맡기자는 얘기입니다. 닝구들이 그렇게 하면 저것들이 닝구들을 어떻게 처분해줄까요? 150여년 전 미국에서는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뿐"이라는 명언이 있었구요, 지금 4.11총선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요.

 

그동안 그렇게 씹히다가 요즘 갑자기 노빠들의 칭찬을 듣고 있는 정동영을 보시면 됩니다. 알아서 죽어준다니까 칭찬해주시지 않습니까? '좋은 닝구'라는 거죠. 나꼼수 아그들이 정동영 선거운동본부에 지원 갔다면서요? 제가 보기엔 지원이 아니라 '조문'을 간 것 같더군요. 어차피 죽을 거니까 그냥 죽었다 치고 '사전 조문'을 간 것 아닌가요? 참, 정동영도 답이 없는 친구라는 생각이 드는 게, 그렇게도 노빠들의 인정과 칭찬이 아쉬웠을까요? 일부 매너 충만한 닝구들이 앓고 있는 가장 심각한 집단 정신병을 보려면 눈을 들어 정똥 사마를 지켜보시면 됩니다. '아, 나도 영남이한테 인정받고 싶어...'라는 거죠. 20여년 전 디제이가 은퇴한다고 했을 때도 이런 찬양이 쏟아졌죠. 확실한 건, 그때 디제이가 그 칭찬에 만족하고 헤벌죽 웃으며 정계은퇴 계속 고고씽 했다면 수평적 정권교체도 없고 민주화도 없고 남북대화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전에 제가 영남사람들이 민주당 지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가 아니라 양심과 판단력의 문제라고 그랬습니다. 다른 문제가 아니에요. 매너의 문제도 아니고, 추하고 아름답고의 문제도 아니고, 문체의 문제도 아니에요. 양심과 판단력이 있다면, 아니 둘 중 하나만 있어도 민주당(지금의 민통당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을 지지합니다. 지지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건 양심도 없고 판단력도 없는 무리라는 겁니다. 갸들과는 선을 그어도 됩니다. 아니, 이쪽에 접근해오면 점잖게 사양하는 편이 좋습니다. 지금 한 표 얻으려고 그런 애들과  어울려 놓아나면 나중에 몇십 몇백표 날라갑니다. 이건 결코 과장이나 비유가 아니고, 팩트 그 자체입니다.


지금 진보개혁 진영이 망가진 것도 바로 알곡과 쭉정이, 곡식과 가라지를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단적으로 말해 공지영이니 이외수니 하는 쓰레기 잡것들이 진보 개혁의 아이콘 노릇을 하고 있으니 말 다한 거죠.


전에 제가 또 얘기한 적이 있는데, 요즘 인터넷을 다녀봐도 갈만한 곳이 없어요. 아, 물론 진지하게 정치 토론을 할만한 곳으로서 말하는 겁니다. 현재로선 아크로만한 곳이 없습니다. 일부 아크로의 수질관리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지금 아크로가 초창기 아크로에 비해서 수준이 떨어지거나 물이 흐리거나 그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초창기에는 더 좋은 글이 올라왔나요? 리얼리? 내가 보기에 글 수준은 대개 그만그만하고, 토론은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활발하죠. 그렇다면 뭐가 불만입니까?


아크로의 매너나 막말 때문에 아크로에 오시지 않는다는 분들, 내가 보기엔 아크로가 지금보다 훨씬 점잖아져도 별로 와서 하실 얘기가 없는 분들입니다. 할 얘기가 있다면 와서 한바탕 난장이라도 피웠겠죠. 그냥 개인적인 얘기라면 사정에 따라 속으로 삭이거나 그러는 경우도 있겠지만, 정치적인 이슈라면 그럴 수 없습니다. 발언이 없다는 건 그냥 할 말도 없다는 겁니다.

 

정치 담론이란 점에서 따져봐도 아크로는 충분히 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을 장악한 범노빠의 문제를 아크로처럼 일찍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한 사이트는 아마 없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앞으로 닝구들은 당분간 정치권력의 장악을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고 얘기했고, 이번 총선의 의미를 민주통합당에 잔류한 구민주계, 잔닝구들에 대한 경고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유의미한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 기억은 못하지만, 그밖에도 현실 정치적 흐름을 정확하게 진단한 분들이 많습니다. 현재 아크로 닝구들처럼 정확한 현실 통찰력을 보여준 다른 집단이 따로 있나요? 제가 보기에는 없습니다.


맨 앞에서 얘기했지만, 지금 닝구들의 우선 과제는 존재를 유지하고 정체성을 확립해 보존, 계승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아마 다음 단계로 가야 할 시점이 올 겁니다. 그때에 가면 또 그때의 과제가 떠오를 겁니다. 이 단계로 가기 위해 닝구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가 말할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족 : 닝구라는 호칭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이제 괜찮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분명히 비하하는 의미로 쓰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일부 호남 출신들의 정치적 태도나 지향성을 나타내는 용어로 점차 시민권을 인정받는 추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정치적 태도의 정당함을 인정받는 것이죠. 용어 자체를 갖고 따지기보다. 저는 '닝구'란 용어의 변천 과정이야말로 닝구들의 잠재력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봅니다. 모멸에 가득찬 용어를 유머와 위트, 그러면서도 충분한 정치적 함의가 담긴 용어로 재탄생시키지 않았나요? 앞으로는 '홍어족'도 그렇게 갈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일부 그런 조짐도 나타나고 있구요. 한번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