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에 처음 왔을 때 느낀 것은 아크로 초창기 때 거의 볼 수 없었던 파토스의 과잉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파토스는 특정 진영을 표방하는 회원들의 글에서 폭발하고 있었다. 그 파토스 과잉을 지적하자 그 진영의 반대 글이 달리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파토스는 논리적인 연산의 결과라는 것, 혹은 글의 논리를 따지지 않고 감정 자체를 지적하는 것은 관심법이라는 것이었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어떤 논쟁도 파토스 없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실제로는 그 파토스가 논쟁의 모티베이션이다. 이 주장은 내 의견이 아니라 인지심리학에서 이미 인간의 사고패턴에 대하여 이미 증명된 연구 결과로서 제시된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모티베이션을 인식하는 사람이 있고 그걸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 논리의 흐름은 현저하게 달라진다.

언젠가 후배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선배는 지성을 뭐라고 생각하느냐? 선배는 많은 것을 읽고 기억하고 있는데 그건 지성이냐? 솔직하게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많은 것을 읽고 기억하는 것은 지성을 이루는 바탕일 수 있지만 결코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많은 것을 외우는 비지성적인 사람을 난 많이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 자신도 지성적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오히려 지성의 중요한 요소는 자기객관화에 대한 정도의 문제 아닐까 생각한다. 지성적인 사람은 일반인 보다 자신에 대하여 더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이게 내 답변이었다.

솔직히 난 아직도 어리둥절 하다. 일전의 포스트에서 적은 적이 있다. 여기 몇몇 유저들은 정치 중독자 같다. 아크로에서는 수많은 토론 주제가 있을 수 있는데 올라오는 대부분의 글이 정치관련 글이고 그 글의 대부분은 또 노무현/친노/노빠에 대한 욕설이라고.

그러자 재미있는 답변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독립운동 하는데 차마시면서 우아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인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전두환 정의구현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다?

자신들의 상대방 진영에 대한 인신공격성 글들이 독립운동 쯤 된다고 생각하니 이건, 농담일까? 아니면 개그인 걸까? 이 글이 사실이라면 김용민의 콘돌리자 라이스에게 퍼부은 욕설은 더욱 더 가열찬 독립운동인 걸까? 그러나 이 진영의 유저들은 김용민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관점이 달라진다. 그 인간은 저질이며 심지어 정신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마침 어제 날짜 중앙일보의 모 기사와 비슷하다. 요즘 이곳에 어떤 유저의 관심법적 망상에 따라 글쓸 거 같으면 그 기자는 아마도 아크로의 주장을 읽고 그런 기사를 썼음이 틀림 없다.

B612님 글을 읽어보면 진영은 나와 틀릴지 몰라도 내가 품고 있던 것과 비슷한 의문을 발견한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곳에서 이러고 있나? 도대체 이들이 가진 그 뿌리 깊은 증오는 왜! 이들의 심리구조에 박히게 되었나? 이들은 왜! 대부분의 호남인들과 전혀 다른 사고를 하면서 호남인을 호구라고 능멸하고 있나?

노무현의 정치적 실패에 대한 분노? 대부분의 진보진영은 노무현 재임당시 그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고 그가 물러난 뒤 분노를 접었다. 그의 자살 후 상당수가 오히려 그의 죽음에 헌사를 표현했다. 진중권 같은 강성 노까나 산하 같은 중성 노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들은 왜! 아직도 그 분노를 간직하고 곰삭히고 자기 파괴적인 표출을 하게 되나?

B612님이 제시한 의문과 비슷한 의문을 나 역시 스스로에게 제시한 바 있다. 이들은 노무현의 정치행위에 직접 피해를 입은 프로 정치인관계자들인건가? 혹은 이들은 호남인을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아크로의 분위기를 친 여당쪽으로 이끌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숨긴 인물들인가?

후자의 의문은 접었다. 설마 그렇다고 해도 그걸 어떻게 밝혀 낼 것이며, 또 그런 정치적 의도가 통하는 것은 실제로 여기 유저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거다. 그렇다면 그건 그만의 의도가 아니라 여기 유저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받아들여야 하니까.

남은 것은 결국 이들의 파토스 과잉을 비판하고 이들이 매일 매일 욕하는 노빠들의 감정적 선택, 맹신, 그리고 진영주의 행동과 별 차이 없는 자신들의 행위를 들춰 내는 것 뿐이라고 판단한다. 

이 비판에 대한 반응은 대략 이런 거다. 훈장질 하지마라! 훈계 하지마라! 잘난 척 하지마라! 같은 진영에서 터져 나온 비판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의견이 달린다. 선거철이다 보니 그런 듯 한데, 일단 뭉치자! 뭉쳐야 산다! 흑인이 흑인을 살해하니 기분 좋은가! 

글쎄다... 이런 발언들이 일반적인 토론장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일까? 일반 토론의 장이라면 저런 주장을 논리적인 주장이라고 받아 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들의 진영논리는 절대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깨시와 노빠의 진영논리다. 자신들의 정치 과잉은 느낄 수 없다. 심지어 B612 님의 잘난 척과 나의 비판으로 인하여 새누리당을 지지하겠다는 공식적인 엄포를 놓는 유저도 있었다. 이걸 협박이라고 하는 걸까? 아니면 약오르지 용용 이라고 써 놓은 글일까? 이 유치한 글을 포스팅 한 사람은 노무현/노빠 대한 비판은 논리적인 것이고 전술적인 것이며 이성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논리와 이성과 전술이란 개념이 불쌍할  뿐이다.

어떤 유저가 리플로 이런 글을 달았다. 어차피 감정적인 부분은 지적해도 바뀌지 않는다. 차라리 논리적인 부분만을 계속 지적하는 것이 맞다. 그래, 그렇다. 그런데 B612님 말처럼 이들은 노빠/친노의 주장을 전체적으로 가져와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않는다. 인터넷의 한 노빠가 이러더라, 저러더라.... 그들의 감정 과잉만을 비난하기 여념없다. 도대체 노빠의 감정 과잉과 여기 특정 진영의 감정 과잉 중 누구 손을 들어 주어야 할까?

이들이 전가의 보도는 다음과 같다.
우리 손을 들어주진 않는 너희들은 노빠다! 같은 진영이면서 우리를 비판 하는 넌, 동족의 배에 칼을 찌르는 인간이다! 

이게 흑백논리의 오류고, 이런 흑백논리의 오류는 중딩들도 지적할만한 것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논리적사고능력, 그게 결여 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 수준을 벗어나야 토론이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하긴 같은 진영의 한 유저님이 리플을 단다. 그들을 내버려 두어라. 그들이 노무현 때문에 저러는 것으로 보이나? 저들은 다른 이유로도 얼마든지 저럴 수 있다. 그냥 그런 사람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난 B612님과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왜 하필이면 여기서 저들이 저러고 있어야 하나. 그게 안타깝고 짜증 나서 이런 글을 쓴다. 이 글 역시 저들에게는 오로지 노무현과 김용민을 쉴드 치기 위한 글로 보일 거다. 무슨 글인들 다르게 보일건가. 자신들 진영아니면 다 그렇게 보일 판인데.

P.S. B612님이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최선의 길은 퀄리티있는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주장을 단순히 "런닝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지 않는다. 보편 타당한 주장을 하게 되면, 아크로 자체의 외연이 넓어 지고, 그렇다면 이곳에서 생산되는 담론이 더 파급력을 가지게 될 거라는 주장으로 생각된다. 그 파급력 있는 주장에는 당연히 런닝맨의 의견이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이곳을 단순히 감정 배설의 장으로 생각한다면 아크로는 폐쇄적인 곳이 될 것이고, 런닝맨의 주장 역시 묻힐 것이다. 뭐가 상생의 길인지 찾아 보자는 주장을 역시나 자신들의 진영논리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보니 뭐라고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