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무슨 외계인류+공각기동대삘 SF소설을 읽을 때였는데..
문득 사람들이 무조건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과학문명적인, 인위적인 것'을 억지로 구분하려 애쓴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가령 사람들은 바퀴벌레의 삶을 보고, "얘네들도 나름대로는 윤리, 도덕, 문명, 사회적 시스템을 갖고 살고 있겠구나." 라고 말하지는 않지요. 그냥 구더기가 자연 상태에서 발생하듯 꾸역꾸역 발생해서 자원 소모해가고 번식하며 산다고 생각하지..

그러니까, 인간들은 흔히

"이렇게 우리가 자연을 파괴하다보면 우리는 멸망하고 말거야. 인간의 이기적이고 인위적인, 비자연적인, 인공적인 사회 문명 시스템은 자연친화적이지 않아 블라블라..."

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신적 문명 수준에 도달한 아이큐 900짜리 외계인들(혹은 그냥 인간을 떠난 초 객관적 관점을 상정하거나)이 인간을 바라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네들 입장에서 본다면 어차피 인간의 모든 과학, 기계 문명은 그 수준만 좀 높을 뿐이지, (인간들이 보는 식으로)개미가 개미집짓고 지들끼리 원시적 사회 시스템 형성하는 수준의, 아주 '자연스러운 자연적인 자연 현상'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인간들이 바퀴벌레를 자연 발생적으로 꾸역꾸역 발생해 먹고 싸는 존재들로 보듯  인간들도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일종의 바이러스가 아닐런지 ...즉, 인간 이성-이라고 잘난 척해봐야 어차피 죄다 원초적 본성과 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은 스케일의 생물학적 능력이라는 이야기 ...



지금은 아마, 데닛이 말한 컨버젼 오브 로직 (인간 본성 등의 존재 이유에 대한 논리적 사고의 전환)이 뱌아흐로 현실적인 것으로 꿈틀거리고 있는 시대... 칸트가 말한대로 인간 윤리라는 것이 어차피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어떻게 올바른 행위의 기준을 설정하느냐에 문제에 있어서 신이라든가 궁극적 이념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으면, 무엇을 해야할 지 이념적 정체성을 상실해버리는 시대...

만약 근미래에.. 옛날 방식처럼 신이나 이성의 절래적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친부모가 왜 우리를, 친구들이 왜 우리를, 마누라가 왜 우리를, 내 자식이 왜 우리를 '케어'해주는가- 에 대한, 혹은 각종 윤리의식과 죄책감은 왜 존재하며, 살인과 강간은 왜 본능적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상대적인, 생물학적인, 뇌과학적인, 궁극적 차원에서의 모든 정답이 우리 사회에 보편화되어 충분히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사람들이 과연 '진심'으로 부모, 친구, 배우자, 자식의 도움에 '감사'해하거나 살인과 강간은 무조건 (이유는 모르겠으나) 용인될 수 없는 짓이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진심으로 동감할 수 있을까요? 즉, 가령 자신의 여자친구가 자신을 만나주는, 각종 모든 문화적, 생물학적, 진화심리학적, 근거를 남자가 99.9% 완전하게 알게 됐을 경우도 여자친구의 '배려'가 진정어린 배려로 보일런지 의문입니다. 그저 그럴 이유가 있으니까 - 라고 판단할 때도 '감동'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런지..


나아가, 전에 써둔 글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인간에게 어떤 '자유'라는 건, 일정한 수준의 '무지'를 가정했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고 봅니다만... 어떤 맥락에서는 어떤 행위 방식이 가장 효율적, 합리적, 윤리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는 '단 한 가지 정답'을 완벽하게 숙지하게 된다면, 인간은 과연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런지요...<멋진 신세계>에서처럼,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파악하여 최상의 답안을 알게 된 이후에도 그걸 선택안할 자유는 일종의 '미친 짓'이 되어 스스로를 도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텐데 ... '불행할 권리'는 과연 진정한 권리로 인정받을 수 있을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