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싸이트에서 한 쪽지를 받았습니다. 대략적인 질문 내용이 자기 주변엔 온통 새누리 지지자들인데 그 사람들보다 일부 호남분들의 노무현증오가 훨씬 심한 것 같더라. 더불어 진보성향의 사람들보다도 심한 증오를 품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지역이랑 관련이 있겠구나 혹은 김대중때문에 노무현을 질투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했다더군요. 그러면서 제게 어찌 생각하느냐.. 라고 묻더군요.

기실 제가 노무현을 싫어하게 된 이유는 김근태때문이었습니다. (그 이유야 다들 아실 테니 차치하고..) 뭐 그렇다해도 실망했다 수준이었지 과한 증오를 표출한다거나 욕을 하는 정도는 아니었구요. 그러다 우연히 어느 책을 접하게 됐습니다. 옛날 잔민당의 어느 정치인 사무실에서 받아온 책인데 제목이 아마 "바람난 노무현과 이혼한 사람들" 이었을 겁니다. 재밌더군요.. 폴리티즌이라는 싸이트에 올라온 양질의 글들을 묶어서 출판한 책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생 처음으로 정치토론 싸이트에 들어가봤습니다. 느낌은 한마디로 '개판이네...' 라는 생각뿐이더군요. 온갖 쌍욕과 뻘소리들이 난무하는 곳이었죠. 패배의식이 양껏 묻어나는 분위기도 싫었구요. 물론 간간히 읽을만한 글들도 올라왔습니다만..;;;

그렇게 눈팅을 하다가 이곳저곳 둘러보게 되었죠. 서프라든가 남프라든가.. 중프도 있었던 것 같고.. 이건 뭐 조선시대의 붕당도 아니고 아주 사방팔방으로 찢어졌더군요. 솔직히 전부 한심해보였습니다. 서프도 폴티도 남프도... 서프는 광신도들의 집회현장 분위기, 남프는 증오로 똘똘뭉친 패배자들 분위기. 그나마 제 취향에 맞았던 곳은 폴티였기에 몇달간 눈팅을 하다가 어느새 관심에서 멀어지더군요. 본래 인터넷은 쇼핑 or 게임관련 말고는 거의 하질 않았으니 한 때의 눈돌림 수준으로 지나쳤던 것이죠. 스켑티컬은 어떤 연유로 가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뭐 어찌어찌 클릭질하다 알게 되었겠죠. 여튼 스켑티컬을 접한 후..  '호~ 괜찮다'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눈팅족으로 눌러 앉게 되었다가 운영자와 명품논객들의 헛발질에 짜증이 나서 댓글로 종종 참여를 하곤 했었죠...

언젠가 스켑티컬에 댓글을 열심히 달고 있는데 동생이 방으로 들어오더군요. 그러더니 하는 말 "인터넷에 글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했더니 우리 오빠가 이러고 있었네?" 라면서 파안대소를 합니다. 거실을 향해서 가족들에게 막 떠들어대더군요. 오빠가 인터넷에 글쓴다고;;;; 분명 게임 길드 홈피도 만들었고 제 개인 홈피(싸이 말고)도 동생들이 알고 있었는데 그런 반응이 의아해서 물어보니 포털의 악플러들같은 댓글을 연상했었나봅니다. 얼굴을 모니터에 들이밀더니 제가 쓰던 글을 천천히 읽더군요. 용산참사 관련 댓글이었습니다. 읽고 난 후 동생이 묘한 웃음을 짓더니 "이런 거 재밌어?" 라고 말한 후 방을 나가더군요. 기실 저도 제 주변에서 인터넷에 글쓰는 사람들은 못보긴 했습니다.. ㅋ 제가 모르는 걸수도 있겠지만요. 제가 글을 쓴다고 말하면 다들 '영양가 없는 짓 하고 자빠졌네' 라고 반응을 보이긴 하죠. 몇놈들에게 아크로를 가르쳐줬는데 가입은 커녕, 글 하나도 제대로 안읽고 넘어가더군요.

제 주변에 저보다 심한 노까는 없습니다. 대부분이 노빠죠. (단 유시민은 제 노력(?)에 의해 비토 분위기 형성됨) 헌데 노빠 성향이 강한 친구들과 정치 얘기를 해도 논쟁이 안되는 분위기입니다. 깊이 들어가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그냥 딱 하나로 정리됩니다. "반한나라당!! + 그냥 민주당 찍으믄 되제" 라는 걸로 귀결이 되니까요. 제가 노무현을 욕해도 그러려니 합니다. 뭐 실상 오프에서 노무현을 심하게 욕하지도 않습니다. 쌍욕을 하면서 욕했던 적은 없는 것 같군요.. 여튼 그런 친구놈들중 몇몇은 촛불집회도 나가고 나꼼수도 열심히 듣고 조선일보를 보면 퉤퉤퉤 짜증을 내는, 소위 아크로 닝구들이 말하는 흔한 감성 노빠들이 부지기수입니다. 헌데 이놈들 평소에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아니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관심이 많지만.. 저나 아크로 닝구들, 인터넷의 노빠들, 엠팍등의 커뮤니티에서 정치 글 올리는 사람들보다도 정치몰입도가 훨 떨어집니다. 신문과 뉴스보는 수준에서 끝나죠. 잘 모르는 것들도 많구요. 신기했던 건 이런 놈들이 촛불집회에 나갔고 심지어 지역구에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는, 저의 인터넷 글쓰기를 놀렸던 동생도 촛불집회를 갔다 왔더군요.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그러면서 이명박 욕을 신랄하게 퍼붓던;;;; 그리고 저에게 묻더군요. "오빠도 갈래?" 라고... -_-;;;

기실 제가 몇몇 닝구들에게 밥한끼 먹자고 했던 것은 희소성과 호기심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솔까말, 그런 수준의 과한 증오는 분명 다른 심리기제나 원인이 있다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제 주변에 그나마 보이는 노까는 새누리당 성향이라 대화 자체가 재미없구요. 물론 아크로를 위해서 좀 자제해주면 안되겠느냐? 라는 설득도 하려고 했었죠. 기실.. 정치에 대한 매몰의 정도가 강한 사람들이 감정적이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정치에 매몰, 그 정도를 따져서 나쁘다고 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도 일반에 비해서는 그 매몰의 정도가 강하다고 보이고 사람마다 관심의 영역이 다른 법이니까요. 물론 안그런 사람들도 있죠. 비유하자면 서프나 폴티, 남프의 느낌과 스켑에서의 느낌, 그 차이 정도랄까요? 전자의 싸이트들은 감정 배설이 난무한다는 느낌이었고 후자는 이성적인 소통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지금의 스켑은....;;;;

여하튼.. FTA, 파병, 재벌정책등.. 노무현의 우파 정책들에 광분을 하는 닝구들중 상당수는 단지 노무현을 까기 위해서 그런 것들을 차용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실 진보신당 성향의 애들보다 더 심하게 노무현을 증오하는 부류가 극성 닝구라는 것은 분명 다른 기제가 있다는 것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거든요. 더구나 이들이 글을 쓰는 행태를 보면 좀 웃깁니다. 노무현을 깔 때에는 진보와 약자를 옹호하고 기득권 타파를 외치다가도.. 다른 사안에서는 또 굉장히 우파스럽고 인종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거든요. 모순인 거죠. 또 인터넷의 노빠 한명이 헛소리를 싸지른 걸 가져와서 뒷담화를 까고 분기탱천을 합니다. 정말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더군요..

친노의 FTA가 싫어서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찍는다? 이것도 그냥 증오에 눈이 먼 행태로만 보입니다. 적어도 민주당은 FTA 폐기 여론이 우위에 있습니다. 그저 문재인의 발언 하나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확대하는 것도 우습죠. '친노랑 노빠가 미워서 니들이 싫어하는 새누리당 찍을 겨. 약오르지?' 라는 유치한 마인드로 비춰진다는 거죠. 정 싫으면 무소속이나 진보신당 찍으면 될 일이에요. 평소에 그렇게 노무현을 진보적인 관점에서 욕해놓고 진보신당 투표는 않는다는 모습도 참 가관입니다. 부화뇌동, 가만 보면 이런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노무현의 10원발언은 상당수 닝구들도 문제없는 발언이라는데 툭하면 차용이 되고 마치 차별받았다는 듯이 설레발을 치죠. 기실 노무현이 호남에 대해 정책적인 '차별' 을 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단, 그간의 차별을 극복해줄 만큼의 플러스를 주지 않았고 오히려 PK에 플러스 특혜를 베풀었던 것이지 호남을 소외했다거나 차별했다고 말할 수준은 결코 아니에요. 참여정부 시절의 호남 지역 개발 이슈들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거의 나가리 되고 늦춰진 것들이 많죠. 여당과 야당의 차이는 정말 엄청납니다. 민통당은 호남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최소 절반을 넘어갑니다. 여당의 유력 정치인, 그 파워는 정말 엄청난 거예요.. 정말 그 차이가 큽니다...

물론, 노무현의 입에서 감정적인 소외를 느낄 만한 말실수(지역관련)는 여러차례 나왔죠. 개인적으로 닝구들이 여타의 노까들과 다른 분노 지점이 바로 이부분이라고 봅니다. 여기에서 감정이 상해 온갖 것들을 부화뇌동하고 노빠 개개인의 말까지 끌어와서 분노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상식적으로 새누리당 치하 vs 민통당 치하.. 에서 호남이 어떤 이득을 볼 것이냐? 라는 답은 정말 아주 손쉽게 나옵니다. 또한 새누리당이 정권 잡으면 친노가 망할 것이다. 그런 후 새출발하자? 라는 망상..도 신기한 수준이에요. 친노가 망할려면 친노의 삽질이 한번 더 반복이 되어야 할 겁니다. 요즘 유시민은 개털됐고 한명숙도 욕을 먹는 분위기이고 이해찬등도 예전만큼의 평은 못받고 있습니다. 문재인만 좀 예외적인 케이스이죠. 김두관? 택도 없을 겁니다. 화려한 부활이라구요? 아닙니다. 어느정도 금이 간 상태죠. 오히려 정동영이나 최재천등이 긍정적인 평이 쌓여가는 중이죠. 또한 민통당이 권력을 잡은 후에 내부 투쟁을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지형입니다. 이미 호남 정치인들이 유리한 스탠스는 선점을 한 상태예요. 민통당내의 개혁+진보적인 스탠스에 호남출신의 유력정치인들이 꽤 포진해 있는 상황이니까요.

이정현은 충분히 찍을만 하다고 봅니다. 긴장감 + 보상의 차원에서요. 좀 더 양보해서 (잘 모르지만) 정운천까지도 긴장감을 위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헌데 박근혜를 찍자느니 새누리당으로 갈아타자느니.. 하는 말들은 그냥 꼬장으로밖에 안보입니다. 조금만 다르다 싶으면 '샹도 노빠' 로 라벨링을 해대고 조금이라도 꼬투리를 잡아서 노무현과 노빠로 연결짓는 작태들은요. 정말이지 심한 정신병적 증오가 아니면 설명이 안됩니다. 저는 누차 말했지만 아크로가 건전하고 퀄리티있는 공론의 장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그게 최선이라고 봤으니까요. 남프같은 모양새로 빠져버리면 거부감과 '까' 가 양성이 되는 감정적인 대립만 쳇바퀴처럼 반복이 되니까요. 결국 그런 폐쇄적인 구조는 망할 수밖에 없죠.

곰곰 생각해보면 저 역시 김근태가 계기가 되긴 했지만 조금 과했던 증오는 바로 노무현의 입에서 나온 호남관련 폄하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또한 일부 꼴통노빠들의 황당한 뻘소리들도 영향을 미쳤겠죠. 제 친구들, 동생등의 주변인들은 이런 것들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기에 저와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수십년간 호남을 차별했고 호남혐오의 원흉인 놈들을 지지하자고 하는 속내는 바로 이러한 감정적인 증오, 배신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세상엔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많죠.. 일부 꼴통노빠, 개개인의 헛소리까지 퍼와서 분기탱천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해지다가도.. 안쓰러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피장봉호(避獐逢虎) : 노루를 피하려다 범을 만난다, 작은 해를 피하려다가 도리어 큰 화를 당함을 이르는 말.
 
모르고 그런 것이라면 어리석었다라며 자책이라도 하겠지만 뻔히 알면서도 이러는 작태는 정말 감정에 매몰된 꼬장이겠죠. 두서없이 써내려갔는데.. 뭐 새누리당 찍겠다는 것.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 산다는데 뭐라겠어요? 실상 현실에선 한줌의 영향력도 없는 인터넷 구석의 아우성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피로감이 꽤 쌓이는군요. 역시 여러차례 말을 해왔지만.. 제가 특검 글, 유시민 글을 올린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글을 써서 외연을 확장하자, 감정 배설은 하등 도움안된다. 나부터 노력하자' 이거였어요. 귀찮아도 감내하고 아크로 닝구분들이 씹어대는 엠팍에까지 가서 논쟁을 하기도 했었구요.. 이런 노력들(?)에 도움은 커녕 초만 치고 있는 꼴을 보자니 지쳐버린 거예요. 정신건강에도 별 도움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같은 닝구라서 나름의 노력(?)을 해보았지만 이젠 포기..! 굿럭~ 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