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와 성장 간의 관계에 대한 쉽지만 틀린 생각..
[2012-01-03 04:11:46]


1. 아래 세 글에 대한 논평

분배가 성장으로 이어진 때가 지나서 분배를 안하는 것입니다. 꽤 오랫 동안 분배가 성장으로 이어진 적이 있음을 자본가들이나 국가가 모를리 없으나 앞으로도 그리 되지는 않을거라는 것을 알기에 분배를 안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주장대로라면 분배만 다시하면 안정적인 성장이 재개되어야 하는 것이나 애초 분배는 계속 했는데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기에 자본가들과 국가는 분배를 안하는 길을 택한 것이고 그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입니다. 그러니 하루 빨리 '분배해라. 그래야 니네들한테도 좋은거야'라는 쉽지만 틀린 주장에서 벗어나시기 바랍니다. 물론 희박한 확률로 어딘가에 분배를 재개해도 성장이 둔화되지 않는 길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도 그 길을 모르고 자본가들과 국가도 그 길을 모릅니다. 물론 여러분이 그 길을 알아도 자본가들과 국가를 설득시키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차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자본의 권력자체가 근본적으로, 즉 사회민주주의 수준 이'상'으로 제한되지 않는 이상 빈부격차가 줄어들거나 일한 만큼 받는다고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거나 고용 불안정이 완화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끽해 봐야 현상태보다 더 나빠지지 않는 정도겠죠..

위 얘기는 서구 선진자본주의 나라들 경우고 한국은 그 나라들에서 약화되고 있는 분배라는 것을 아예 해 본 적이 없지 않느냐는 반론을 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이 어떤지는 IMF 위기 직전까지 빈부격차가 완화되고 고용상태가 더 안정화되는 지속적 흐름이 있었느냐를 따져 보면 되겠지요. 그러나 아예 해본 적이 없다 하더라도 세계화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중국이라면 모를까,  한국 정도로 발전한 자본주의라면  분배가 안정적 성장을 보장해 줄 수 없게된 서구 선진국들의 자본주의 발전의 동학의 현단계에 구속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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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배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시장자본주의가 영속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분배 구조 또한 필연적인데, 이를 이분법으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기득권 층의 수법이 문제입니다. 미국의 부자들도 박애주의자라서 높은 세금을 물겠다는 것이 아니고 결국 적절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기네들이 누리는 부의 토대도 무너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2)
복지정책도 그 자체로 경제정책이고 복지를 통한 성장도 충분히 가능함에도 내꺼 뺐어서 나눠준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분들 정말 많습니다.

3)
성장과 분배가 이분법적인 구조가 아니라 맞물려 있는 톱니바퀴이며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악순환 구조가 이루어질 수도 있고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노,농 계급의 희생을 통한 성장은 이후 희생계급의 구매력 약화라는 악순환을 낳고 결과적으로 성장 역시 중지 될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지불될때 건강한 성장이 이뤄지는건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어야 하는데 그게 안되지요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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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연하기

윗 부분은 제 글이고 아랫 부분은 그 제 글이 논평한 글들입니다. 제 글의 논지는 지극히 단순해요. 자본주의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정의로운 분배는 필요하다는 생각은 자본주의 경제의 어떤 발전단계나 발전국면에는 맞아도 일반적으로도맞는 생각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서구 선진자본주의 나라들에서의 복지국가 약화 자체 - 신자유주의 및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한 몸뚱아리인것 - 가 그 복지국가와 함께했던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것, 그런 역사적 경험을 두고 보건데 금융위기 등으로 요약되는 최근의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도 분배를 제대로 하면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위기가 아닐 가능성이 높고 특히 국가와 자본가들이 아니라고 믿는다는 것(즉 여러분들이 원하는 수준의 분배와 자본가들이 원하는 수준의 성장이 함께갈 방도가 현재로서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자본가들이원하는 수준의 성장 자체 (자본주의적 성장 패러다임 자체)를 억압하는 수준의 좌파 정부외의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현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는 것 이상은 할 수 없으리라는 것..

자본주의를 유지하면서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정의로운 분배를 주장하더라도 이미 무너져가고 있는 기존의 복지국가 패러다임이나 '분배를 제대로 해야 성장도 제대로 된다'는 막연한 주장을 들고 나와서는 안됩니다. 제가 위에서 '자본가들이 원하는 수준의 성장 자체(자본주의적 성장 패러다임 자체)를 억압' 운운했지만 사실 그것도 막연한 주장이죠. 한국 자본주의에서만 그런 억압이 이루어지는 걸로는 별 효과가 없을 거라는 의미에서요. 실로 자본주의 경제는, 특히 현단계의 '글로벌한 경쟁'논리 속의 자본주의 경제는 성장한 결과가 고루 분배되지 않는(빈부격차가 커지는) 성장이라도 계속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장 힘든 사람들이 더 힘들어지죠. 따라서 자본주의를 래디컬하게/국제적 수준에서 실효성있게 거부할 수 없는 한, 결국 진부한 주장 - [자본주의적]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주장 - 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딜레마는 과거의 분배 패러다임은 더이상 성장의 필요조건이 아닌것 같다는 것이고 그래서 복지국가를 계획적으로 약화시켜가고 있는데도 자본주의 경제는 계속 위기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장하준 말 마따나 복지논쟁을 제대로 해야 하게 된거죠.


[장하준칼럼 : 복지 논쟁 제대로 해야 한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102210... 


그치만 장하준의 위 링크 글은 제가 본문에서 인용한 분들의 막연한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관계' 주장보다 조금도 더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라는 사람이 경제학과 나온 인터넷 논객의 글 수준밖에는 안되는 글을 쓰고 있어요. 장하준의 개인적 한계라기보다는 장하준이 몸담고 있는 경제학의 한계이겠죠. 주류 경제학은 아닌데도 그래요..



3. 관련 글 하나 추가


칼도
[222.106.xxx.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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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 일종의 착취구조의 심화..라고 보는 관념론적 도식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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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식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죠. 지난 30여년간 자본주의 경제가 성장한 나라들에서 분배구조가 악화되지 않은 나라는 매우 드믑니다. 그래도 그 동안 그 성장에 힘입어 하층도 '이전'보다 더 잘살게 되지는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텐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지적이 가능합니다:

이전보다 더 잘살게 되었다는 사실이 의미가 있는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입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사람들은 경제성장의 결과 그 정도 가난은 면하게 되면 그와 동시에 빈부격차가 더 커졌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신경 안쓰죠. 그러나 상당수의 개발도상국들과 한국같이 선진국을 바라보고 있는 나라들의 하층은 단순히 이전보다 절대적으로 더 잘살게 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습니다. 빈부격차 자체도 줄어들어야 만족할 수 있는 겁니다. 사람이란게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확보하면 그 다음부터는 작년보다 내 실질소득이 얼마나 늘어났느냐가 아니라 내 바로 위에 속하는 계층과의 거리가 얼마나 좁혀졌느냐를 따지는 동물, 절대적 박탈보다는 상태적 박탈에 더 괴로워 하는 동물이라는 얘기입니다. 

한국은 민주주의의 형식이 자리잡은 이후에도 일관되게 빈부격차가 커졌습니다. 이 커짐은 단순히 성장한 만큼 고르게 분배하지 않은 결과일 뿐만 아니라 일부 사람들은 아예 실질 소득의 증대가 멈춘 결과이기도 합니다. 미국도 하층 일부는 70년대 초 이래 실질 소득의 증가가 제로에 가깝다고 하죠. 그 동안 경제는 계속 성장했는데 말입니다. 

좌파나 진보가 성장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건 '점점 더 정의로워지는 분배를 동반하는 성장'이라는 이상이 잘 고민하기 어려운 이상이기 때문,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는, 계급정치 전통도 '실질적인' 생산력기반도 아직 미약한 나라들의 경우에는 특히나 더, 그 이상 자체가 순수한 공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어려우면 그 어려움의 수준에 맞춰 차분히 고민해야 합니다. 따라서 좌파/진보세력이 당장 해야만 하는 것은 분배적 정의와 성장의 조화라는 포지티브한 청사진을 내놓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적어도 지금까지의 방식의 성장으로는 안된다는 네거티브한 현실 인식이 중하층계급 성원들 사이에서 트이게 하는 일, 안철수류의 선량하고 유능한 기업가/자본가가 지도자가 되면 그 청사진이 잘 그려지기도 하고 잘 실현될 수도 있을거라는 몰계급정치적 환상으로부터 그들을 깨어나게 하는 일입니다.
2011-11-10 18:28:40     


칼도
[222.106.xxx.197]


물론 원칙적으로 올바른 그럴듯한 얘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고 청사진 비스무리한 것을 억지로라도 그려 내놓을 수야 있겠죠. 그치만 한국의 수구꼴통은 아닌 중하층 대중 절대다수는 앞으로 한 20년 이상 동안에도,설사 좌파/진보세력이 진짜 그럴듯한 청사진을 내놓아도 그 '진짜'를 알아 볼 수 없는 이들인 건 물론이고 그들한테 '말로는 무슨 말을 못해. 니네들이 능력이 있다는 증거가 있어?'라며 계속해서 갑자기 뚝떨어져 내린 선량한 자본가/기업가 편을 더 들 사람들입니다.
2011-11-10 18:4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