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나오는 와중에 가장 큰 화두는 아마도 '숨어있는 야권표 5%'인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은 숨은표 5% 때문에 경합지역구는 다 패할 거로 본다고 엄살부리고 있고,
반면 야권연대팀은 지금은 서로 백중세이지만 내심으론 숨은표 5% 때문에 
1당은 물론이고 두 정당 합해 과반은 넘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숨은표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게 아마도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때부터일 겁니다.
당시의 각종 여론조사에선 인천이나 강원, 충청도 등이 다 여당이 이기는 것으로 나왔는데 결과는 완전히 반대로 나왔고,
10% 이상 크게 질 거로 예상된 서울이나 경기도도 박빙의 결과가 나오면서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야권 성향 숨은표 얘기들이 쏟아져나온 것이죠.

이후 각 여론조사 기관들이 RDD방식이니 휴대전화 결합 방식이니 하면서 새로운 여론조사 기법을 선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4.27 재보궐선거에서도
분당과 강원도지사 선거 등에서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들이 나오면서 숨은표 5%를 기정사실로 만들어버렸죠.

그리고 그 대미는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는데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들이 나경원의 추월을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박원순의 싱거운 판정승으로 결과가 나타나자
이제는 숨은표 5%를 빼놓고 여론조사를 보는 게 무의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근데 전 정말로 궁금한 게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이 야권성향 숨은표 5%가 진짜로 존재하느냐 라는 것입니다.

위 사례들을 보면 숨은표 5%를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하나 결정적인 맹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우리같은 유권자들이 접하는 여론조사는 투표일 7일전까지만 조사된 것뿐이고
실제 투표일까지 남은 7일 동안 여론의 흐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우리는 거의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즉, 숨은표 5% 때문에 야권이 마지막 승부를 뒤집은 게 아니라
우리가 정보를 접하지 못해서 그럴뿐이지 남아있는 마지막 7일 동안에
여론의 흐름이 극적으로 바뀌는 바람에 승부가 뒤집어졌을 가능성은 없느냐는 것이죠.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각종 정보나 의견의 전파와 소통이 빠른 나라에서는
1-2일만에도 여론의 흐름이 휙휙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의문이 더 강하게 듭니다.

실제로 2010년 지방선거 때는 선거 일주일쯤 전부터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야당의 캐치프레이즈가 나왔는데
이게 실제로 중도층의 표심을 굉장히 자극했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천안함사건 이후 정부여당의 대북 강경책이 예상되면서, 심각한 긴장국면으로 흘러가지 않겠느냐는 중도층의 불안감이
'전쟁이냐 평화냐'를 외치는 야당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지난해 4.27 재보궐선거에서는 엄기영의 불법선거운동 사례가 투표를 4-5일 앞두고 터져나왔죠.
이러다간 엄기영이 이겨도 또다시 보궐선거 다시 치러야되는 것 아니냐는 야권의 공세가 투표개시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저는 이게 선거전에 큰 위력을 발휘했을 거라고 봅니다. 안그래도 보궐선거인데 또 보궐선거를 치른다?
이게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강원도민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을 겁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마찬가지죠.
잠행하던 안철수가 미국의 인권운동 사례를 들어가며
편지형식으로 박원순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입장을 밝힌 것이 투표일 2-3일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게다가 같은 기간 동안 나경원은 1억 피부과로 온갖 욕을 얻어먹고 있을 때였죠.
이런 상황이 여론에 반영이 안될리 없다고 본다면, 투표일 바로 전날쯤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이미 박원순이 오차범위를 벗어나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을 수도 있습니다. 유권자들만 모를 뿐인채 말이죠.

사설이 길었는데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저는 최근의 첨단 여론조사 기법 등을 감안할 때 '야권성향 숨은표 5%'는
조금은 과장된 믿음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가장 첨예하게 집중되는 마지막 7일 동안 나타나는 각종 변수들에 의해 여야간 
유불리가 정해진다고 보는 게 더 맞다고 보는 것이죠.

이번 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호재로 써먹을만한 재료는 당연 민간인 불법사찰과 엠비정부의 광범위한 실정들입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치안에 무능한 경찰력도 여당을 공격할 수 있는 재료가 되겠죠.

반면 여당에 유리힌 호재는 두말할 나위없이 김용민 막말 파문이죠.

저는 김용민의 발언에 대해 '웃자고 한 말에 그렇게 죽자고 달려드느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자질이 안되므로 빨리 후보를 사퇴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다 존중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얘기하고 토론하는 것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나중에 한가롭게 얘기할 꺼리는 될 수 있어도
지금처럼 치열한 선거전에서 상대방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꺼리를 제거하지 못하고 남겨놓는 것은
정말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있으면서도 숨은 야당표 5% 때문에 결국은 자신들이 이길 거라며 자위들을 하고 있으니 한심한 거죠.

뇌관이 될만한 것은 무조건 일단 제거하고 보는 게 전투를 치루는 지도부가 행해야 될 주 임무인데
지금 야권연대팀 지도부는 아군 병사들을 무방비 상태로 포탄이 쏟아지는 곳으로 돌진시키고 있으니
그 무능함과 멍청함에 제가 진저리가 나는 것입니다.

암튼 마지막 여론조사는 모두 4월 4일부로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김용민의 막말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도배되기 시작한 건 4월 5일부터 입니다.
이게 투표일까지의 여론을 어느 쪽으로 몰아갈지에 대해 확언할 수는 없겠지만
야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변수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는 야당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선거전 막판에 발생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역으로 야당에 대단히 불리한 이슈가 막바지에 터져나왔습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번 선거가 끝나고는 오히려 '숨은 여당표(!) 5%' 때문에 야권연대팀이 개망신 당했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