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시민들이 벌이는 촌극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너무도 많습니다.

강용석이 술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학생에게 아나운서가 쓴 자서전 내용 그대로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된다는데, 주체적인 기자가 되는 게 낫지 않냐?" 
라고 한 것은 빼도박을 수도 없는 성추행에 기회가 될 때마다 사과하고 있지만 절대 용서할 수 없고, 국회에서도 제명처리해야될 중대범죄지만,

김용민은 비록 인터넷 방송이라지만 방송에 나와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유영철을 풀어서 곤디 라이스를 강간하고 살해해야된다."
최음제 어쩌고, 정액 어쩌고 해도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발언이고, 잘못이라고 해도 사과했으니 된 것 아니냐 는 반응이죠.


이명박의 불법 사찰은 문제지만, 국정원장에게 직접 민간인을 사찰할 것을 주문한 노무현은 정당한 감찰로 둔갑합니다.

예의 착한FTA, 나쁜FTA도 있죠.


이런 일들을 벌이면서도 그들은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누구보다도 당당합니다.
오히려 자신들끼리 이성적입네, 합리적입네, 중립을 지킵네 하면서 서로를 북돋아주기도 하죠.

저런 반응은 흔히 콘크리트라고 불리는 맹목적 지지자들에게서도 찾아보기가 힘든듯 싶습니다.
차라리 그들은 잘못은 있지만 어쩔 수 없지 정도의 반응이라도 보이는데 깨어있는 시민들은 잘못을 자랑으로 둔갑시키기 까지 합니다.


왜 그런 반응이 나올까?

이것에 대한 해답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자부심이더군요.
"나는 다르다."
라는 자부심 말입니다.


그 자부심에는 종류가 많은듯 합니다.

"나는 조중동의 책략에 속지 않는 깨어있는 시민이다."
"나는 영남 출신이지만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깨어있는 시민이다."
"나는 잘 살지만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깨어있는 시민이다."
"나는 학벌이 좋지만 학벌에 연연하지 않는 깨어있는 시민이다."
등등등....


"나는 다르다." 라는 자부심을 가져버리니, 자신에 대한 잘못은 전부 '다름'에 의해 생기는 '고난'이나 '다름'을 무너뜨리려는 '음모'쯤으로 치부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노무현과 이명박의 FTA가 같은 것임을 아무리 설명해봤자, 다름을 무너뜨리려는 음모로 여기고 예의 믿음을 간직한 채 당당할 수 있는 겁니다.

김용민의 발언 역시 누구나 잘못됐다고 지적할 수준의 발언들이지만, 자신들의 '다름' 때문에 생기는 고난으로 여기고 참고 견디자고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저 자부심이 끼치는 당장의 해악에도 있겠지만 저 자부심이 무너졌을 때 어떻게 되느냐 에도 있습니다.


선동과 어설픈 믿음에 의해 어긋난 자부심을 가졌다가 그 자부심이 무너지는 순간 그들은 정치적 무관심자가 되든, 아니면 김문수나 이재오가 걸었던 길을 갈 수도 있겠죠.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가 현재의 왜곡된 정치지형을 만드는 데 악용되고, 그에 실망한 이들이 결국 정치 무용론자가 되거나 김문수처럼 된다면 우리 사회 차원에서도 크나 큰 손실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할 수록 저들을 선동하며 사기치려는 친노 양아치들이 더 미워지네요.


새누리당 척결, 친일 청산, 독재세력 청산, 복지.


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도 더 시급한 것은 정치판을 시정잡배들의 노름판으로 만들고, 거짓과 기만으로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이들을 선동해 자신의 권력을 탐하는 친노들을 청산하는 것이라 봅니다.


우선 그게 이뤄져야 새누리당 청산이든, 친일 청산이든, 복지 도입이든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