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중 "개미와 베짱이"는 그 짧은 이야기속에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이 우화는 너무나도 유명하여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사고점을 확인하기 위하여 요약해 본다.
1. 봄에 개미와 베짱이가 있었다.
2. 여름이 되자, 개미는 땀 흘리며 일했고, 베짱이는 노래 부르며 놀았다.
3. 가을이 되자, 개미는 갈겆이에 나섰고, 베짱이는 쉬었다.
4. 겨울이 오자, 베짱이가 개미집 문을 두들겼으나 개미로부터 조롱받았다.
5. 베짱이가 굶어죽자, 개미는 베짱이 시체도 양식으로 삼았다.

다섯번째 문장이 이솝의 원전에는 쓰여져 있으나, 아이들용 동화판에서는 생략되어 있고, 때론 네번째 문장도 개미가 베짱이를 집으로 맞아들임으로 변형되어 있다.

I.
봄-여름-가을-겨울의 순환은 우주의 성-주-괴-공 순환을 방불한다. 이 순환은 이론적으로 영구한 것이며, 봄에 개미와 베짱이가 공존하고 있었음은 둘 다 지난 순환 주기때 결국 번식에 성공하였음을 말해 준다. 베짱이는 쉽게 멸종되지 않는다.

II.
개미에게 노동을 강제하는 존재는 없다. 마찬가지로 베짱이에게 노래를 강요하는 존재도 없다. 이 둘의 행위는 둘 다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자연은 근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적이다. 개미에게는 노동하여 부자가 될 자유가 존재하고, 베짱이에게는 빈자가 될지언정 유희할 자유가 존재한다. 개미도 한 표, 베짱이도 한 표이면서, 개미는 베짱이에게 간섭하지 않고, 베짱이는 개미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등소평식으로 말하자면 "하수불범정수 정수불범하수(河水不犯井水 井水不犯河水)"인 셈이다.

III.
자유와 평등은 공존할 수 없다. 100 미터 달리기를 출발한 개미와 출발선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한 베짱이가 결승선에서 평등할 수는 없다. 평등이란 (1) 기회의 평등, (2) 과정의 평등, (3) 결과의 평등을 의미할 수 있는데; 파인만의 경로 적분법을 생각해 본다면 과정의 평등은 별로 중요치 않을 수도 있겠다. 기회의 평등이 존재하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설령 그것이 존재하더라도 결과의 평등은 전혀 보장할 수가 없으니, 자유의 본질이 바로 그것이고, 민주주의의 본질도 또한 그것이다. 선거 결과가 무엇이 될지 모름, 그 불확실성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반면 이른바 "인민민주주의(≒민주집중제)"는 평등을 위하여 자유를 희생시킨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선전선동은 양두구육(羊頭狗肉)일 뿐 공산 귀족 체제로 귀결되니, 여기서는 자유도 없고 평등도 없으며, 오로지 사기꾼과 사기에 넘어간 바보들만이 존재한다. 게도 구럭도 놓치는 결과이나, 국기(國技)가 사기와 매춘인 나라에는 적절한 체제이다.

IV.
개미와 베짱이는 각자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점에서 공평하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고 자작자수(自作自受)이며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인연생기(因緣生起)의 도리에 따라 원인대로 결과가 나타나니, 우주의 근본 원리중 하나인 '보존의 원리'를 보여준다.

V.
개미는 베짱이를 조롱하였고, 베짱이는 조롱당하다가 굶고 얼어 죽었지만, 어느 쪽의 것이 더 성공적인 번식 전략이었는지는 잘라 말하기 어렵다. 아마도 개미는 K-전략을 추구하였을 것이고, 베짱이는 r-전략을 추구하였을 성 싶다. 여름날 신나게 노래 부르는 베짱이와 어우러져 춤추고 사랑을 나눈 여자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모태 솔로를 가까스로 면한 개미는 평생 몇 여자나 만나 보았을까, 그것도 아마 중고로? 가늘고 길게 삶이냐 굵고 짧게 삶이냐는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VI.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虎死留皮 人死留名)"는 지나 속담이 있다. 베짱이는 죽어서 시체를 남긴다(螽死留尸). 시체의 주성분은 단백질이고 귀중한 영양 자원이니, 이것을 낭비할 까닭이 없다. 시체를 먹음은 자연계 내의 물질 및 에너지의 순환을 유용한 방식으로 완성하는 일이다. 시체면 시체이지, 거기 굳이 종을 구별하고 차별할 필요는 없다. 

VII.
베짱이는 굶고 얼어 죽지만, 개미는 늙어 중노동에 닳아 병든 몸을 못 가누다 죽는다. 둘 다 결국 죽었으니, 이제 고차원에서의 평등이요, 존재 양식의 지양이다.

(※  생태학에서 인구 변동을 기술하는 Verhulst 방정식이 dN/dt = rN(1 - N/K)인데, 이 미분 방정식을 풀면 N(t) = K/{1 + (K/N_0  - 1)e^(-rt)} 를 얻는다.

r을 높이는 전략을 r-전략이라고 부르며 물고기나 절지동물이 그 대표적 보기이다. 반대로 K를 높이는 전략이 K-전략이니, 호랑이나 코끼리를 연상해 보면 되겠다.)

2021-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