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전두환을 엔두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좀 보았으나, 그를 성인(聖人)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 하였다. (※ 엔두 = 엔젤 두환)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
천지는 어질지 않나니, 만물을 풀강아지로 삼는다.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성인불인, 이백성위추구)."
성인은 어질지 않나니, 백성을 풀강아지로 삼는다.
(노자, 「도덕경」 5장)

노자의 가르침에 따르면 김일성도 어쩌면 성인(聖人)일지 모른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김일성이 성인일 수 있다면, 전두환은 제곱된 성인일 수 있겠다.

전두환이 남한의 민주주의를 압살하였다는 평가가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두환이 성명(盛名)하기 시작할 당시, 남한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다. 압살할 민주주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늘, 대관절 무슨 민주주의를 압살한단 말인가? 오히려 그는 유신이라는 팟쇼 독재를 최소한이나마 개선하고 완화하였다. 임기 내내 강조하였던 "단임 정신"대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성공시켰다. 적어도 그는 박정희가 영구 집권을 추구하다가 총 맞아 죽음을 똑똑히 목격한 사람이었으니, 한 단계 이상 지양된 것이다. 특히 당대 레이건과 새쳐의 신자유주의에 발맞추어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는 개방주의적 자세를 보였으며, 지금이 오히려 그때만 못한 부분도 있다.

민주주의적 정치, 즉 민주정(democracy)이란 무엇인가?

플라톤은 그의 「국가」에서 세 종류의 계급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으니, (1) 통치자, (2) 보호자, (3) 생산자가 그들이며;  대략 힌두이즘의 (1) 브라만, (2) 크샤트리아, (3) 바이샤 및 수드라에 대응한다.

민주정에서는 민중(demos)이 이 세 구실을 고루 담당하는 법이다. 미국의 예를 보자면, 투표권을 가진 시민(citizen)은 누구나 재판의 배심원이 될 수 있고, 형사 기소 여부도 검사가 맘대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배심원, 그것도 소배심 아닌 대배심, 의 만장일치 결정에 따른다. 고대 로마인들이 그러하였듯이, 미국인 신분을 함부로 가두지 못한다. 재판이란 고대 수메르 시대이래 신의 행위를 대리하는 고도의 통치 행위인데, 이것을 민중이 수행한다. 한편 보호자 역할 또한 그러하다. 연방 수정헌법 제2조는 인민의 무장의 권리를 국가가 제한할 수 없다고 천명하며 시민의 자위권, 자기 보호 권한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미국 시민들은 개개인이 통치자이자 보호자이자 생산자인 것이다.

반면 남한의 상황은 어떠하였고, 어떠한가?

• 통치: 미국이 뒤에서 하면서 앞에는 대리인을 내세운다/허락한다.
• 보호: 미군이 하면서 주로 군역 노예인 토인 병사들을 통솔한다.
• 생산: 남한인들이 열심히 하다가 요즘은 배불렀다고 외노자들도 좀 쓰는 모양이다.

이것은 민주정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귀족정(aristocracy)에 가깝다. 여기서는 "Vae victis (정복당한 자에게 앙화가 [있다]"라는, Brennus로부터 유래하는 로마식 규율이 적절할 것이다.

(※ aristocracy가 뭐 나쁜 것은 아니다. aristo- (best) + cracy (rule)를 보면 짐작할 일 아니겠는가? aristos는 agathos (good)의 최상급이다.)

202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