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죽음을 보면서 연상되는 것은 자이나 교도들이 죽음에 임하여 행하는 살레카나(sallekhana)의 수련이다.

자이나교에서는 이 세상을 고(苦)로 보며, 이 고로부터의 해탈을 지상의 과제로 여긴다. 그러기 위하여 극단의 고행(苦行)을 하니, 일종의 이열치열(以熱治熱) 이독공독(以毒攻毒)인 셈이며, 그것의 최종 형태가 바로 살레카나이다. 노쇠하였거나 중병에 들어 육신이 고장난 자동차처럼 맛이 갔을 때, 멈춰 선 자동차를 폐차장으로 보내기 위하여 견인차를 부름이란 남에게 큰 폐 끼치는 일이라 여겨 아직 엔진 힘이 남아 있을 때 직접 폐차장으로 차를 몰고 감에 비유할 수 있겠다.

살레카나 순서가 대략 다음과 같다.
1. 목욕 재계
2. 하제를 먹어 창자를 비움
3. 물과 곡기를 끊음
4. 좌선에 들거나, 산에 올라가 나무를 껴안고 섬
5. 죽음으로써 해탈
(※ 방한암 선사의 좌탈입망(坐脫入亡)도 살레카나로 봄.)

이런 과정을 거치면 창자속의 세균들이 사라지고 탈수로 몸이 건조해져서 미라 되기가 쉽고, 운이 좋으면 시랍(屍蠟) 현상까지 벌어져 자연적 시체 미용까지 완료되니, 이 전과정을 살레카나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지도법사의 감독하에 이루어진다.

(연전에 우타르프라데쉬 주에서 살레카나를 "자살"로 간주하여 금지법을 제정하였으나, 자이나 교도들의 극렬한 반대에 직면하였고, 인도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전두환이 화이자 백신을 맞은 후 열흘간 끙끙 앓아 눕고 수척해져서 병원 가서 검사해 보니 다발성 골수종 및 고칼슘혈증으로 진단 나왔다고 한다.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은 셋 다 넓은 의미의 백혈병인 것이고; 다발성 골수종은 백혈구중 B 림프구가 항체를 대량으로 만들기 위하여 변형됨으로써 만들어지는 형질 세포(plasma cell)의 암이다. 형질 세포가 여기저기 골수의 아무 데나 침범하여 자라기때문에 다발성이라는 관형사가 붙으며, 만성 질환이므로 화이자 백신때문에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다발성 골수종에 대하여 요즘 여러 종류의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 (각종 -mab)들이 개발되어 있고, 전통적인 항암제들도 건재하므로, 이 병으로 금방 죽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난 8월 이 사실이 알려졌을 때, 한 2~3년은 가리라고 여겼다. 운 좋으면 4~5년도 갈 수 있는 거고. 그러나 보도된 바에 의하면, 전두환은 그런 길을 가지 아니하고 집에서 경구 항암제만으로 치료하였다고 한다.

다발성 골수종 자체로 인하여 피가 끈끈해질 뿐 아니라; 골수, 즉 뼈의 일부가 암덩어리에 의하여 녹아나니 뼈속의 칼슘(=석회)이 피로 흘러나오고, 그 결과 고칼슘혈증이 필연이다. 고칼슘혈증을 집에서 치료할 방법은 없다. 저칼슘혈증은 칼슘을 먹으면 해결되지만, 고칼슘혈증은 그런 식으로 해결 안 된다. 

이런 설명을 전가와 전가 가족들이 못 들었을 리는 만무한즉, 그가 집에서 치료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는 죽음을 예비하고 작정한 거라고 보아야 마땅하다. 경구 항암제라면 티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 (각종 -tinib) 정도일 텐데, 이 약은 유지 요법에 쓰이지 관해 유도 치료제로는 부족하다고 여겨지며, 이것으로 고칼슘혈증을 교정하지도 못 한다.

결국 전가가 한 것과 자이나 교도들의 살레카나 사이에 큰 차이가 있지는 않은 듯 싶다. 고통이 제법 있었을 테니까. 고통을 감수함이 일해거사(日海居士) 다운 죽음이었을까? 더 살려고 발버둥치지 않는다는 약식 살레카나로써  그가 해탈을 얻었을까? 

한편 유대 전통에서는 잠자다가 죽음을 "신의 입맞춤"이라고 부르며, 큰 축복이요 은총으로 여긴다. 사인은 대부분 심장마비이다.  20세기 미국 헵라이즘 철학자/신학자중 가장 저명한 인물인 아브라함 조슈아 헤셸이 그렇게 죽었다고 칭송받고 있다. 전가가 새벽에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를 맞았다고 하니, 이 또한 약식 "신의 입맞춤"일 것인가?

어느 쪽이든 비교적 잘 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1. 살인마 전두환에게는 과분한, 너무 편안한 죽음 아닌가?
2. 이런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다니, 그럴만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공적이 있음 아닌가?
라는 의문이 머리속을 맴돈다.

2021-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