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를 인류의 스승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없다. 장자의 사상은 어디까지나 공자의 사상에 대한 안티테제로서만 가치를 지닌다는 관점이 일반적이기때문에, 그의 사상적 반열이란 어떤 개인의 스승일 수는 있어도 인류의 스승이라고 자리매김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아마 장자 자신도 그런 것 바라지도 않았을 터이고.

그렇기는 하나, 공자 사상이 지나치게 번성하여 편만할 때 그에 대한 일종의 해독제로서 장자의 가치가 각광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고대 이래 지나의 역사 내내 지배 이데올로기는 유교인 반면, 피지배층은 노장으로부터 연원을 찾는 도교에서 일말의 위안을 찾았다는 평가가 있다.

공자는 기본적으로 신분 계급 질서를 긍정하고, 그것의 영속화/고착화에 봉사하였다. 반면 장자는 그런 계층이 대관절 무슨 의미가 있는가; 부자를, 남녀를, 군신을 나눠서 무엇에 쓰자는 것인가 라고 반문하였다. 이를 테면 그런 구별들이 다 '도토리 키재기' 아니냐는 것이다. 그게 바로 장자 사상의 핵심어인 "만물제동(萬物齊同)"이다. 그래서 이 사상은 근본적으로 불온하고 불순하고 위험하다.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들은 쉽게 다루어지지 않으며,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진승과 오광처럼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 寧有種乎)?"로 변질될 소지가 있다. 물론 이 질문은 인류 평등, 천부 인권과는 거리가 있는 주장이고, 오히려 맹자의 역성 혁명론에 더 가까운 소리인데, 맹자의 그것이 지배 계급내 자리 바꿈 한정임에 비하여, 노비와 천민에게까지 문호를 넓히자는 확장성만은 인정할 수 있겠다.

제물론의 불온성을 희석시키기 위하여, 장자는 그 다음에는 한 발 빼는 제스쳐를 취한다. 기세등등하게 평등의 기치를 내걸었다가, 시쳇말로 빤스 런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것이 "사실은 나도 잘 모른다"는 고백으로 표현된다.

"吾生也有涯(오생야유애) 而知也无涯(이지야무애)" 
(나의 삶은 끝이 있으되, 앎에는 끝이 없도다.)
(「장자」, 양생주)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예전에 서울대 문구점에서 파는 무극노트사 제품 Campus Life 공책 앞표지에 저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이 공책에 서울대 마크도 인쇄되어 있은즉, 이 문구가 서울대용 공책에만 있었는지, 타대학용 공책에도 똑같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간 얼핏 뜻을 풀어보면, 개개인의 인생은 유한하고 짧지만, 그가 추구하고 연구하고 발견해낸 지식의 존재와 가치는 무한하고 길다는, 학문을 권장하는 문구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위 인용문 뒤에 죽 이어지는 귀절들을 보면 그런 뜻이 아니라 정반대 뜻이다.

"以有涯隨無涯(이유애수무애) 殆已(태이) 
已而爲知者 殆而已矣(이이위지자 태이이의)."
(끝이 있음으로써 끝이 없음을 좇으면 위태롭다.
이미 그렇거늘 앎에 애씀은 더욱 더 위태로울 따름이다.)

쉽게 말해서 뱁새가 황새를 쫓으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것이며, 따라서 쫓지 말는 경고가 된다.

그럼 쫒지 않으면 대신 뭐하라고?

"爲善無近名 爲惡無近刑(위선무근명 위악무근형)."
(착한 일을 하더라도 이름을 가까이 말며,
모진 일을 하더라도 형벌을 가까이 말라.)

한 마디로 말해서 찌그러져 지지부진하게 조용히 살라는 이야기이다. 제물론 너무 선동해서 유명해지지 말고, 앞장서서 시위하다 감방 가지 말라는 뜻이다.


그 결과는 장자가 보장한다.

"緣督以為經 可以保身 可以全生 可以養親 可以盡年
(연독이위경 가이보신 가이전생 가이양친 가이진년)."
(가온을 지킴을 도리로 삼으면, 이로써 몸을 지키고, 이로써 삶을 오로지 하고, 이로써 어버이를 떠받들고, 이로써 목숨을 다할 수 있다.)

(※ 독은 옷의 등쪽 정중앙 바느질한 선을 말한다. 그래서 중용을 상징하게 되었고, 독의 위치를 따라 흐르는 경맥을 독맥이라고 부르니, 전신의 아홉 양맥의 총본산이다.)

이런 거 보면, 장자도 결국 (1) 사지와 오관 멀쩡하고, (2) 재산 지키고, (3) 부모 은혜만은 갚아 드리고, (4) 비명횡사 모면하면, 자기 실현을 한 것으로 본 모양이다. 여기서는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格物 致知 誠意 正心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 중 격물(格物)만이 남아 있을 뿐, 치지(致知)조차도 포기되어 있다. 장자의 명성을 듣고 초나라 왕이 재상으로 초빙하였으나, 장자는 사양하였다. 지나의 디오게넷라고나 할까.  솤라텟이 우파라면, 장자는 밥파인 셈이다.

최근 유명해진 이재명(李在明)이 만일 이재명(李在名)을 계속 추구한다면, 결국 이재형(李在刑)으로 끝나지나 않을지...

2021-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