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실현에 대한 공자 이외의 다른 스승들의 가르침은 공자의 그것과는 차이점이 상당하다.

[광의의] 타오이즘으로 불리는 공자 및 그 후예들의 가르침에서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자세한 관념을 찾아 보기 어렵다. 인간이 죽으면 체백과 혼백이 나뉘어, 체백은 땅에 묻히고, 혼백은 다시 혼(적극적 요소)과 백(소극적 요소)으로 나뉘며, 이중 혼이 귀신(鬼神)이 된다는 설명인데, 그러면 귀(鬼)와 신(神)은 어떻게 다른 거냐? 다른 것은 이름뿐이며 실은 동일한 것이다. 고대에는 왕이나 성인이 죽으면 신이라고 불러 주었고, 그외의 평범인이 죽으면 귀라고 불렀다가, 후대에 오게 되면서 개나 소나 죽으면 "학생부군신위(學生府君神位)"라고 써주게 되었으니, 호칭 인플레이션인 셈이다. 

여하튼 유교 특히 성리학의 관점에서는, 정상 사관(定常 史觀)답게, 인간이란 살아 있을 때나 죽었을 때나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다. 살아 있음 : 죽어 버림 ≒ 서울 거주 : 시골 낙향 이며; 부자지간, 부부지간, 주종지간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달라지지 않는다. 요컨대 공자의 가르침에서는 죽음에 대한 준비, 사후 대책이라는 것을 찾아 볼 수 없다. 그게 왜 필요하겠는가? 권력을 잡았은즉, 살아서는 봉양받고, 죽어서는 제사받으면  그뿐이거늘.

반면 [광의의] 힌두이즘에서는 삶 그 자체보다도 죽음 내지 죽은 후의 세계가 오히려 더 막중한 비중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 된 연유는 아마도 이들이 이동하는 유목민으로서 막장까지 도달한지라, 잠시 지나가는 현세의 사물보다는  자기들의 존재의 뿌리를 찾아 반추하는 명상을 강요당하였기때문일 것이다.

BCE 3500~4500년경 카스피해 북안 일대에서 시작된 얌나 문명은 인류사에서 특기될 가치를 갖고 있다. 이들은 (1) 최초로 말을 길들였고, (2) 바퀴를 발명하였고, (3) 수레를 만들었고, (4) 동서 양쪽으로 종족 대이동을 전개하였고, (5) 모든 인도유럽어족의 조상이 되었다. 이들이 본시 유목민인지라, 이들의 어휘에는 암수의 구별이 있다. 이들이 극서방으로 간 게 아이리쉬이고, 이들이 극동방으로 간 것이 아리아족이다.

인도 아대륙을 정복한 아리아인들은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진지라, 나무 아래 앉아서 명상에 잠겼는데, 명상의 주제는 바로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이었다. 이에 대하여 힌두교가 내린 결론은 "브랗만으로부터 와서 브랗만에게로 돌아간다"이다. 이 관념은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서 BCE 600경의 찬도갸 우파니샫에 이미 등장하니, "Tat tvam asi"라는 가르침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로 번역하자면 "That art thou"가 되며 (tat = that, tvam = thou, asi = art), 한국어로는 "네가 그이다", "그가 너다"로 번역한다. 이 관념이 나중에 베단타 철학의 대표자 샹카라의 불이일원론(不二一元論)의 슬로건이 된다. 결론적으로 힌두교에서는 살레카나를 통해서든 뭐를 통해서든 개개인의 앝만이 브랗만에게 돌아가 그와 하나가 됨이 바로 자기 실현이며, 이를 해탈(解脫, moksha)이라고 부른다.

이 지점에 고타마 붇다와 힌두교의 갈림이 있으니, 고타마 붇다는 앝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때문에, 존재하지도 않는 앝만이 브랗만에게 되돌아가서 합체한다는 일도 당연히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 인간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냐?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양초 심지에 불을 붙여 촛불이 켜졌다가 그 불을 바람으로든 물로든 끄고 나면 불은 대관절 어디로 갔는가? 가긴 어디로 간단 말인가? 그냥 사라지고 끝이다. 이를 적멸(寂滅) 또는 음역하여 열반(涅槃, nirvana)이라고 부르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해탈열반" 혹은 "해탈 = 열반"으로 쓰지만, 실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고타마 붇다의 자기 실현은 "사라짐", "없어짐"이므로, 살레카나와 같은 엄청난 업은 당연히 회피의 대상이 된다.

굳이 비유하자면, 힌두교의 관점이 하나의 빗방울이 땅에 떨어져 물방울이 된 후 이리저리 변천을 겪다가 대해로 되돌아감을 과제로 삼는다면, 불교의 관점은 빗방울이든 물방울이든 분해하여 보면 물 → 물 분자 → 산소 원자 및 수소 원자 → 양성자, 중성자 및 전자 → 퀔 및 렢톤 → 에너지 → 무(無)물질 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음을 과제로 삼는다고 말할 수 있다. 후자의 관점에서는 대해로 비유된 브랗만조차도 사실 별 것 아니다. 이점 및 그 결과 특정 카슽을 장악하지 못 하였음이 불교가 힌두교의 이단 종파로 낙인찍혀 인도에서 축출당한 원인이다.

뭐가 되었든, [광의의] 힌두이즘은 "제가 치국 평천하(齊家 治國 平天下)"에 대하여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들의 목표 수준은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格物 致知 誠意 正心 修身)"까지만이다.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