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육체와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대하여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육체가 없는 정신[이 만일 있다면 그것]을 유령(幽靈) 혹은 중유(中有)라고 부르며, 정신이 없는 육체를 뇌사자(腦死者)라고 불러 장기를 떼낸다. 둘 다 인간이 아닌 것이다.


인간은 육체에 관한 한 다른 고등 동물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유인원인 침팬지와는 털의 유무, 근골격의 비율, 후골(喉骨)의 존재 유무, 대뇌 용량, 고환 용량 정도만 다를 뿐이며; 인간과 매우 다르게 생긴 모기나 빈대와조차도 상당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 인간의 정신은 앞서 언급한 침팬지의 그것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아직 인간과 대화가 아니되는 흰긴수염고래가 지구인들보다 더 넓고 깊은 사고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현재까지 알려지기로 이 별에서 지구인들보다 복잡하고 높은  사고 능력을 가진 동물은 없다. 인간은 해석학(analysis)을 발명해 내었고, 해석학적 연속을 생각해 내었는데, 이것은 현대의 어떠한 슈퍼 컴퓨터도 갖지 못한 능력이다. 컴퓨터는 무리수, 초월수, 극한, 무한을 모른다.


인간의 이 복잡한 정신을 뭉뚱그려서 정신, 마음, 의식, 생각, 사고등 여러 가지 단어로 표현하는데; 복잡한 만큼이나 정신을 해체 분석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어서, 이론과 용어가 중구난방이며 정설이 없다.


고타마 붇다가 인간을 구성 요소들로 나누어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의 오온(五蘊)으로 설명하였으니, 오온설은 삼과(三科) 이론중 가장 단순명료한 설명이다. 색온(色蘊)은 육체를 가리키고, 나머지 수상행식 4온은 정신을 가리킨다. 수온(受蘊)과 상온(想蘊)은 행온(行蘊)으로부터 나오며, 식온(識蘊)은 행온이 돌아가게 하는 운영체제이자  최종 판단력/분별력이다. 개개 인간 정신 활동의 주체는 행온이며, 그래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말도 있다.


반면 서양 철학에서는 고대 헬라 시대 이래로 인간 정신의 삼요소를 지(知)•의(意)•정(情)으로 보았다. 삼요소로 보았음은 프로잍의 정신분석(=심층심리학)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내용이 약간 다르다.


지: 이성 → 진

의: 덕성 → 선

정: 감성 → 미


이 삼요소와 고타마 붇다의 가르침이 엄밀히 일치할 수는 없겠으나 굳이 결부시키자면,

지 = 상온 및 식온

의 = 행온

정 = 수온

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을 인간 정신의 대표 성질로 삼는다면,

지 → Homo sapiens (생각하는 사람)

의 → Homo induens (옷입는 사람)

정 → Homo ludens (노는 사람)

가 될 것이다.


그러면 이중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하여 유일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성질이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Homo induens로 표현되는 인간의 수치심(羞恥心)이라고 생각한다.


맹자가 말하는 인(仁)·의(義)·예(禮)·지(智)의 사단(四端)중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별도로 하더라도; 나머지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을 합치면 '수치심' 한 단어가 될 것이다. 측은지심조차도 사회적 평판에 대한 고려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터이니, "잔인무도함을 부끄러이 여김"이라고 환원할 수 있으리라.


이른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나팔문(나라를 팔아먹어도 문재인)"을 자칭하는 자들은 수치심을 내려놓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존재들일 터이다. 대가리 깨지고 나라 팔아먹는 게 자랑일진대는 세상에 무엇이 부끄럽겠나? 거짓말이 부끄럽겠나, 부정선거가 부끄럽겠나, 언론 탄압이 부끄럽겠나, 백주 테러가 부끄럽겠나? 그런즉,


"때가 이르면 무릇 너희를 죽이는 자가 생각하기를

이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라 하리라"

(요한복음 15:2b)


2021-08-18